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생태계 필요
중간지원조직 키워내야

▲ 해남에서도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마을기업 '무릉외갓집' 설립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 해남에서도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마을기업 '무릉외갓집' 설립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 섬채 협동조합.
▲ 섬채 협동조합.
▲ 하레점빵협동조합 마을 투어 참가.
▲ 하레점빵협동조합 마을 투어 참가.

공동체란 무엇일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공동체를 '특정한 사회적 공간에서 공통의 가치와 유사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으로 규정한다. 상호작용과 연대를 통해 유대감을 느끼고 공동의 가치를 갖는 사회적 관계망인 것이다.

혈연공동체와 지연공동체가 기반이었던 시대는 시간이 흐르면서 무너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시대가 변해 모습을 조금 바꾸더라도 '동행'의 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경제는 공동체가 바탕이다. 상생하고 나누며 공익적인 가치를 창출해내는 경제적 활동이다. 가치를 지키면서 이윤을 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다.

최근 해남에서도 사회적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해남 사회적경제 창업스쿨 소셜투어가 제주도 일원에서 열려 동행취재에 나섰다. 농업회사법인 농터(주)에서 사회적경제 교육,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제주도에서는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세워 공동체와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을 지원하는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또한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고 공동체를 이뤄나갈 수 있도록 마을만들기종합지원센터도 갖췄다. 주민들이 의욕을 갖고 자발적으로 모였을 때, 이들이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주려는 것이다. 공동체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생태계 조성을 돕는 중간지원조직인 셈이다.

소셜투어 참가자 황기석(54) 씨는 "해남에 내려온 지 20년 됐는데 앞으로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어 소셜투어에 참가했다"며 "제주도 사회적경제 기업들을 둘러보니 가장 중요한 건 돈을 벌려는 목적보다 마음을 모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희(52) 씨는 "무릉외갓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마을과 융합해 운영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농터(주) 김효상 대표는 "현재 해남에서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갖는 군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네트워크 모임을 갖고 있다. 40여명이 소속되어 있고 모임을 할 때면 20명 내외가 모인다"며 "최근 협동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뜻을 모으고 있다. 브레인스토밍도 진행하며 가치를 공유하는 과정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경제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군민들이 많다. 앞으로 지역 내에서 잘 되는 사회적경제 기업이 탄생해 모델이 되고, 그 기업을 시작으로 끈끈한 생태계 조직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근 전남예비마을기업에 선정된 (주)연호는 마을 주민들이 하나의 가치를 갖고 끊임없이 소통하며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연호보리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큰 호응을 얻어낸 만큼 해남 마을기업의 성공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쉽게도 축제 이후 주민들이 재배한 마늘쫑을 수매해 판매하려는 시도는 적자가 났다고 한다. 하지만 (주)연호 구성원들은 실망하지 않는다. 밑거름이 되어 또다른 꽃을 피울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이들에게 경험은 재산이요, 다시 도전하게 만드는 발판이다.

향우기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제주도에서 해남 사회적경제인들이 방문한 곳 중에는 서귀포 '무릉외갓집' 이라는 마을기업이 있다. 무릉2리 주민들이 운영하는 곳인데, 사단법인 제주올레에서 '1사 1올레마을 협약'을 추진하면서 (주)벤타코리아와 인연을 맺게 돼 만들어졌다. (주)벤타코리아는 상품 기획부터 마케팅 지원에 동참했고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제주도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됐다.

해남 지역 내에 대기업은 없어도 건실한 업체나 전국 각지에 뻗어 있는 향우들 중 탄탄한 기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고향세 부담 등 향우들도 지역을 떠올리고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향우를 주민들과 연계해 해남만의 사회적경제 모델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향우에게는 고향에 이바지한다는 기쁨을, 주민들에게는 향우와 함께 사회적경제를 실천한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기업 평화의마을 >

 
 

장애인이 만든 소시지 독일에서 상 받아

제주사회적기업 1호인 '평화의 마을'은 발달장애인들이 만든 소시지를 판매하는 기업이다.

