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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규칙과 메달황은희(주부)
해남신문  |  kssjm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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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30  11: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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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차 바꿔라"

"응? 뭔 말이야?"

"산길도 막 다닌다는 외제차 그거 뭐더라, 아파트 주차장에서 봤는데…"

남편이 어떤 차를 말하는지 알 것도 같다. 크고 굉장히 힘이 세게 생긴 차다.

"그게 얼마나 비싼지 알아?"

"한 5년, 내가 더 열심히 일하면 되겠지. 내일 그냥 계약해. 그 차가 비싼 수입차거나 덩치가 더 큰 차였으면 그런 짓을 했겠어?"

제주도에서 난폭하게 추월 운전한 카니발 운전자에게 항의한 사람이 무참히 폭행당하는 동영상이 하루 내내 뉴스가 된 날 저녁에 남편이 뜬금없이 말했다. 아내와 아이들이 보는 데서 난데없는 봉변을 당한 피해 운전자의 차종이 내 것과 같은 거라면서. 마늘을 수매한 날에도 보리 한 가마니를 이만삼천원에 넘긴 날 저녁에도 깊게 한숨짓던 남편이 일억 원이 넘을지도 모르는 차를 사는데 5년 밖에 걸릴 리 없으니 그런 차를 탈 기회는 아마 없을 테지만 남편이 술기운에 내뱉은 말에 마음은 따뜻해졌다.

우연하게 '60일, 지정생존자'라는 드라마를 몰아 보게 되었다. '지정생존자'라는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인데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로 대통령을 잃은 이후의 상황을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각색한 정치드라마다. 최규하나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이 있었고 국내는 아니지만 아웅산 테러로 많은 관료를 잃은 역사적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제작진이 완전 허구라고 공언하는데도 개연성이 아주 없지는 않아 더 흥미로웠다. 몰입되어 보던 중에 후반부 어디쯤에선가 귀에 꽂히는 대사가 있었다.

"올림픽에 참여한 선수들은 게임의 규칙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는 게 아닙니다. 메달을 걸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거죠" 정치세력은 국민의 행복과 안위를 부르짖는다. 그러나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 권력쟁취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기 위해 움직인다. 인간성이니 도덕성이니 하는 단어는 메달 앞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그런데 이런 가치가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어 더 문제다.

나보다 돈이 없거나 힘이 약한 부류는 무시하고 무릎 꿇리고 나보다 센 사람에게는 스스로 무릎 꿇는다. 그래서 인터넷에 제주도 카니발이라고만 치면 검색되는 그 사건이 벌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느새 국민보다 권력이 우선인 세상, 사람보다 물질이 우선인 세상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렵다.

그런데도, 건강하게 건전하게 함께 살려고 애쓰는 작은 생각이 있어 다행이다. 전국 최초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한 해남군이 지급한 농민수당에 대해서 불평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해남군이 도깨비 방망이를 갖고 있지 않으니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된다고 말한다. 전국 최대 농군인 우리 지역에서 조차 이런 불평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쇠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경기 쇠퇴는 뒤로 하고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농민수당으로 지급된 해남사랑상품권이 농협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농민수당 지급이 미약하지만 그나마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해남군 농민회를 비롯한 농 관련 단체들이 갖고 있는 지역경제와 공존하자는 생각에서 나온 결과다. 이에 동조한 여러 기관들과의 협치의 결과다. 진흙탕 속에서 메달을 걸기 위해서만 사력을 다하는 소수의 선수들도 있지만 그래도 게임의 규칙을 지키면서 메달을 걸기 위해 노력하는 아주 많은 선수들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 않은가. 눈에 보이는 결과가 크지 않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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