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로컬푸드 직매장 부지매입 안건이 군의회에서 부결되면서 상당기간 사업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덕분에 푸드플랜과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논의의 장이 마련된 것은 먼 미래를 위해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수입 개방과 세계화 흐름 속에서 우리농업이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동안 정부는 규모화와 기계화를 추진 단일작목 중심 규모화로 농업구조 개선을 도모해왔다. 이는 결과적으로 가족농·중소농·고령농이 농업정책에서 소외되고 농사만으로는 생계유지가 불가한 농민이 40%에 이르는 농가소득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한편으로는 우리가 소비하는 농산물이 정체불명이라는 전지구적 먹거리 공급체계의 위험성을 벗어나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 순환체계를 지역에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 '푸드플랜'이다. 푸드플랜은 지역농민이 중심이 되어 농민시장, 장터, 상설직매장, 제철꾸러미사업, 학교 및 단체급식 등 다양한 형태로 추진된다. 로컬푸드 사업은 푸드플랜의 하위사업에 속한다.

이제 출발선에 서있는 해남군 푸드플랜의 정착과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소농과 마을 공동체 중심, 공공성 유지라는 두 가지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먼저 농업생산과 복지, 고용, 돌봄이 결합시켜 영리성 추구나 규모화·계열화가 아닌 풀뿌리 조직 중심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또한 운영주체를 제3섹터로 구성해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민관거버넌스 구축과 공공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가치와 철학, 생산, 조정실행의 3부문의 주체별 역할과 수행기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 수행해 나가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고 난관이 많지만 아래와 같은 과제를 하나씩 하나씩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

첫째, 지역에서 생산된 안심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겠다는 가치와 철학에 충실해야 한다. 둘째, 중소농·고령농·가족농과 복지기관이 주체적으로 참여해 소득증가와 농촌활성화, 더나아가 돌봄과 삶의 보람으로 이어지는 생산자 조직 구성이 핵심 선행과제이다. 셋째, 생산된 농산품을 농민들이 직접 판매하는 직판장을 참여자 모두의 접근성과 상권을 고려해 확보하고 판매와 훈련, 식생활 교육 등이 가능한 다기능 거점공간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주민이 적극 참여하고 토착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상기조건이 충족되고 사업이 안정된 다음에 외지인이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사업으로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푸드플랜은 지역내 먹거리 생산·가공·유통·소비에 관한 총체적 체계(Total System)이라는 점과 기존의 체험활동이나 산지유통사업과는 결이 다른 사업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당장 외부 관광객을 고려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고 군민 모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접근성과 기능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가 핵심과제이다. 결국 생산자도 소비자도 모두 군민이기에 군의원이 서운하다고 말하기 이전에 군민 목소리에 진정으로 귀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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