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칡꽃.
▲ 칡꽃.

콩과 덩굴성식물인 칡(Pueraria thunbergiana)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란다. 번식력이 뛰어나 나무꼭대기까지 뻗어 그늘지게 해서 죽게하기도한다.

이런 골칫거리 임에도 칡은 오래전부터 식용하거나 갈근(葛根)이라는 약재로 귀하게 쓰였다.

여름방학 때에는 미꾸라지를 잡아 파는 일이 가장 큰일이라면 겨울방학에 가장 많이 한 생산적인 일이 칡캐기 였다. 동네 가까이에 칡나무가 없어 10리 정도 걸어 달마산 아래까지 갔다. 김치만 넣은 김밥을 도시락에 담고 곡괭이와 낫, 호미를 들고 좁은 산길을 따라간다.

돌밭 보다는 흙이 검고 주변에 나무가 많지 않은 곳이 좋았다. 칡은 개머리라고 부르는 머리가 큰 것이 좋다. 낫으로 덩굴을 잘라내고 삽으로 넓게 파낸 후 곡괭이와 호미로 칡뿌리를 따라 파가면 재수 좋을 때는 깊이 파지 않아도 칡뿌리를 캤다. 재수 없는 경우는 뿌리가 아래로 뻗어 파도파도 캐기 힘들어 낫으로 중간을 끊어내야 했다.

추운 겨울에도 땀이 송송 맺힐 정도로 힘든 작업이다. 정오쯤 되어 슬슬 배가 고파오면 가져왔던 김밥을 앉아서 먹었다.

습기가 많은 땅은 즙이 많은 물칡, 고운 부엽토땅은 씹으면 가루가 나오는 가루칡, 돌이 많은 곳에서는 씹으면 뻑뻑한 나무칡이 나왔다. 가루칡을 최고로 알아줬다.

배도 고프고 어둑어둑해지면 캔 칡뿌리를 칡넝쿨로 묶어 등에 지고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하게 마을을 향해 되돌아 왔다. 형들은 칡을 캐느라 옷이 흙투성이인데 그냥 따라 나선 어린애들은 칡만 먹고 구경하다 보니 입술이 칡물이 들어 꺼멓다.

집에 돌아와 샘가에서 흙을 씻어낸 후 마루에 널어놓았다. 가루칡은 작두에 5cm 정도로 잘라서 간식으로 먹고 나무칡일수록 아버지의 담금주 재료가 되었다.

중국산이 아닌 달마산에서 직접 캔 칡을 먹고, 등하교를 할 때 마다 10리를 매일 걸어 다녔으니 어른이 되어 과로와 과음에도 버티는 건강한 현재를 살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고향이 준 또 하나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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