이곳은 현재 장애인 24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대부분 10~12년 가량 장기 근속하고 있다. 근무 시작은 3시간에서 8시간까지 다양하며, 평균 임금은 월 100만원이라고 한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들에 비하면 높은 편에 속한다.

이곳에서 만든 소시지는 지난 2012년 국내 최초로 독일 식품육가공 경연에 8개 부문을 출품하고 6개 부문에서 금상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대기업에서 만든 소시지와 경쟁하기 위해 제주도 농산물로 소시지를 만들고, 국내산 건강한 재료를 사용해 차별점을 두는 등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처음 시설을 세울 때에는 장애인들이 기성품이 아닌 식품을 만드는 것이 안전하냐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해 거부감이 일었고 제주도의원들까지 반대했었다고 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국제 인증도 받고, 청정·친환경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평화의 마을 김덕윤 사무국장은 "초기엔 빵을 만들었지만 수익이 나지 않아 소시지를 만들었다. 높은 부가가치를 내는 제품을 판매해야 장애인들에게 줄 수익이 난다"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교육과 업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기업 무릉외갓집>

 
 

주민들 정성 담긴 꾸러미 보냅니다

무릉2리는 제주 올레 코스 중 11코스와 12코스가 만나는 지점이다. (사)제주올레가 지역사회공헌사업으로 '1사 1올레마을 협약'을 추진했고, 무릉2리에서는 (주)벤타코리아(대표 김대현)와 만나게 됐다. (주)벤타코리아는 독일계 공기청정기 판매 중소기업이다.

당시 1사1올레마을 협약을 통해 각각 5개의 기업과 마을이 이어졌는데 (주)벤타코리아 이외에는 현대기아자동차 등 대기업이다 보니 무릉2리 주민들은 실망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김대현 대표는 무릉2리를 제주 대표 마을기업으로 만들었다. 김 대표는 주민들이 도시로 농산물을 팔러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농산물을 보내주는' 사업을 기획했다. 농수산물 구매나 지원금 등의 대신 주민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을 만들어주려 한 것이다. 지난 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방문했을 정도로 이름을 알렸다.

무릉외갓집은 매월 5~7가지, 60여종의 농산물을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월간 꾸러미와 과일을 격월로 1~3가지 총 10여종을 보내는 과일꾸러미를 보내고 있다.

조합원들의 농산물을 우선 매입하고 판매 이익으로 배당금을 지급한다. 제주 이주민들을 영입하고 꾸러미 포장작업에 마을 어르신들이 참여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도 낳고 있다.

 

<하효살롱협동조합>

 
 

부녀회의 도전, '함께' 하는 일 되새겨야

하효살롱협동조합(대표 김미형)은 하효마을 부녀회원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협동조합이다. 지난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의 6차산업화지구 공모에 감귤융복합산업지구 조성사업이 선정되면서 만들어졌다. 이 사업은 자부담 1억5000만원이 필요했는데, 부녀회원 60명 중 43명이 500만원씩 출자해 협동조합을 꾸렸다.

1년여간은 협동조합의 기틀을 다지기 위한 교육을 진행했다. 매번 교육만 진행되자 투자금이 언제 돌아오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조합원을 정리해 25명이 참여하고 있다.

하효살롱협동조합은 어멍들이 만드는 제주 집밥 식당 운영, 감귤과즐 등 판매,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고 배경을 이해하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는 일이기에 조합원들의 역량강화 교육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한다.

김미형 대표는 "공동체는 누군가 총대 매지 않고 손해보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개인사업과 달리 내 뜻대로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며 "하지만 조합을 이끄는 자가 여러 명이면 앞으로 잘 나아가지 않기에 리더는 한 명이어야 한다. 다만 다른 조합원들의 역량을 키워 그들이 다음 대표를 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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