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민간인으로서는 우리나라 역사상 두 번째로 국가유공자에 지정됐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국민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곳이다. 지난 2000년 보건복지부가 종합병원 중 국립의료원을 중앙응급의료센터로 지정하면서 2002년 1월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고작 2팀, 12명뿐이었고 윤 센터장도 응급의료기획팀장으로 함께 했다.

윤 센터장은 모교인 전남대학교에 응급의학과가 생기자 곧바로 자원해 제1호 전문의가 됐다. 평소 응급환자 치료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윤 센터장은 대학병원 교수보다 이제 막 문을 연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일하길 원했다. 2012년에는 센터장을 맡아 공직사회와 병원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응급의료서비스가 사회간접자본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분골쇄신해왔다. 윤 센터장과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중앙응급의료센터는 닥터헬기 도입 등 응급의료환경 개선을 이뤘고 지금은 8개 팀과 전국 16개소 응급의료지원센터를 관리하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헌신해온 윤 센터장은 평소 주중에는 집에 귀가하지 않는 일이 많았고, 대신 행정동 센터장실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일을 해왔다.

특히 중앙응급의료센터는 명절이 다가오면 전국의 응급실과 권역외상센터 병상을 관리해야 해 업무가 늘어난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윤 센터장은 공식 업무 일과를 마친 지난 1일 이후에도 귀가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업무 마무리를 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윤 센터장은 고향인 해남을 방문하기로 해놓고 연락이 닿지 않자 직접 찾아온 아내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윤 센터장의 사인은 고도의 심장동맥 경화에 따른 급성심정지로 나타났다.

윤 센터장은 죽기 전 여러 차례 센터장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동료들은 윤 센터장의 사퇴 의사가 평직원으로서의 시각으로 응급의료를 살펴보고 체계를 구축하고 싶었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대학병원의 이름난 교수가 될 수도 있는 그였지만 오로지 긴박한 생사의 갈림길에 선 국민들을 위해 살고자 한 것이다.

응급환자가 제때 적절한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아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것, 이를 위해 정책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자 했던 고 윤한덕 센터장. 그의 숭고한 뜻은 응급의료뿐만 아니라 군민이 생활하는 모든 분야에 적용되어야 한다. 오직 사명감으로 이끌어온 윤 센터장의 삶을 역사 속에만 간직할 것이 아니라 군민들의 일상에 녹여낼 수 있도록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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