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해남 청년 다문화2세 어디쯤에 있나
3. "우리 얘기도 들어주세요", 우리도 똑같은 대한민국 청년졸업 후 갈 곳 없는 청년 다문화 2세
취업 준비 많아, 가정 상황 등 작용
이창섭 기자  |  nonno@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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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15  11: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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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다문화 특혜 지원을 중단하라는 청원이 종종 올라온다.
   
▲ 어머니 나라인 일본을 방문한 A 씨. A 씨는 취업을 해 돈을 벌어 가족들이 일본 여행을 함께 하는 것이 꿈이다.
   
▲ 도표는 해남신문사와 해남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지난 5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중 일부.

| 싣는 순서 |

1. 해남 다문화 2세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나
2. 나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3. 청년 다문화 2세, 빈곤·편견의 대물림
4. 다문화 2세들의 멘토·멘티가 답이다
5. 다문화 진로·취업 제도 어떻게 해야 하나
6. 청년 다문화 2세, 고민과 공론화가 필요하다

지난 5월 해남신문과 해남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만 19세 이상 다문화 청년 1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10%가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휴학이라고 답한 사람까지 합쳐 이른바 하는 일이 현재 없는 다문화 청년이 전체의 11%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취업을 한 다문화 청년들은 전체의 29%였지만 이 가운데 일용직근로나 아르바이트 근무도 10%에 달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지난 6월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이 10.4%임을 감안하면 뚜렷한 차이점을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이면에는 차이점이 있어보인다.

청년 다문화 2세 청년들과 직접 면담 등을 통해 취재를 해본 결과 상당수가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고 특히 취업을 했다가 회사에서 나와 다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진학이나 진로, 그리고 사회생활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산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적응 못하고 퇴사하는 다문화 청년들

올해 22살인 A 씨. 어머니가 일본 출신인 그녀는 해남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올해 2월 광주에 있는 2년제 대학을 졸업했는데 현재 자신을 취업준비중이라고 소개했다.

해남에서 특성화고 정보처리과를 졸업한 그녀가 2년제 대학 세무회계과에 진학하고 대학 졸업 후에도 취업준비중인 사연은 이렇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한 사무실에서 회계직 인턴생활을 시작했는데 더 좋은 장래를 위해 대학에 가라는 어머니의 충고에 따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년제 대학에 들어간 것이다.

여러 대학에 지원을 해서 한 학교의 보건행정직에 합격했고 또 다른 학교에서는 세무회계과에 합격했다. 고등학교에서 접해보지 못한 보건행정직의 경우 힘들 것 같아 고등학교 때 경험이 있고 또 학교가 광주에 위치해 있어 큰 곳에서 도전해보자는 심정으로 세무회계과를 선택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취직을 위해서는 세무실무 2급이나 세무 2급 같은 자격증을 모두 획득해야 했는데 세무 2급은 3번만에 합격한데 반해 세무실무 2급은 4번이나 낙방을 했다.

1학년 2학기부터 광주에서 자취 생활을 하게 된 그녀는 취업이 늦어지며 결국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근에는 해남에 있는 집으로 돌아와 다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졸업 후에 취업을 못해 석달동안 고깃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다시 마음을 잡고 고향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그녀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취업이다.

2남 2녀 중에 장녀로 바로 아래 남동생은 항해사로 취업이 됐지만 아직 두 동생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있지만 보통의 다문화가정이 그렇듯이 다자녀고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은데다 첫째들의 경우 대부분이 20대에 접어든 청년으로 어찌보면 동생들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감에 그녀 또한 본인의 현재 처지가 편치는 않다.

