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구조물 등 모래유입 막아
원인 파악해 연안침식 막아야

▲ 화원면 오시아노관광단지 내 조성된 인공해수욕장은 모래유실로 개장 1년만에 해수욕장으로서의 기능이 상실해 지금까지도 방치되고 있다.
▲ 화원면 오시아노관광단지 내 조성된 인공해수욕장은 모래유실로 개장 1년만에 해수욕장으로서의 기능이 상실해 지금까지도 방치되고 있다.
 
 

| 싣는 순서 |

1. 해양쓰레기 바다 생태계 위협 적신호
2. '통영 바다 살리기' 민간이 적극 나서
3. 해양쓰레기·연안침식 해양수산부의 대처
4. 인공해변 수두룩한 하와이의 특별한 대책
5. 쓰레기섬 위협 받는 하와이 해양쓰레기 관리

해남지역의 아름다운 백사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해남군의 대표 해수욕장인 송호해수욕장은 매년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모래를 쏟아 붓는다. 송호해수욕장은 조류흐름에 따라 여름에는 모래가 쌓이고 겨울에는 빠져나가는 것이 반복돼야 하는데 십여년 전부터 각종 시설물들로 인해 모래가 유입되는 통로가 막혀 모래를 구입해 인공적으로 유입해줘야만 해수욕장으로서 기능이 가능한 실정이다. 바닷가에 설치된 해안옹벽과 방파제 등이 송호해수욕장 모래유실의 가장 큰 영향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2008년 83억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한 화원면 오시아노관광단지내 블랑코비치 인공 해수욕장도 모래유실로 개장 1년만에 해수욕장으로서의 기능이 상실해 지금까지도 방치되고 있다. 블랑코비치 해수욕장은 1㎞ 길이 백사장이 펼쳐진 동양 최대 규모로 갯벌에 1m 두께의 모래를 덮고 수중보를 설치해 조석간만의 차에 상관없이 24시간 해수욕이 가능하도록 조성했지만 시범개장 1년 만에 모래 대부분이 쓸려나가 갯벌이 드러나 흉물스럽게 변했다. 이곳을 조성한 한국관광공사는 모래가 많이 유실됐지만 이를 보충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결국 손을 떼게 됐다.

백사장이 줄어들고 해안가 주택에 균열이 가고 해안도로가 붕괴되는 등 해안침식이 진행되고 있다. 해안침식은 해수면 상승과 지구 온난화를 비롯해 무엇보다 무분별한 개발이 원인으로 꼽힌다. 도시화에 따라 육상에서 바다로의 모래 유입이 줄고 골재 자원 확보를 위한 바다 모래 채취, 모래의 흐름을 교란시키는 항만과 방파제 등 인공구조물 설치가 원인이 되고 있다.

때문에 해안가 자치단체는 해양쓰레기와 함께 연안침식이라는 또 한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부산시 해운대해수욕장 등 국내 대부분 해수욕장이 인공 구조물 등에 의한 모래 유실로 여름만 되면 모래를 구입해 해수욕장을 정비하고 있다.

<참고 영상> https://youtu.be/iFZNHf5tWBI

특히 해남은 리아스식 해안을 가지고 있어 해수면 상승에 의한 영향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해남군 기후변화 대응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수산 부문에서 2순위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해안모래확보 및 유실 원인규명을 들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연안환경 변화는 연암 침식으로 이어졌고 모래유실로 많은 피해를 보는 지역이 발생하고 있다. 용역사는 오시아노의 경우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모래유실로 해수욕장 개장을 못하고 있고 송호리해수욕장도 매년 예산을 들여 모래를 쏟아 붓고 있다며 모래유실의 원인을 규명하고 모래 포집기 설치사업 등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해양수산부가 실시한 2018년 연안침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해남 송호해수욕장은 침식등급이 C에서 B로 상향됐다. 반면 금호지구는 B에서 C로 하향됐다. 해수부는 전국 250개소에 대한 기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며 해남지역에서는 산이면 금호지구, 화산면 구성1지구, 송지면 미학지구, 송호해수욕장 등이다. 미학지구는 지난 2017년과 같은 C등급을, 구성1지구는 B등급으로 조사됐다. A등급은 양호, B등급은 보통, C등급은 우려, D등급은 심각이다. <표 참고>

 
 

