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거리는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마구 떠오르고 안개처럼 스멀스멀 마음 속에 번져간다. 마음이 답답해져 올 때는 마음이 넓은 바다처럼 널찍해질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마음은 폐쇄체계이기 때문에 마음을 남에게 빌려올 수도 빌려줄 수도 없다. 내 마음에 불안·걱정이 점점 크게 자리잡으면 평안과 행복의 자리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예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사면서 잠든 사이에 걱정거리를 가져가 준다는 남미 과테말라산 걱정인형 세트를 사서 주변 사람에게도 주고 책가방에 매달아 놓은 적이 있었다. 논문 작성 때문에 시간나는 대로 틈틈이 공부하자는 생각에 이리 저리 책만 잔뜩 들고 다니면서 아무것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걱정거리에 눌려 살던 때였다.

전통 알록달록 예쁜 줄무늬 텍스타일 주머니에 인형 5개가 들어있는 주머니가 걱정거리를 해결해 주지는 못하겠지만 조그만 위로가 되고 고산지대 인디언 공동체 삶에는 중요한 수입원이 된다고 하니 말이다.

우리는 왜 끊임없이 걱정을 하는 것일까?

수많은 걱정거리의 근원은 불안이다. 인간심리는 당면한 과제보다도 먼 훗날의 문제를 끌여들여 걱정을 사서 함으로써 현실 문제를 회피하고자 하는 성향이 있다. 시험을 코앞에 둔 학생이 시험준비에 전념하기보다는 미래의 진로나 취업 등의 문제를 걱정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비현실적 미래에 대한 불안을 통해 당면한 현실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한다.

둘째, 그래도 걱정을 하면 문제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렇지만 미국작가 윌로저스는 "걱정은 흔들의자와 비슷하다. 앉아 있으면 뭔가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어디에도 이르지 못한다" 고 했다. 수많은 걱정들이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 마음이 걱정과 불안한 상태에 놓이면 인지체계가 오작동을 하게 된다.

자신에 대해서는 과소평가를 하면서 상대는 과대평가를 한다. 또한 자신에게 벌어질 수 있는 상황 중 가장 안 좋은 경우의 수, 가장 나쁜 결과를 상정한다. 이러한 인지왜곡은 불안을 줄여주기 보다는 오히려 불안을 가중시킨다.

걱정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에서 벗어나 '내가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중요한 것 같다. 자기 삶의 방향을 설정하고 차근차근 실천해 나감으로써 당장 해결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마음을 모아 기뻐하고, 쓸데없는 걱정거리를 만들어 내는 불안에서 벗어나 감사하고, 기도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공자는 "군자의 마음은 평안하고 넓으며, 소인의 마음은 항상 근심하고 걱정한다"고 했다.

내향적이고 소심한 편인 나는 살아가면서 걱정거리가 많은 편이다. 이제 나이가 어느덧 계란 두 판이 되면서 '오늘도 하루 하루 숨 쉬고 누리는 일상에 감사하기', '숙명처럼 주어진 하루의 삶을 부끄러움 없이 살기', '자기 일을 소중히 여기며 활기차게 살기'라는 다짐이 걱정거리에서 벗어나는 길이라 생각해본다.

"해결 될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고, 해결 안 될 문제라면 걱정해도 소용없다" 「티베트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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