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안(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

 
 

우리나라는 강소국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남한만 볼 경우, 2017년 기준 10만㎢ 면적에 약 5180만 명이 살고 있다. 육상교통에 한정하면 자동차 대수가 총 2253만 대로 가히 자동차 공화국으로 불릴만하다. 2.3 명당 1대씩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도로도 잘 닦여 있다. 도로 총길이가 11만km로 단위 면적인 ㎢당 1.1km에 달하고 있다. 농어촌이든 도시든 골목마다 잘 포장된 도로가 우리 앞에 펼쳐져있다. 강소국으로서 체면도 구긴 면도 있다.

바로 교통사고이다. 우리나라 도로에서 2000년 교통사고 29만 건에 부상자수 42만 7000명, 사망자 1만236명이었으나 개선되어 2018년에는 각 21만7000건, 32만3000명, 3781명으로 줄어 들었다. 사망사고는 주로 보행자를 대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18년 1487명의 보행자가 사망하였다.

이러한 교통사고 총 건수 기록은 OECD 가입국가 32개국 중 인구 10만 명당 발생건수 기준으로 최하위 수준인 31위를 보이고 있다. 다행히도 보행자 교통사고와 사망자수는 2000년 초부터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다. 하지만 인구 10만 명당 보행자 사망자수는 OECD 회원국가의 평균인 1.4명에 비해 2.9배인 4.1 명으로 매우 높다. 아직은 교통 안전과 교통 문화가 강소국의 도약에 하나의 걸림돌인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홍다희 외, 2018)에 따르면, 교통사고에 취약하게 노출되는 보행자들은 주로 어린이와 고령자로 밝혀지고 있다. 앞의 분석이 교통약자에 대한 조사이긴 하지만, 교통 안전과 교통 문화에 대한 근본 물음도 던지고 있다. 도로와 교통은 무엇을 위해 기능해야 하는 가이다. 모든 통행의 최종 수단은 보행이라는 점에서, 교통은 우선적으로 사람을 위해 특히 보행자를 위해 쓰여져야 한다. 정부도 뒤늦게 이러한 보행자 위주의 정책에 눈을 돌려, 2018년 교통안전기본계획에 신호기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 운전자의 일시정지 의무조항을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고 할 때로 더욱 강화하려 추진중이다. 신호기 없는 횡단보도에서도 일시 정지의무를 2018년 추가하였다.

이러한 법 개정과 법 개정 시도는 정부의 보행자 보호와 교통 사고를 줄이려는 노력으로 환영받을 만하다. 다만 교통선진국에서 선진 사례를 참고하고 우리나라 사정에 맞는 몇 가지 제도 도입과 운영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대부분의 신호기 없는 횡단보도에서 그렇지만 횡단보도에 이미 진입하여 건너는 보행자를 차량이 무시하고 저 멀리 100m 쯤에서도 가속으로 달려 보행자 앞을 주행하는 경우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 이런 행위는 차량이란 물리력을 이용하여 보행자를 위협하고 무시하는 대표적 행위로서 교통 문화를 저질적으로 만들고 있다. 일부 유럽국가의 경우 신호기 없는 횡단보도에 보행자 우선 통로를 설치하고 있다. 이 횡단보도에서는 멀리서도 눈에 띄도록 노란색등 등으로 표시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보행자가 이 횡단보도에 한 발이라도 내밀면 모든 차량 심지어 구급차량도 멈춰야 한다.

둘째, 횡단보도에 보행자 안전구역을 설치하여 보행자가 횡단중에 신호가 바뀌거나 다른 사정으로 도로 중간에 있을 경우에 대비하여 대피 구역을 설정하는 것이다.

셋째, 일부 도로의 경우 차량과 보행자가 동시에 이용하는 1차 선 혹은 2차 선으로 구성되는 경우에 보행자를 위한 배려이다. 이 경우 보행자가 도보로 교통하는 경우에 보행자를 우선시하고 차량은 그 후미를 따르는 것 혹은 잠시 대기를 하는 것이 교통사고를 줄이는 방안이다.

넷째, 자전거 전용도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보행자 전용도로 일부에 선을 긋고 아무런 안전벽 없이 운영하는 지자체가 많다. 그 발상은 차량 주행도로보다는 보행자 도로를 줄여서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보하는 싸구려 얼치기 행정의 표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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