그녀를 특히 마음 아프게 하는 것은 아직도 일부에서 다문화사회를 인정하지 않고 다문화가정에 대해 여전히 편견스러운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문화가정하면 으레 취약계층으로 낮춰보고 특히 반일 감정이 높다보니 동네에서 일부 마을 주민들이 자신에게 스모 선수를 닮았다고 비꼬는 등 사회생활을 할 때도 그같은 편견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A 씨는 "다문화가정의 경우 다자녀가 많다보니 특히 첫째들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취업을 먼저 생각하고 진학을 꿈도 꾸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저는 오히려 어머니가 더 나은 장래를 위해 대학에 갈 것을 추천해 진로를 바꿨는데 앞으로 열심히 준비해서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의 꿈은 몇 년 전 다녀온 어머니 나라 일본을 가족이 모두 함께 가는 것이다.

집안 사정 때문에 취업을 먼저 생각하는 다문화가정의 청년들, 더 나은 장래를 위해 자녀들이 대학교를 가기 원하는 부모들. 그렇게 갑자기 바뀐 진학과 진로는 이들에게 또 다른 어려움이 되고 있다.

올해 21살인 B 씨는 어머니가 중국 조선족 출신이다. 해남에서 특성화고등학교를 올해 졸업한 B 씨는 적절한 진로를 찾지 못한 채 서울에서 마트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하다 지난 봄부터 취업의 길로 나섰다.

사무실에서 서류를 정리하거나 일용직들의 급여를 지급하는 회계업무 등 여러 가지 일을 찾아 나섰지만 정착하지 못하고 회사를 금방 뛰쳐나왔고 지금은 취업을 준비중인 상태다.

그녀는 회사를 그만둔 이유가 자신이 적응을 하지 못한 게 아니라 직장 동료들의 편견과 의도치 않는 행위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B 씨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우연한 자리에서 어머니에 대해 얘기하거나 내가 다문화 2세라는 말을 하게 되는데 그 이후부터 직장동료들이 저를 보는 시선이 바뀌었어요. 저를 얕잡아 보기도 하고 한 직장에서는 성희롱까지 겪다 보니 결국 직장을 나오게 됐어요"

그녀는 앞으로 취업을 하게 된다면 직장 안에서 동료들에게 자신이 다문화 2세라는 것에 대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가족부의 2018년 전국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문화 청년 10명 중 1명은 지난 1년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차별을 가한 당사자는 친구가 64%로 가장 많고 고용주·직장동료가 28.1%로 나타났다.

다문화 특혜 폐지 바람직한가

최근까지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다문화 지원특혜를 폐지하라는 청원이 종종 등장했다. 다문화 대입특별전형이나 정착금 지원, 다문화가족 고향 방문 지원, 임대주택 특별공급, 보육료·육아도우미·학원비·출산비 지원, 대출금리 할인혜택 등.

그들은 '다문화가 무슨 벼슬인가?' '애국지사인가?' 라며 국민 세금 거둬서 외국인, 다문화에겐 과도한 혜택을 주며 한국인들은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법무부는 논란이 커지자 지난 4월 소득·재산 수준에 관계없이 다문화가족이면 우선적으로 지원해주는 여러 가지 특혜에 대해 국민 의견을 수렴해 올해 말까지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문화가족 전체가 정부 지원을 받아야 할 소외계층으로 낙인돼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또 과도한 특혜도 없어야 한다. 그러나 한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현재 청년 다문화 2세를 위한 특혜는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대입에서 적용되는 다문화 특별전형이 있지만 이는 '고른기회전형'을 말하는 것으로 농어촌, 다자녀, 기초수급세대, 다문화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또 대부분 대학교가 정원내가 아닌 정원외로 소수만을 뽑고 있다. 다문화라고 해서 가점을 주거나 무조건 채용하는 회사나 공기업도 없다.

청년 다문화 2세들은 우리나라 여느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진학과 진로, 취업의 고민에 쌓여있다.

거기에 사회적 편견과 가정 상황 등이 맞물려 어찌보면 더 힘든 상황일 수도 있다. 그들에게는 진학과 진로, 취업 과정에서 특혜가 아닌 더 많은 관심과 제도적 지원을 필요로 한다. 그동안 우리 정부와 사회는 청년 다문화 2세에 대해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왔다.

다문화 특혜를 논할 수는 있지만 청년 다문화 2세에 대한 고민과 해법 또한 함께 필요한 대목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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