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시인)

 
 

갑질이란 말이 순식간에 유행하면서 진상질과 갑질은 별 구분없이 쓰이지만 갑질은 계약관계 속에서 유리한 위치를 이용하여 갑이 을에게 손해를 강요하며 자기 이익을 취하는 부당행위를 말한다. 진상질이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며 반복해서 환불을 요구하거나, 말도 안되는 서비스를 요구하는 등 사회통념상의 상식수준을 벗어나는 행위를 하는 고객, 목불인견의 꼴불견 행위를 이르는 말이다. 비행기에서 라면을 끓여오라고 생짜를 부리던 탑승객이 대표 진상고객이라 생각하면 쉽다.

땅콩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비행기를 회항시킨 조현아의 행위도 갑질보다는 진상질로 불러야 할 것이다. 땅콩 안준다고 비행기 회항? 이거 미친X 아녀? 이렇게 말하곤 하지만 진상고객은 미친사람이 아니다. 정신 또렷하고 자기 나름의 계산속도 분명하다. 진상질은 자기통제에 실패한 사람이 실수해서 벌인 일이 아니다. 진상질은 실수이기는 커녕 오히려 자기행동을 드러내는 과시가 목표다. 진상질은 자기 자랑에 있지 물질적 이익을 취하는 데 있는 게 아니다. 비행기의 회항을 땅콩 하나와 바꾸어 무슨 물질적 이익이 되겠는가.

보통 사람들이 상식이라 생각하는 선을 맘대로 넘어 억지를 이 정도까지도 나는 부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그것을 관철시키는 힘을 자랑하고 싶은 데 진상의 본질은 있다. 진상질은 '내가 이 정도야!'를 외치는 자기자랑 퍼포먼스다. "나는 나를 자랑하고 싶소. 난 돈 많고 높은 권력의 자리에 올랐소" 이걸 아주 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유치함이 바로 행동동기인 것이다.

현격한 권력의 차이를 배경으로만 진상질은 성립하며, 천박하게 돈과 권력을 자랑한다는 점에서도, 사회의 공기인 상식을 멋대로 깨고 팽개친다는 점에서도 진상질이 벌어지는 곳은 가장 질 나쁜 사회다.

로컬푸드 직매장 부지매입 부결 사태에서 ㅇㅇ당의 진상질을 본다. 이는 해남군이 4년여를 준비한 로컬푸드 사업을 총체적으로 붕괴시키는 일이다. 상대를 비판하기 위해 내놓아야할 최소한의 대안도 없이 무작정 반대만 하면서 아무것도 못하게 발목만 잡는다. 상임위에선 원안상정을 결정해놓고 나서 본회의에서는 태연하게 뒤집어버린 것은 또 얼마나 뻔뻔한 일인가.

어떻게 해도 다시 당선된다고, 우린 멈추지 않는 힘을 가졌다고 자만을 막무가내로 자랑질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꼴불견을 벌일 수 없다. 아무렇게나 해도 우리 권력은 탄탄하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유치한 마음을 ㅇㅇ당에서 본다. 방향도 대안도 없이 집행부를 혼내주기 위해, 군민들은 안중에 없이 현안을 맘대로 칼질하는 것은 자기힘 자랑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로컬푸드 직매장 부지 선정을 다시 심의할 때 또 부결로 끝난다면 수억의 국비는 그대로 환수될 것이고, 군의 중소농 중심으로의 작은 방향 틀기를 위한 오랜 노력과 농민들의 기대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군민의 빗발치는 비난이 눈에 훤히 보이는 데도 '난 베짱 좋은 놈이야', '통 큰 놈이야' 라고 자랑하고 싶은 저 유아틱한 ㅇㅇ당의 한심한 노릇을 언제까지 봐줄 것인가. 중앙에서 거대야당이 벌이는 막무가내식 꼴불견을 지역에서는 ㅇㅇ당이 반복해온 것이 우리 정치의 슬픈 모습이다. 지혜와 현명함을 보이지 못하는 것은 참아줄 수 있다. 그러나 이따위 진상질,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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