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일본관광 필수구매품이 코끼리표(象印) 전기밥솥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1983년 1월 부산 지역 주부들이 단체관광에서 코끼리밥솥 등 일본제품을 잔뜩 사들여 왔고, 이것이 일본신문에 보도되면서 국내에서 파문이 일었다. 결국 여행사 관계자가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사법처리 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들어 우리 기술로 만든 전기밥솥이 시장을 평정하였고 이제는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관광시 쇼핑 목록 상위를 차지하는 상황으로 역전되었다.

해방 후 식민체제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우리나라에 미치는 일본의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은 상당했기에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전 산업계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득실을 계산하면서 만지작 거리고 있는 화이트 리스트 제외 조치를 하면 장기적으로 더욱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고전 맹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맹자에는 '7년 된 병을 고치기 위해 3년 묵은 쑥을 구한다(七年之病求三年之艾·칠년지병구삼년지애)'라는 비유가 나온다.

맹자가 이 비유를 든 것은 군주가 나라를 다스릴 때 인자함과 자비로써 해야 함을 말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되면 물이 위로부터 아래로 흐르듯 자연스럽게 백성들이 모여 들어 강한 나라가 되지만 조급한 마음으로 무력으로 다른 나라를 정벌해서 큰 나라가 되고자 한다면 마치 7년된 병을 고치려고 3년된 약쑥을 구하는 환자처럼 오히려 나라가 망하게 됨을 말하고자 함이었다.

당장 병을 고치는데 3년 말린 약쑥이 필요하다고 하면 사람들은 말려진 약쑥을 찾기 위해 사방으로 찾아 헤멘다. 그렇다고 쉽게 구해지는 것이 아니기에 안절부절 못하면서 여기저기서 풍문으로 주어들은 다른 약을 써보기도 하겠지만 시간은 마냥 흘러가고 병을 고치는데 결국 실패하고 병자는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평소에 준비 않고 있다가 갑자기 일을 당해 필요한 것을 구하려고 하면 이미 때가 늦는다고 할 수 있다.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에 대증적 조치나 마법적 해결책을 모색한다면 시간이 흘러도 그 상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렇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라도 이리저리 찾아다니며 시간 낭비 하지 않고 쑥을 말리기 시작했다면 3년이 지난 다음 10년째에는 병을 고칠 가능성과 기회가 있는 셈이다.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우리는 일본과의 무역에서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해 본적이 없고 그 적자누적액 6000억 달러가 넘는 실로 엄청난 수준이다. 상시적인 무역적자와 산업기술의존이라는 중병을 앓고 있는 병자임을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병을 고치려면 지금 부터라도 약쑥을 말리기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소재나 부품은 기초과학과 연관된 분야이다. 우리는 그동안 모방과 압축을 통해 속성으로 산업규모를 키워왔다.

당장 돈벌이가 되는 응용학문 중심과 단기간에 성과물을 요구하는 교육 시스템하에서는 진정한 과학강국, 제조업 강국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하기 어렵다. 이제부터라도 교육시스템개혁과 산업구조 개편이라는 약쑥을 말리기 시작해야 병을 고칠 수 있다. 무릇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때 과감한 결단과 실천하는 용기가 중요하지 늦은 때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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