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률(교사, 시인)

 
 

세습을 통한 교회 사유화 논란으로 한국 기독교 내부 및 시민사회가 시끄럽다. 한국 기독교의 교회 사유화는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되어왔다. 그렇다보니 일부 기독교 세력이 그에 대한 부끄러움을 깨닫고 2013년에 '세습금지법'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편법과 탈법, 나아가 위법을 저지르며 그들이 생명처럼 여기는 'God' 흔히 하나님을 속이기에 혈안이 된 듯한 모습을 연출하게 한다.

한국일보 강진구 기자의 9월 27일자 기사에 따르면 "세습금지법이 적용되자 세습을 위한 여러 변칙적인 방법이 등장했다. 아들에게 지교회를 설립해주고 담임목사를 맡도록 하는 방법(지교회 세습)은 그나마 약과다. 비슷한 규모의 교회 목회자끼리 아들 목사의 목회지를 교환하는 교차 세습 기법도 활용한다.

할아버지가 목회하는 곳에서 아들을 건너뛰고 손자가 목회직을 승계하는 징검다리 세습도 있다. 명성교회는 경기 하남시에 새노래명성교회를 따로 설립하고 명성교회의 설립자인 김삼환 담임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로 내정했다.

2015년 김삼환 담임목사가 은퇴하자 2017년 명성교회와 새노래명성교회의 합병과 동시에 김하나 목사를 명성교회 위임목사로 청빙했다. "지교회 세습과 합병 세습 방식을 섞어 활용한 셈"이라고 한다.

기독교 법률가들은 '한국 기독교가 탈세습의 기회를 걷어차고, 이 세상을 썩게 하는 존재'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세상의 소금을 자처하던 그들은 이제 세상의 부패덩어리가 되고 있다는 그들 내부의 비판이 아니겠는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북한의 세습을 보며 '한반도에서 전 세계적으로 유래없는 아들, 손자까지 권력을 세습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김씨 왕조 세습'이라고 연일 길거리를 장악하며 비난했던 그들이 아닌가? 그 당시 그들의 광기어린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 자신들에게는 너무나 뻔뻔했다. 왜 그 광기어린 외침이 자신들에게 향하지는 않는가? 하나님이 두렵지 않는가? 그런 두려움이 없다면 그 교회에 하나님의 존재는 의심스럽지 않은가? 기왕에 나온 세습이야기니 재벌 세습 이야기 하나 더 해보자.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세습은 어떤가? 세습과정에서 왕자의 난을 겪어내며 3대 세습을 이어가는 현대는 어떤가? SK는, LG는, 롯데는, 한화는, 두산은? 그들 총수 일가가 가지고 있는 그룹 내 지분율을 보면(공정거래위원회, 2017.5.1.일 기준) 삼성은 0.99%, 현대는 3.35%, SK는 0.32%, LG는 3.93%, 롯데는 2.27%, 한화는 1.64%, 두산은 2.17%이다. 총수 한 사람이 아니라 그 일가족이 소유하고 있는 지분율이 고작 0%대이거나 많다는 게 3%대다.

손톱만큼의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며 대대손손 세습까지 한다. 더더구나 온갖 위법·탈법·편법으로 세금을 횡령하고 면제받기도 한다. OECD 국가 중 한국의 기업처럼 세금을 적게 내는 나라가 어디 있나? 단순한 세금 도둑 뿐만이 아니다. 자식에게 회사를 차리게 하고 일감 몰아주기, 소위 공익재단을 설립한 후 편법 승계까지 한다. 그들은 한국 사회의 암덩어리가 아닐까?

600년간 세습되어온 정치 세력은 어떤가? 행정관료의 자식들이 행정관료가 되고 교수의 자식들이 교수가 되는 이 '꺾인 사다리' 신분 세습은 어떤가?

민주주의는 평등사회를 지향한다. 누구나 사다리를 오를 때 '같은 제약'을 받아야 한다. 규칙에서라도 공정해야 하는 것이다. 또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면 재시공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그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해 차별을 받은 사람에겐 정당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

뭐든 소유하고 독점하려는 천박성이 가져온 결과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아직도 민주주의와 너무 멀다.

민주주의를 위한 발걸음을 방해하는 주범이 세습이라면 너무 억지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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