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번역 안내 오류투성이
관습 탈피, 꼼꼼한 검수 필요

▲ 해남군관광안내도에 외국어 번역이 엉터리로 표기되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 해남군관광안내도에 외국어 번역이 엉터리로 표기되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해남군 관광안내도에 기재된 외국어 번역 내용이 오기·오역된 엉터리 상태여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대흥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만큼 타지역 관광객 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끌어들일 수 있는 관광 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어서 관광안내 전반을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산면 두륜산도립공원 내에는 대흥사를 알리는 관광안내도가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지난 6월 해남을 방문한 관광객 A 씨는 안내판을 읽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외국어 번역 상태가 엉터리였던 것이다.

A 씨는 "안내판을 읽어보고 깜짝 놀랐다. 영어나 한자 번역이 너무 엉터리였다. 호국대성사 서산대사를 영문으로 번역하면서 외교대사라는 뜻의 'Ambassador Seosan'이라고 표기했다. 문맥에서 의미하는 바는 'the Buddist Great Master Seosan'로 번역하는 것이 낫다"며 "해당 언어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 제대로 된 표기로 바로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A 씨가 읽은 관광안내도는 두륜산도립공원 상가 주차장에 설치된 것과 버스정류장 옆 안내도였다. 해당 관광안내도는 천년가람 대흥사를 소개하는 내용을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각각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영문에서는 신라 진흥왕을 번역하며 'Silla'를 빠트리기도 하고, 한문에서는 서산대사의 이름과 대흥사 전각들을 온통 틀린 단어로 표기했다. 서산대사는 '西山大師(陈山大师)'로 표기해야 하지만 전혀 다른 한자인 '베풀 진(陈)'을 사용해 '진산대사로 표기했고 전각 중 '침계루(枕溪樓)'를 베개 침(枕)과 시내 계(溪) 대신 화할 충(충)과 정수리 정(頂)을 사용해 '충정루(충頂樓)'로, 천불전(千佛殿)은 일천 천(千) 대신 베풀 진(陈)을 넣어 '진불전(陈佛殿)'으로 오기했다.

'응진당(應眞堂)'은 응할 응(應)과 참 진(眞) 대신 한자 음만 같은 매 응(鷹)과 보배 진(珍)을 사용해 '응진당(鷹珍堂)'으로, '천불상(千佛像)'은 모양 상(像) 대신 서로 상(相)을 사용해 '천불상(千佛相)'으로 오기했다. 또한 '표충사(表忠祠)'는 사당 사(祠)가 아닌 절 사(寺)를 사용해 '표충사(表忠寺)'로, '일지암(一枝菴)'은 '일일암(日日庵)'으로, '북미륵암 마애여래좌상(北彌勒庵 磨崖如來坐像)'은 '북미암혼 련여래좌상(北美岩婚 恋如来坐像)’ 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상가 주차장에 설치된 관광안내도는 9년 전 세워졌다가 지난해 태풍으로 인해 무너져 다시 설치한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재설치하면서 내용을 손보지 않고 기존 자료를 사용해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흥사 전각은 대흥사 홈페이지에 전각 이름과 현판 사진까지 올려둔 상태여서 올바른 표기를 찾기 쉬운데도 불구하고 오자가 난 상태로 관광안내도를 제작했다.

또한 두륜산도립공원 안내도에는 두륜(Duryun)이 두린(Doolin)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관광안내도 관리는 지난해까지 해남군청 관광개발팀에서 담당해오다가 올해 관광마케팅팀으로 이관됐으며, 이 때 전수조사를 진행해 214개의 관광안내도가 확인됐다. 문화재팀에서 관리하는 안내판은 대흥사와 미황사 등 국자지정문화재를 중심으로 지난해 기준 20개가 설치돼 있는데, 번역 수준은 관광안내도보다 양호하지만 일부 글자가 지워져 가독성이 떨어진 상태다.

문화관광해설사들도 관광객들에게 틀린 표기에 대한 지적을 받는 경우가 있다며 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관광안내도는 관광객들이 처음 접하는 해남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만큼 정확한 설치 지침과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어 내용을 보는 관광객이 적더라도 해남의 이미지에 먹칠하지 않기 위해서는 꼼꼼한 내용 검수가 필요기 때문이다. 특히 대흥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더욱 신경써야 할 곳임에도 불구하고 관습적으로 제작해 아쉬움을 주고 있다.

군 관광마케팅 관계자는 "검수를 꼼꼼히 받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한국관광공사에 의뢰해 정확한 내용으로 번역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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