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상승·구조물에 연안침식 심각
모래 채울 때도 비슷한 성질 모래로

▲ 만조 때면 바닷물이 해변으로 밀려들어와 도로와 인도를 침범하고 있다.
▲ 만조 때면 바닷물이 해변으로 밀려들어와 도로와 인도를 침범하고 있다.
▲ 연안침식에 의한 모래유실로 해변에 심어진 나무의 뿌리가 드러나고 있다.
▲ 연안침식에 의한 모래유실로 해변에 심어진 나무의 뿌리가 드러나고 있다.
▲ 와이키키해변은 모래유실을 막기 위해 곳곳에 구조물을 설치해 두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 와이키키해변은 모래유실을 막기 위해 곳곳에 구조물을 설치해 두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 모래유실을 막기 위한 모래포집기과 시설물이 해안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 모래유실을 막기 위한 모래포집기과 시설물이 해안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 싣는 순서 |

1. 해양쓰레기 바다 생태계 위협 적신호
2. '통영 바다 살리기' 민간이 적극 나서
3. 해양쓰레기·연안침식 해양수산부의 대처
4. 인공해변 수두룩한 하와이의 특별한 대책
5. 쓰레기섬 위협 받는 하와이 해양쓰레기 관리

하와이는 미국의 50개주 가운데 최남단에 위치한 북태평양 동쪽 섬이다. 온화한 기후와 아름다운 풍광으로 세계적인 휴양지이자 신혼여행지로 유명하다. 하와이 제도는 니하우, 카우아이, 오아후, 몰로카이, 라나이, 마우이, 카호올라웨, 하와이 등 8개의 큰 섬과 100개가 넘는 작은 섬들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약 600km에 걸쳐 이어져있다.

특히 하와이주 오아후섬 남해안의 호놀룰루에 있는 와이키키해변은 관광의 중심지로 연평균 6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등 하와이주 방문객 1000만명의 60%에 육박한다. 오하우섬은 제주도와 같이 화산폭발로 형성된 섬이다.

하지만 연안침식으로 와이키키해변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와이키키 해변은 인공적으로 조성됐다. 본래 습지와 영주들의 토지 그리고 작은 모래언덕으로 이뤄져 있었지만 인구가 늘고 도시가 팽창하면서 습지를 매립하고 전망이 좋은 바닷가 주변으로 해안 옹벽을 치고 고층빌딩들이 들어섰다. 넓은 백사장과 온화한 기후 등에 해안가에 들어선 멋들어진 호텔과 식당들로 사시사철 관광객이 찾는 휴양도시가 됐다.

하지만 계속되는 연안침식으로 만조 때면 바닷물이 해변으로 밀려 들어와 도로와 인도를 침범하고 해안가에 위치한 일부 건물들은 붕괴 위험마저 안고 있다. 와이키키해변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24만5000㎥ 모래가 해안선에 가득 차 있었지만 지금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1만㎥ 정도만 쌓여있다고 한다. 이마저도 호놀룰루시는 매년 침식으로 쓸려나간 모래를 채우기 위해 미국 본토에서까지 모래를 공급해 오고 있다. 인위적으로 모래를 공급함으로써 그나마 해변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인공사구를 만들거나 해변에 모래를 공급할 때도 더 큰 침식과 자연파괴를 불러오지 않기 위해 비슷한 성질의 모래를 찾는 등 연안침식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또한 해안가에 위치한 호텔 등 관광 사업주들이 모래언덕을 유지하기 위해 비용을 시와 공동으로 부담한다.