실태조사 결과 금호지구는 서측구간 모래유실로 자갈분포 구간이 확대되고 자연해안구간 포락이 발생하고 있어 포락 방지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호지구에는 연안정비사업으로 호안시설 500m 건립이 계획돼 있다. 구성지구는 중앙 및 남측구간 모래 퇴적으로 자갈분포구간이 감소하고 있지만 연안정비사업 완료에 따른 사후 모니터링의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학지구는 석축호안 140m, 블록호안 306m가 완료됐지만 중앙구간 해양쓰레기 유입이 많아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송호지구는 남측구간 모래 퇴적으로 전년 대비 해빈폭과 단면적이 증가돼 비사 피해 방지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호해수욕장은 백사장 침식 지역으로, 구성지구는 호안붕괴 지역, 미학지구는 사구포락 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해수부는 연안침식 실태조사 등을 바탕으로 연안침식을 예방코자 현재 제3차 연안정비 기본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요조사 결과 400개소에 3조3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0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연안정비사업은 태풍이나 고파랑,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해 훼손 또는 유실된 연안과 백사장 등을 환경친화적으로 정비하는 사업이다.

연안정비사업에는 침식을 줄이기 위해 인공적으로 설치했던 시설물을 과감히 없애는 사업도 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 태안군에 위치한 꽃지해수욕장 사구복원사업을 꼽을 수 있다.

해양수산부 항만국 항만연안재생과 홍원식 과장 "인공시설물들이 모래가 바다로 들어가는 길을 막아 연안침식이 발생하고 있다"며 "때문에 시범사업으로 제2차 연안정비계획에 반영해 꽃지해수욕장에서는 모래의 유입을 막는 해안도로를 제거하는 사업 등을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태안군 안면도에 위치한 꽃지해수욕장은 고운 모래밭과 해송 등이 절경을 이뤄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았다. 하지만 백사장이 자갈밭으로 변하는 등 모래 유실로 해수욕장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994년 해안도로 개설을 위해 옹벽을 설치한 이후 눈에 띄게 모래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넓은 백사장이 고루 분포하고 배후에는 모래언덕인 사구가 발달돼 있었지만 배후지에 해안도로가 개설되고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잦은 너울성 파도 등으로 침식이 급격히 진행돼 모래언덕이 사라지고 곳곳에 자갈과 암만이 노출되는 등 백사장이 황폐화된 것. 반면 인근에 위치한 삼봉해수욕장은 대나무를 엮어 만든 모래 포집기가 설치돼 있어 모래유실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에 해수부는 220여억원을 투입하는 꽃지해수욕장 연안정비사업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지난 2016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꽃지해수욕장 해변 3㎞ 구간 해안도로를 철거하고 사구를 복원하고 있다. 또한 580m 규모의 방품림을 조성하고 옹벽 철거·모래 채움 사업도 추진 중으로 2020년 9월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인공 구조물을 설치했다가 또 다시 막대한 예산으로 이를 없애게 된 이번 사업은 해안가의 무분별한 인공 구조물 설치의 폐단을 보여주고 있어 각종 시설물 설치 시 연안침식를 충분히 고려한 사업검토가 필요시 되고 있다.

 

| 인터뷰 | 홍원식 (해양수산부 항만국 항만연안재생과 과장)

 
 

"보존과 개발 양립할 수 있는 방안 필요"

- 연안침식이 심각하다.

정부는 침식이 심한 지역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 중에 있다. 동해안은 파랑과 파고에 의해, 서남해안은 모래채취 등으로 인한 침식이 발생하고 있다. 연안침식에 대한 위기감을 느낀 일부 자치단체는 직접 모니터링을 하기도 한다. 연안침식을 막기 위해서는 자연의 형상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지역별로 침식의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 연안 관리는 보존과 개발이 양립돼야 한다. 자치단체는 해안가에 탐방로 개발을 위한 데크 설치를 지양해야 한다.

- 연안침식을 줄이기 위한 해수부 정책은.

정부는 해일, 파랑 또는 연안의 침식 등으로부터 연안을 보호하고 훼손된 연안을 정비하는 사업과 연안을 보전 또는 개선하는 연안보존사업과 군민이 연안을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친수공간을 조성하는 친수공간 조성사업 등 연안정비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3차 연안정비기본계획(2020~2029년)을 수립코자 자치단체 의견을 수렴하는 찾아가는 행정서비스도 가졌다. 시급성 등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행되지만 예산 부족으로 시행하지 못하는 사업들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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