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진(즐거운 오감놀이터 우리들 놀꽃 대표)

 
 

저출산 고령사회와 저출생 고령사회는 다른걸까?

며칠 전 신문에서 경남도 저출생 극복 사업 공모에 진주. 창녕이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저출생 고령사회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실정에 맞는 사업을 발굴한 시·군에 도 사업비를 지원해준다는 내용으로 육아·패밀리행복센터를 만들고 연회비 2만원에 장난감 은행을 운영하고 맘 편한 놀이터를 조성 한다는 기사였다.

저출산 고령사회는 익숙한 단어지만 저출생 고령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사업이라 하니 한글자의 차이로 의미가 달라지는걸까? 궁금해서 의미를 찾아보았다. 저출산은 아이를 적게 낳음을 뜻하고 저출생은 일정한 기간에 아이가 적게 태어남을 뜻한다. 저출산과 저출생은 한 글자 차이지만 저출산은 인구 감소 문제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용어가 저출생이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여성이 아이를 적게 낳아 저출산 사회 문제가 아니라 현 사회 현실이 아이가 적게 태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인식 하고 다같이 고민하고 극복해야 하는 문제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출산'하는 여성 대신 '출생'하는 아이 중심으로 바라보자. 최근 국내 문화계나 종교계를 중심으로도 이처럼 새로운 시각으로 인구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저출산 현상이 사회 문제이기 이전에 개개인의 행복이나 생명 존중의 관점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는 시각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출산'을 '출생'이라는 성(性) 중립적인 단어로 대체해서 쓰자는 시도는 이런 움직임 중의 하나이며, '출산율', '저출산' 대신 '출생률', '저출생'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출생률(Birth Rate)'라는 단어가 '출산율(Fertility Rate)'보다 훨씬 더 많이 쓰이고 있고, 그것은 '출산'하는 여성 대신 '출생'하는 아이에 더 초점을 맞춘 시각인 것이다.

이런 변화를 통해 소중한 생명을 우선으로 하고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생기면서 '어미 모(母)'자만 들어가는 유모차는 평등 육아 개념에 반하니 아이가 중심이 되는 유아차로 부르는 것이 맞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해남에서도 저출산에서 저출생으로 바꿔 쓰는 건 어떨까?" 2012년부터 해남군은 앞서가는 출산정책으로 6년 연속 합계출산율 1위라는 성과를 얻었으며 해남군의 성공사례가 전국 지자체의 모범사례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도 앞서가는 출산정책으로 해남군의 임산부 또는 영·유아 부모들은 다양한 혜택과 도움을 받고 있고, 셋째, 넷째까지 자녀를 낳은 가정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출산율은 높지만 인구수는 점점 줄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사회 활동을 하는 여성은 출산과 동시에 경력단절, 독박 육아, 일자리, 교육, 삶의 질 개선 등 꼬여있는 실뭉치처럼 한번에 풀어낼 수 없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있을 것이다.

'저출산'에서 '저출생'으로 바꿔 쓴다고 출생률이 높아지진 않겠지만 사회 현실이 아이가 적게 태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인식 하고 다같이 고민하고 극복해야 하는 문제로 여긴다면 문제의 해결과 대책 방안은 하나씩 생겨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한마디 말이 세상을 바꾸는 시작일 수 있다. 단어 하나가 생각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면 행동을 바꿀 수 있다. 어린 아이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부모와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큰 기쁨이고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인구문제 자체보다 인간의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아이가 즐겁고 부모가 행복한 곳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곳이 해남이 되도록 같이 고민하고 노력해 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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