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으로 후보 난립후 2명 사퇴
이합집산·밀약설·지지선언까지

전 주지 월우 스님의 사직에 따라 치러지고 있는 대흥사 차기 주지 선출을 위한 선거가 후보난립과 각 이해당사자 간 이합집산, 밀약설에 이어 급기야 후보사퇴까지 이어지며 정치판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흥사에 따르면 지난 16일까지 후보등록 마감결과 기호 1번 법인 스님(대흥사 전 부주지), 기호 2번 법조 스님(해남 도솔암 주지), 기호 3번 보각 스님(전 중앙승가대 교수), 기호 4번 법상 스님(중앙종회의원) 등 4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그러나 후보가 난립하면서 각 후보와 이해당사자들 간에 이합집산과 각종 밀약설도 제기되고 대흥사 교구 재적승들이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면서 26일 차기 주지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를 앞두고 지난 20일 후보 4명 가운데 법인 스님과 보각 스님이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로써 대흥사 차기 주지 후보로는 기호 2번 법조 스님과 기호 4번 법상 스님만이 남게 됐다.

그동안 교구 본사인 대흥사의 경우 선거 없이 문중 내부에서 후보를 추대해왔는데 후보가 4명이나 난립하면서 일찌감치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후보들을 대상으로 자격시비가 인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불교계 주요 인사들이 누구를 밀고 있다는 설에서부터 후보들끼리 네 편, 내 편으로 갈려 주지나 다른 자리를 놓고 서로 간에 밀어주기와 자리 만들어주기 밀약을 했다는 설, 전 주지가 누구를 밀고 있다는 등의 선거개입설, 누가 후보직을 사퇴한다는 사퇴설, 후보간 단일화설까지 선거판이 요동쳤다.

지난 19일에는 대흥사 교구 재적승들이 승가모임을 만들고 '대흥사 교구는 이제 변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후보자를 솜털보다 가볍게 취급하고 손바닥 뒤집듯 후보를 교체하는 등 승가의 선거가 세간보다 더 세속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생각에 승가의 일원으로 자괴감마저 든다"며 "교구운영의 중심에 섰던 몇몇 스님들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만 내세우면서 문중화합과 승가의 신뢰를 깨고 대중들의 외면을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중들의 뜻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내세워 차기 주지를 선출하게 된다면 교구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면서 "기존의 그릇된 관행과 부조리를 개혁하고 교구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유능하고 참신한 후보를 선택해 적극 지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주지 후보 선출권을 가진 유권자는 재적승(본사가 대흥사로 돼 있는 스님, 문중스님 포함)과 재직승(대흥사에서 직책을 맡고 있는 스님, 주거승(4년 이상 주소를 대흥사나 말사에 두고 있는 스님) 등 9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재적승이 전체 유권자의 25%를 차지하고 있고 이들이 특정후보 지지선언을 하며 유력 후보들의 사퇴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함께 대흥사 신도회도 이번 선거와 관련해 투표권은 없지만 전 주지와 관계를 맺고 있는 후보에 대해서는 이른바 퇴진운동을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는데 앞으로 어떤 입장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일부에서는 21일 후보자격심사가 나온 뒤 산중총회 전까지 교구 지도자들이 나서 다시한번 교통정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남은 후보 2명 모두 사퇴 없이 선거를 치른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인 A 씨는 "대흥사가 불미스러운 일로 주지가 사퇴하는 일이 빚어져 당사자는 물론 모두가 자숙하고 개혁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할 시점에서 정치판보다 더한 선거판이 빚어지고 있는 데 대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