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옥매산 광부들이 제주도로 강제징용 됐다가 바다 속에서 생을 마감한 비극을 담은 연극 '그들의 귀향 in 해남'을 극단 미암이 지난달 무대에 올렸다.

이 연극은 강제징용으로 끌려온 해남의 광부 '덕구'와 사랑에 빠졌던 제주 해녀 '분이'가 홀로 살아남은 이후 옛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친숙한 사투리, 무거운 주제를 잠깐이나마 환기시키는 해학적 대사들, 캐릭터들 간 사랑과 가족애 등을 통해 광부들과 유족들이 우리네 곁의 평범한 사람임을 느끼게 한다. 그렇기에 미처 고향땅을 밟지 못한 그들의 절규는 더욱 처절하게 다가오고, 관람객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든다.

이 연극과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또다른 안타까운 사건이 있다. 꽃다운 나이의 소녀들이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참혹한 일을 겪은 일이다.

해남지역에서도 꽃다운 16세에 위안부로 연행돼 성노예로 갖은 고생을 겪고 해남에 터를 잡았던 고 공점엽 할머니의 사연이 보도됐다. 해남공원에는 평화의 소녀상도 설치됐다.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서다. 전국에는 모두 100여개의 소녀상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지난 10일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 경기 안산에서 벌어졌다. 20~30대 한국인 남성 4명이 안산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에 침을 뱉고 모욕적인 말을 하며 위안부 할머니들을 조롱한 것이다. 심지어 일본말로 '덴노헤이카 반자이(천황폐하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있다.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소녀상에 침을 뱉은 이들처럼 할머니들에게 아픔을 준 일본의 편에 서서 위안부 사건을 바라보고 기억하려 하는 것은 더욱 끔찍한 일이다.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는 제1395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왜 내 얼굴에 침 뱉냐'며 통탄했다고 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라 일본의 역사적 사실 인정과 진정한 사과를 바라고 있다. 아직까지도 일본은 진정한 사과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할머니들은 마지막 바람을 이루지 못한 채 하늘로 떠나고 있다. 생존자 할머니들은 이제 21명만이 남았다.

할머니들의 바람을 잊지 않고 이뤄내기 위해서는 다음 세대에 이와 같은 역사를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일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단순한 정보 제공식 교육 이외에,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제작한 연극 '우리 여기 살아있어요'와 같은 시선의 접근도 필요하다고 본다.

연극 '그들의 귀향 in 해남'에서 분이는 이렇게 말했다. '잊으면 안돼, 절대로…'라고. 잊으면 안 되는 이 역사들을, 올바르게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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