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시인)

 
 

건강을 위해선 적당하게 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 대부분 의사들의 설명으로 자리 잡은 지금, 운동이 대세가 되었다. 약보다도 운동! 보신식품보다 운동! 누가 보아도 지금이 운동 열풍의 시대인 것이 분명하다. 이 시대의 흐름에 농촌이라고 빠질 수 없다. 시골 면단위 마을을 가도 모자 쓰고 걷기나 달리기 하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노인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운동은 노인이나 재활이 필요한 환자에게 더 중요하다.

보건소 건강누리센터를 찾았다. 면에서 읍까지 차를 몰고 운동하러 가야하는 처지지만 열심히 운동을 해보리라 마음을 먹고서.

운동복, 세면도구, 갈아입을 속옷들을 정성껏 챙겼다. 첫 번째 방문에선 실외에서 신는 운동화를 신고 와서 안된다고 입장불가! 두 번째는 점심시간에 와서 안된다고 빠꾸! 실천하기 어려운 운동을 맘 먹기도 어려웠는데 두 번째 퇴짜를 맞고 나니 운동을 시작할 맘이 쏙 오므라든다.

공휴일에는 휴무, 9시 개장 시간이 아니어서 문 안열지, 6시 퇴근 시간 넘어서 안되지. 대체 어느 시간에 어떤 사람이 여기를 이용할 수 있나? 일해야 먹고 사는 사람이 6시 넘어 퇴근인데 퇴근 이후와 휴무일에는 이용자체가 불가능하다. 그 참! 공공시설을 이용하라는 건지 가급적이면 이용하지 말라는 건지.

다른 사설 피트니스 업체의 반대가 있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점심시간도 안된다는 건 좀 너무하다 싶다. 점심시간이라고 업무를 스톱시키고 우르르 밥 먹으로 가는 학교나 공공기관은 없다. 점심시간 휴무는 일제히 식사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업무가 진행되기 곤란한 병원 정도에 필요할 뿐이다. 점심시간 공백을 한 시간 알바를 써도 되지 않을까. 근무자 두 사람 중 한 사람씩 교대해서 식사를 해도 되지 않을까. 점심시간 근무한 사람은 한 시간 일찍 퇴근하도록 하는 방안, 그런게 그렇게 어렵나.

깨끗한 건물에 시설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지만 하루 평균 이용자는 몇 명되지 않는다. 건물 건축비, 각종 시설 설치비용, 건물 관리비, 운영비, 운영하는데 배치된 직원 몇 사람의 월급이 운영하는 데 필요한 총 비용일진데 이러려면 사설 피트니스 업자에 욕먹지 말고 그 비용으로 이용자들에게 피트니스업체 회원권 끊어주는 게 더 싸게 먹히지 않나? 이런 계산이 머릿속에 돈다.

돈과 시간이 없는 사람에게도 운동은 필요하다. 오랜 노동에 한 쪽으로 치우친 몸의 균형회복을 위해 적당한 운동은 필수적이다. 사회적으로도 이미 운동은 건강만을 위한 것이 아닌지도 오래다. 운동하지 않으면 몸매가 무너지는 게 보이고, 그 몸매의 소유자는 운동할 시간도 갖지 못한, 운동할 경제적 여유도 갖지 못한, 혹은 운동할 여건이 되더라도 운동할 의지가 미약한 루저라고 몰리는 현실이다. 사람들이 루저 딱지를 피하려 운동에 메달리는 면도 있다. 도시의 구청, 동사무소, 아파트의 아래층에서 무료 운영하는 운동시설의 대부분이 농촌, 해남에는 없다. 해남군보건소가 건강누리센터를 운영한 건 박수 칠 일이다. 하지만 운동 시설이 있어도 일하는 사람에겐 그림의 떡이라면, 있어도 불편이 가중되는 형편이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가난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