하와이주의 해안선을 관리하는 국토자연자원부(Department of Land Natural Resources)에 따르면 10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하와이 해안선의 70% 이상에서 침식이 진행됐으며 100년 동안 국토의 11m 이상이 잠겼다고 한다. 연안침식의 가장 큰 이유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다. 이와 함께 관광지 개발로 인해 호텔, 식당과 같은 건물이 해안가에 들어서고 전망 좋은 지역에 주거단지가 형성되는 등 무분별한 개발도 연안침식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지금은 최대한 토지이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고부가가치 개발사업은 허용해 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오아후섬에서 관광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A 씨는 "연안침식으로 해수면이 높아지고 모래유실도 갈수록 심각해져 모두들 와이키키해변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와이키키해변이 사라지면 관광산업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호놀룰루시는 침식을 줄이기 위해 제방을 쌓기도 했지만 이 같은 인공 구조물은 또 다른 침식의 원인이 되고 모래사장의 축소를 불러와 연안침식을 막는 좋은 대책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보니 구조물을 개선하는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와이 주의회는 허물어진 와이키키해변 방조제와 기타 인공구조물의 개선을 위해 1300만달러(한화 154억여원)의 예산을 승인했다고 한다.

사유지가 공공부지로 편입되기도
해안가에서 산 중턱으로 옮겨가

하와이 오하우섬 북쪽해안가 '노스쇼어'는 11㎞ 이상 해변이 펼쳐져 있고 20~30m 높이의 큰 파도로 서핑의 메카로 꼽히며 전 세계의 서퍼들이 모여든다.

하지만 이곳도 연안침식으로 백사장 위의 인명구조타워를 육지 쪽으로 이동시켜야 했고 해마다 열리는 서핑대회마저 취소됐다고 한다.

특히 해안을 따라 들어서 있는 대저택들은 연안침식으로 예전 육지이던 공간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사유지가 주정부에게 넘어가는 소유권 분쟁사태도 벌어졌었다. 하와이는 관습법에 따라 해안선은 육지의 가장 높은 지점에 남는 물 자국을 토대로 결정하는데 해안선이 바뀌면서 일부 주택의 개인 땅이 공공 해안선에 포함되는 상황에 놓였던 것.

이렇다보니 예전에는 해안가에 위치한 집이 가장 고가였다면 연안침식에 심각한 위협을 받는 지금은 부호들이 더 이상 해변에 살지 않고 산 중턱의 전망 좋은 곳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하와이는 해수면 상승을 고려해 지난 2012년 환경기후변화적응법을 통과시켰으며 이는 해안 주거지 범위를 어떻게 정하는지 등을 비롯해 각 카운티에서 해수면의 상승, 건축물의 수명, 해안으로의 통로는 있는지, 해안에 위험을 초래하는 것인 아닌지 등을 고려해 건축물이 들어서는 것을 통제하고 있다. 또한 연안침식으로 인한 지형의 변화와 함께 관광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끊임없는 연구와 조사로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 주정부 연안관리국은 인공위성을 통한 프로그램으로 해안을 면밀히 관찰하고 해안침식 발생지역 파악, 변화 추이 관찰, 개발해서는 안되는 지역 설정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또한 해변 곳곳에 모래포집기를 설치해 모래유실을 줄여나가고 있다.

하지만 연안침식의 원인이 다양하며 인위적인 대책에 한계가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와이의 연안침식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가장 큰 요인이지만 해안가에 설치된 인공구조물도 한 원인인 만큼 인공구조물 설치 최소화를 비롯해 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호놀룰루시 기후변화대응·지속가능한 부서의 매튜 곤서(Matthew Gonser) 매니저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과거에는 개발 등을 위해 해안가에 옹벽을 세웠어야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가치관과 이해관계가 변해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지금은 자연의 생태를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 경제적 이해관계로 시설물을 전혀 설치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피해가 예상되는지 면밀히 분석해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환경과 해양쓰레기 등과 관련된 비영리재단 팔레이(Parley)의 카히(Kahi Pacarro) 대표는 "한국에서 연안침식을 막기 위해 해안도로를 철거하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와이키키의 경우에는 인공해변이다보니 벽을 허물면 해안가에 들어선 호텔 등의 건물이 위협을 받게 된다. 와이키키는 하와이의 경제를 만드는 곳이다 보니 하와이의 생존과 재산을 유지하기 때문에 오히려 옹벽을 더 만들고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한국의 정책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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