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거래, 가공 비율 높아
생산자 공동 출하 필요

해남고구마가 고구마 주산지로서 명성에 걸맞지 않게 공판장에서는 타지역 고구마보다 낮은 가격을 받고 있어 이미지 실추와 산지 가격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판장에서 해남고구마가 가격이 낮아진 이유로는 1990년까지 공판장 위주로 출하해왔던 해남고구마가 대형유통업체를 통한 마트출하의 비중이 높아지고 직거래와 가공이 시작되면서 판매하고 남은 비품들을 공판장으로 출하됐으며 공판장에서 해남고구마의 품질과 공급량이 저하되는 결과를 낳아 중도매인들의 선호도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서 명성을 이어오던 해남고구마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고 있어 최근 고구마 생산 및 유통 관계자들과 군은 간담회를 갖고 대처방안을 논의했으나 이렇다 할 해결방안은 도출하지 못했다.

공판장에 고구마를 출하하고 있는 A 농가는 "인근 영암군과 비교하면 같은 등급의 고구마라도 평균 7~8000원이 차이나고 많게는 1만원까지도 벌어진다"며 "생산자들이 개별적으로 공판장에 납품하면서 가격이 높을 때는 과잉출하돼 가격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판장의 가격하락은 산지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운영하는 '농업ON-농식품지식정보사이트'를 살펴보면 인기 거래 품목의 산지가격을 살펴볼 수 있다. 해남의 고구마는 지난 2016년에 1kg당 1336원, 2017년에는 1442원이었으나 영암군은 2016년 1859원, 2017년에는 1822원으로 해남보다 높은 가격을 보이고 있다.

해남과 비교되고 있는 영암은 서영암농협과 황금유통·버들농산 등 영농법인이 전체 생산량의 85%를 공판장으로 출하해 가격 협상력을 키워왔다.

특히 소농들의 물량을 계약재배가 아닌 위탁판매 방식으로 공판장에 출하해주면서 지속적인 물량 공급과 가격 상승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해남에 비해 고구마 재배의 역사가 길지 않은 영암이 급부상하고 있다.

전국 생산량의 12%를 차지하는 해남은 지난해 기준 1914ha에 614농가가 2만7000여톤의 고구마를 생산했다. 군이 농협과 영농법인, 제조업, 생산단체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업체별 유통 현황에 따르면 해남고구마는 가공과 직거래로 60%, 대형유통업체에 33.5%, 공판장 및 도매시장에 6.5%가 출하되고 있다.

개별 농가의 출하량은 포함되지 않은 자료로 개별 농가를 포함해도 10%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판장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 계약재배 또는 직거래, 가공으로 출하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판장의 가격 협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정 물량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자 조직화와 그에 따른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B 농가는 "소농 혼자서는 시장 가격에 대응하기 어려워 생산자들이 하나로 뭉쳐 공동출하할 필요가 있다"며 "생산자 조직화, 선별장과 큐어링 처리, 저온저장고 등의 시설지원이 이뤄져 경쟁력을 키워야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생산자들의 품질향상을 위한 각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계약재배의 경우 생산량에 따라 수익을 얻기에 원가를 줄이면서 생산량을 늘리는 재배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 이는 품질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어 계약재배보다는 위탁판매 형식으로의 변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구마생산자협회 박진우 사무국장은 "지리적표시로 등록된 해남고구마의 품질과 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등록된 생산기준을 준수한 경우에만 해남고구마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 조례를 제정할 필요가 있다"며 "현행 제도에서는 해남에서 생산된 모든 고구마에 해남고구마라는 브랜드를 달 수 있다는 허점이 존재해 저품질 고구마가 해남고구마로 출하되면서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문제를 막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단순히 공판장의 가격으로만 타지역과 비교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공판장으로 나가는 물량의 차이와 공판장보다 가격을 더 많이 받는 쪽의 출하가 많기에 공판장만으로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어 전체적인 비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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