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섭(교수신문 편집인)

 
 

"종이는 끝났다. 이젠 동영상 세상이다. SNS가 미디어의 기능을 대체할 것이다"

미디어를 논할 때 신문을 향해 쏟아지는 '거침없는 하이킥'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Dgital Only' 세상에 전통 미디어에 대한 긍정적인 울림들이 들려온다. 관련 키워드는 세가지로 요약된다. '활자 콘텐츠', '가짜뉴스' 그리고 '로컬뉴스'가 그것이다.

일본은 이미 2004년에 활자매체진흥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콘텐츠 발전 없이는 디지털 디바이스 발전도 한계가 있으며 콘텐츠의 기본은 활자라는 정치적 혜안(慧眼)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이는 미디어소스의 85%가 신문에서 나온다는 미국의 PEW리서치(2009)에서 밝힌 것과 상통한다. 신문이 주류 미디어의 지위는 약화됐지만 원천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로서 여전한 영향력을 지닌다는 의미다.

2018년 1월 말께 공교롭게도 디지털 공룡인 구글과 페이스북이 연이어 로컬뉴스에 집중할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구글은 2018년 1월 26일 주민들이 작성한 기사를 직접 올리는 개념의 '뷸레틴'이란 애플리케이션을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사흘 뒤 페이스북의 CEO 저커버그도 로컬뉴스에 집중하겠다는 다소 전향적인 3차 개혁의 방향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후 두 공룡의 로컬뉴스 중시정책이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는 들리지 않는다. 실패한 것이다.

이유가 뭘까? 뉴스의 '정직과 소통'이 문제였다. 저널리즘이라는 자기정화적 시스템과 철학이 결여된 상태에서 가짜뉴스, 혹은 뉴스로 위장한 상업적 콘텐츠들에 대한 필터 장치가 없었던 것이다. 신뢰가 결여된 기사였다. 지역주민들과의 피드백이 없는 일방적 콘텐츠도 한계였다.

성공한 지역주간신문으로서 한국의 대표적 매체인 해남신문이 내년 창간 30주년을 맞는다. 햇수로 보나 격으로 보나 지역 주간매체로선 그야말로 금자탑이다. 개인적으로 지켜봐온 필자는 해남신문이 성공한 원동력은 '정직'이다. 그럼 이제 나이 서른의 해남신문이 끌어나가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로컬뉴스에 대한 미국 콜롬비아대학원 다우미디어연구소의 2017년 리포트가 주목을 끈다. Local News in a Digital World라는 제하의 이 심층적 리포트는 지역신문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전망한다. 그리고 지역언론의 이정표를 '감시자'(Watch Dog)가 아닌 '좋은 이웃'(Good Neighborhood)으로 설정했다.

창간 30주년을 맞는 해남신문에 필자는 '보전과 발전', 그리고 '디테일과 휴먼'이라는 과제를 제안한다.

해남의 정체성은 해남신문이 '보전'해야 할 최상의 가치다. 얼핏 반대 개념처럼 보이는 '보전과 발전'은 실은 매우 의존적이다. '가장 전통적인 것이 가장 글로벌한 것이다'라는 말에 비추어 보전에 실패하면 발전도 없다. 이제 해남의 가치를 전국에, 세계에 알리는 것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해남신문의 몫이다. 해남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30년 노하우의 해남신문 콘텐츠를 디지털을 통해 전파하는데 눈을 돌리자. 디지털 세계엔 장벽도 국경도 없다. 해남신문이 전국에, 세계에 '해남 마케팅'을 전개해야 할 명분이자 명제다.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만든 선거 캐치플레이즈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를 빌어 신문들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바보야, 문제는 디테일이야'라고. 이제 독자는 '뉴스 플러스 알파'를 원한다. 뉴스는 너무 흔하고 건조하다. 지역 커뮤니티에서 중요한 것은 거대한 정치행사나 국가적 기념일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의 삶이다. 개인의 스토리와 가치가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이자 소역사이다. 이에 더해 휴머니즘에 기초한 독자와의 소통공간을 넓히는 '좋은 이웃'으로서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한편 온라인에서의 역할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하자. 지방의 가치가 글로벌 확장성을 갖기 위해선 해남신문 같은 '성년'에 이른 지역언론이 선구자적 자세로 전국으로 세계로 해남의 지평을 넓히는 과업에 주저하지 말자. 30년 해남신문의 아날로그적 가치를 디지털 세계에서도 꽃 피울 미래를 만들자.

아날로그 없는 디지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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