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기(해남읍 고도리)

 
 

누런 소 풀 먹여 배를 불리고
맑은 냇물 먹게 하여 갈증 없앤 뒤
누렁이 어깨에 멍애 얹어 비벼주고
고삐 잡아당겨 쟁기질 시작 한다
다랑이 논 구석부터 갈아엎으면
잡초들 하나둘씩 땅속에 묻히고
논고랑 한줄 두줄 늘어만 간다
한 해 농사 풍년 빌며 땅속 깊이 갈아엎고
이랴! 자랴! 소리치며 고삐 당기면
누렁이도 깜짝 놀라 발걸음 빨라진다
누렁이 되새김에 가픈 숨 섞여 나고 멍애 자리 땀 맺혀 누런 털 젖어 오면
쟁기 멈춰 세워 놓고 당긴 고삐 늦춘다
누렁이 어깨에서 멍애 내리고
가쁜 숨소리 자연스레 멈출 때
다랑이논 쟁기질 끝을 맺고 쟁기 올리면
누렁이 숨소리에 저녁노을 짙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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