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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원망해야 하나
육형주 기자  |  six@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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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11  11: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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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농민이 열심히 해도 좋은 결실을 주지 않을 때도 있다. 여러 가지 주변요소들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변화무쌍한 날씨는 대처하기 힘들 정도로 큰 위력을 보여준다. 아무리 '농사는 하늘이 도와야한다'고 하지만 기후변화는 종잡을 수 없게 변하고 있다.

올해는 가을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해남들녘은 활기를 잃었다. 수확철이면 피땀 흘려 재배한 곡식들을 수확하고 월동작물을 준비하며 또 다른 시작에 설레야하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바라지도 반기지도 않는 비와 바람은 뭐가 그리도 많이 오는지 대비하고 싶어도 자연의 힘을 사람이 이길 수는 없었다.

평소 같으면 들판을 초록으로 뒤덮을 배추밭은 군데군데 구멍 난 듯 비어있거나 색이 변해버린 모습이다. 잘 자라고 있는 것들도 뿌리가 썩어 정상적으로 성장은 어렵다. 땅 속에 심어둔 마늘도 비로 인해 사라져 버렸다. 벼도 쓰러지고 물에 잠겨 수확량은 줄고 품질도 나빠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바다 상황도 마찬가지다. 김양식 시설은 바람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엉켜 바다에 떠다니고 김농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해 어민들의 부담이 크다.

다시 시작하려고 해도 돈이 없고 대체할 것을 찾기도 힘들다. 농자재 등은 수확 후 정산하는 경우가 많아 다들 부채가 있는 상황이지만 수확할 것이 없어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다. 태풍들로 인해 마을 인심도 변했다는 소리도 있다. 곧 수확할 것들을 모두 잃었으니 신경은 날카로워져 있어 서로 조심하고 있다고 한다.

해남을 크게 강타한 태풍 볼라벤 이후로도 태풍은 왔으나 이렇게 심한 피해는 없었다. 태풍보다는 가뭄이 더 문제였었다. 날씨가 좋으면 풍년이어서 문제고 나쁘면 흉작이어서 문제가 생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금 농어민들이 더욱 힘든 것은 전년도부터 이어진 불황 때문일 것이다.

월동작물의 가격하락은 생산비도 못 건지는 헐값에 농작물을 팔았고 살아가려면 농사를 지어야하니 다시 심었지만 수확은 빨간불이 들어와 지금까지 들어간 농사비용을 처리할 수 없다. 김도 지난해는 가격이 좋지 못했다. 심하게는 수익이 절반으로 떨어져 수익이 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 처한 것을 누구를 원망해야하나? 하늘을 원망하긴 어렵다. 하늘과 함께 공생하는 것이 농어민이다.

농어민의 소망은 계속 농사를 짓는 것뿐이다. 농사를 이어갈 수 있게 뒷받침 해주는 것이 요즘 이야기하는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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