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잦은 비로 쌀 등외품 비율 높아
정부 피해 벼 잠정등외로 전량 매입

유례없는 가을 태풍… '링링·타파·미탁' 3연속

"이렇게 수확이 안 나오기는 처음이여. 가을에 거둬들이는 재미로 농사를 짓는데 이렇게 결과가 안 좋으니…"

지난달 30일 콤바인을 이용해 벼 수확작업에 나서고 있는 옥천면 박갑진(68) 씨. 올해 수확이 어떤지를 묻는 질문에 한숨 섞인 답변이 돌아온다.

전체 8만평 논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만5000평을 한눈에 반한 쌀(봉황벼)로 계약재배하고 있는 박 씨는 10여일 전부터 수확에 나섰다. 봉황벼 품종이 해남에서는 가장 먼저 수확을 할 수 있는 품종이어서인데 또 다시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수확작업을 서둘렀다.

박씨는 "올해 태풍과 바람, 잦은 비로 낟알이 제대로 여물지 않으면서 굵기가 예년보다 작고 싸라기만 많아 900평짜리 논 한 필지를 수확하면 예년에는 40kg들이 50포대가 나왔는데 올해는 35포대 정도만 나와 수확량이 30%가까이 줄었고 수매등급도 지난에는 모두 1등급을 받았는데 올해는 3등급(등외품)이 크게 늘어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옥천농협OK라이스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수매물량 4만포대 가운데 1등급은 20%에 그쳤고 2등급은 55%, 등외품(3등급)은 25%에 달했다.

1등급에 대한 우선지급금이 5만9000원, 3등급은 4만8000원으로 1만1000원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데 수확량은 줄고 등급은 떨어지며 농민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옥천농협OK라이스센터 측은 "올해의 경우 700여 농가에서 한눈에 반한 쌀 16만 포대를 약정수매하는데 이렇게 품질이 안 좋은 경우는 드물었다"며 "조만간 수확에 들어갈 일반 벼와 중만생종 농가들의 경우도 잦은 비와 태풍 피해로 같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갑진 씨는 "농가의 현실과 어려움을 농정당국이 잘 헤아려 농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책과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해남지역은 링링부터 타파, 미탁까지 잇따른 태풍의 영향으로 도복된 벼가 다시 물에 잠기며 수확량과 품질에 큰 영향을 주고 있어 농민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전라남도는 잇따른 태풍과 잦은 비로 도복과 흑백수, 수발아 피해 등을 입어 공공비축미곡이나 출하가 불가능한 벼에 대해서 정부가 잠정등외로 전량 매입해 사료용 등으로 사용토록 해줄 것을 건의했으며 정부는 피해를 입은 벼를 오는 21일부터 매입할 계획을 밝혔다. 지역별 피해 벼 수매 희망 물량을 지자체를 통해 조사하고 별도의 규격과 매입가격을 결정해 지급한다.

한편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한 제18호 태풍 미탁이 해남을 관통하며 농경지와 도로, 주택 등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미탁의 영향권에 든 지난 1일과 2일 최대풍속은 각각 19.4km/h와 31km/h로 3일 오전 9시까지도 24.5km/h를 기록했다. 2일과 3일에는 최대순간풍속이 각각 52.2km/h와 42.8km/h를 나타냈다.

1일부터 내린 비는 2일과 3일 새벽까지 이어졌으며 1일에는 23.5mm의 강수량을 나타냈고 2일에는 186.6mm, 3일에는 1.6mm를 보였다. 태풍 미탁은 2일 저녁 9시 40분쯤 해남에 상륙했으며 남부지역을 지나 다음날 동해로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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