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TV 프로그램이 '나는 자연인이다'이다. 이 프로그램이 300회를 훌쩍 넘어서고 시청률이 5%를 넘어서는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인기 비결은 출연자들이 과거에 대한 쓸모없는 후회나, 자책 그리고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수많은 걱정보다는 자연을 벗 삼아 소소한 것들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자신만의 독특한 삶의 방식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물질만능주의와 무한경쟁 사회속의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인은 기계적인 사회시스템 속에서 일에 지치고 관계 속에서 에너지가 점점 소진되어간다. 그러한 증상이 심해지면 기분이 침체된 상태의 '우울증' 과 사회상황과 체계 속에서 일순간에 자신에 대한 통제능력을 상실하고 공포감을 느끼는 '공황장애', 사회관계에 스트레스와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사회공포증'으로 나타난다. 하루하루의 삶이 긴장과 갈등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투쟁의 연속인 셈이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 속 주인공들은 통상적 기준으로 보면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사회관계에서 갈등과 상처를 입었거나 건강 악화, 사업 실패 등의 고난과 고통을 겪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마음 속에 상처와 분노를 안고 있지만 그것을 내려놓고 비움을 통해 마음속 고통을 극복해 나간다.

짧은 시간 동안 송출되는 방송 화면이 일상의 삶을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전해주고, 방송화면처럼 모든 출연자들이 온전하고 편안한 심리상태로 회복되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시선이 끌린다.

산중생활의 부족함과 불편을 생활의 지혜로 메꾸면서 소박한 안빈낙도(安貧樂道)의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현대인들이 당장 실현할 수는 없지만 로망이고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인에게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과 치유 효과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속에서 경제, 사회활동과 가족관계 그리고 권위와 체면이라는 것에 얽매여 속박된 삶을 벗어나 자유롭게 자기 뜻대로 살고 싶다는 원시적 본능에도 불구하고 사회구성원, 조직체의 일원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삶을 살아가면서 타인의 평가와 판단, 충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삶은 문제를 개선하고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문제 상황을 악화시킨다. 자기를 아끼고 존중해야 함에도 남의 의지와 시각, 남과 비교하기에 열중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공감해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이다. 그리고 그 삶의 질곡에서 헤어나올 만큼 기력이 회복되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선택과 결정은 자기 스스로가 할 수 있도록,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자신이 선택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자기주도의 삶이 행복한 삶, 의미있는 삶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이것을 과감하게 실행하는 것을 망설이는 것이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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