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If you want to fast, go alone. If you want to far, go together)'는 말이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 흑인 대통령이었던 넬슨 만델라가 자주 인용했다는 아프리카 속담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우리나라에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있다. 두 속담의 공통점은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러 명이 함께 뜻을 모았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공동체 활성화는 농어촌 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도 지역을 살리는 중심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 한 사람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이들과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지역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공동체 가치를 유지하는 일이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함께 가자는 목표로 시작한 일이나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가치를 공유하고 하나로 뭉치지 못해 와해되는 경우들이 있다. 뜻이 맞지 않더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려 노력하며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하는데 어느 순간 '평가'와 '지적'만이 남는다는 것이다. 평가와 지적은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지만, 뒤이어 대안과 발전방향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저 돌부리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각자의 의견에 있어 다름을 받아들이려는 생각 없이 본인의 의견만을 주장하고, 혹은 한 발자국 물러서서 참여보다 평가하는 위치에만 서 있으려 한다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의 의욕마저 꺾어버리게 된다.

지난달 26일 만난 경기도 시흥시 관광두레사업 공정여행 '동네봄' 참가자들은 주민여행사를 기획하고 4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과 공동체 가치를 추구한다는 자긍심과 함께,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단어 하나조차도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는지, 다른 단어와 어떻게 조합되는 지에 따라 말의 어감이 달라지는데 사람 간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겠는가.

공동체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작은 시도들을 두고 혹자는 '별 것 아니네', '실패할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동체의 가치는 정량적인 성공 유무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 활성화를 고민하는 일은 결국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다함께 고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실패가 없다고 생각한다. 여러 방향의 길을 걸어보고, 혹은 되돌아왔다가 그 경험을 바탕으로 또 다른 길을 걸을 뿐이며, 되돌아오는 길에서 꽃을 피울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해남의 지역공동체를 배우기 위해 전국의 주민들이 찾아오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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