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51명의 아이들이 생활하는 해남등대원에는 매년 5명 가량의 아이들이 입소하고, 사회생으로 퇴소한다. 이 아이들은 가정학대나 가정 빈곤으로 더 이상 집에서 양육할 수 없어 등대원으로 오게 된 경우다. 부모가 이혼했는데 아빠가 알콜중독이어서, 엄마의 경제력이 안 돼서, 할머니·할아버지가 노환과 병으로 더 이상 보살필 수 없어서…. 수많은 이유들 중에서도 가정학대가 70% 가량을 차지한다고 한다.

비자발적으로 가정에서 떨어져 나오게 된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굉장히 위축되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해남등대원에서는 입소 시 1인당 30만원의 비용을 들여 심리검사를 진행한다. 심리치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최소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6개월까지 치료를 진행하는데 매주 1회 4만원 이상이 든다. 올해 처음으로 군에서 아이들의 심리정서지원 예산이 책정됐으나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오늘날을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것은 의식주만이 아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의식주가 해결됐다고 해서 온전히 행복한 삶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적성에 맞는 교육과 그에 맞는 지원도 있어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전부 학원에 다니다 보니 친구를 만나려 해도 학원에 가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다.

등대원에서도 아이들을 잘 키워 사회로 내보내기 위해 매년 4000만원 가량을 교육비에 지출한다. 별도의 지원없이 전부 후원비로 충당되는 비용이다. 아이들을 돕고자 하는 따뜻한 손길이 없었다면, 여느 아이들처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

해남은 6년 연속 합계출산율 1위 지역이지만 실제로는 출생아 수가 줄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15~49세 가임기 여성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하는 지표다. 연령별 출생아수를 해당 연령의 여성인구로 나눠 1000분율로 나타낸 뒤 합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출생아 수가 같아도 분모가 작은, 즉 가임기 여성이 적게 사는 지역일 경우 수치가 높아진다. 또한 주요 출산 연령대는 20~30대이지만 가임기 여성 기준에는 만 15~18세 청소년들까지 포함돼 현실과 차이가 발생한다. 출산 장려 정책 등을 세울 때 합계출산율만을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아이를 많이 낳아야 지역이 소멸 위험에서 벗어난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이유를 찾는 것 보다, 아이를 어떻게 기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앞서야 한다고 본다.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 아이를 낳은 가족이 해남에서 기르고 싶어 찾아올 정도의 환경을 만들어야 할 판이다.

물론 인구감소시대에 출산장려정책은 필요하다. 하지만 낳는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뒀으면한다. 지금 해남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지역에서 충분한 경험과 놀이, 교육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정책이야 말로 최고의 출산장려정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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