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활성화 전국 지자체 확대
공동체 위해 불편 감수 희생 필요

▲ 정부는 지난해 연간 3700억원 규모인 고향사랑상품권을 올해 연간 2조원 규모로 대폭 확대해 전국에 풀고 지자체에 800억원의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해남군도 지난 17일 해남사랑상품권 발행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상품권 유통에 들어갔다.
▲ 정부는 지난해 연간 3700억원 규모인 고향사랑상품권을 올해 연간 2조원 규모로 대폭 확대해 전국에 풀고 지자체에 800억원의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해남군도 지난 17일 해남사랑상품권 발행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상품권 유통에 들어갔다.

<편집자주> 지역자본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내에서만 돌 수 있도록 하고자 발행되는 '고향사랑상품권'의 안정적 정착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자 하는 자치단체가 증가하고 있다. 해남군도 지난 17일 해남사랑상품권 선포식을 갖고 본격적인 유통을 시작했다. 이에 본지는 해남군에 앞서 고향사랑상품권을 발행한 자치단체들의 성공, 실패 사례 등을 통해 해남사랑상품권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방향을 제시코자 한다.

|싣는 순서|

① 고향사랑상품권 도입과 지역의 대응 방안
② 도입 1년 만에 3000억 규모 군산사랑상품권
③ 광양·보성사랑상품권 도입 10년… 실효는
④ 지역의 돈 유출 막는다, 태안사랑상품권
⑤ 무상복지수당 상품권으로… 모바일도 도입
⑥ 주민 호응 없으면 실패, 중단된 강화사랑상품권
⑦ 해남사랑상품권 안정적 정착을 위한 제언

 
 

지역내에서 돈을 순환시킴으로써 침체된 골목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일부 자치단체에서만 발행됐던 고향사랑상품권이 최근 들어 전국 자치단체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온누리 상품권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져 전국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고향사랑상품권은 지역상권 활성화와 공동체 강화를 위해 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지역화폐로, 해당 자치단체 행정구역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특정 지역 안에서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보니 지역자본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지 않고 '돈이 도는 지역사회'를 조성코자 정부도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상품권 발행에 따른 혼용, 상품권의 현금 깡 악용, 공무원 강매, 자치단체 예산부담 등을 이유로 고향사랑상품권을 발행했다가 중단한 자치단체들도 있는 만큼 해남사랑상품권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준비와 주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상품권은 소비자가 판매·환전을 맡은 대행기관을 직접 방문해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 후 가맹점 스티커가 붙은 일반음식점, 이미용실 등 지역내 상가에서 이용할 수 있다.

지난 1월 기준 전남도내에서는 여수·순천·나주·광양시, 곡성·구례·보성·강진·영암·함평군 등 자치단체 10곳이 고향사랑상품권을 발행하고 있으며 해남군과 진도군은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전라남도는 올해 도내 전체 지자체로 발행을 확대하는 한편 도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새천년상품권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70개 자치단체가 도입했고 54개 자치단체가 도입할 예정이다.

상품권 발행형태도 종이에 인쇄된 형태인 지류형부터 카드와 모바일 방식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공무원 급여와 상금, 입장료 등 제한적인 범위에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사용범위가 확대되면서 골목상권 활성화의 효자로 떠오르고 있기도 한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을 통해 고향사랑상품권의 효과를 조사한 결과, 현금 대신 고향사랑상품권이 사용됨으로써 지역주민의 타 지역 구매 대체효과, 관광객의 지역 내 구매효과, 내부 순환에 따른 승수 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강원도 양구의 경우는 지역주민이 타지역 소비를 줄이고 지역내 소상공인을 이용함에 따라 상품권 유통량이 지역내 총생산 대비 0.83%에 불과했지만 상품권 발행에 따른 소상공인 1인당 추가 소득 증가율은 2.13%로 분석됐다. 춘천시는 관광객에게 상품권을 판매해 상품권 판매액(2017년 8월 말, 6억원) 대비 지역내 지출이 3.75배(22억8000만원)로 분석돼 관광객 한 사람이 상품권 1만원을 구매하면 지역내에서 3만7500원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천어 축제를 활용해 관광객과 주민들에게 판매하는 화천은 상품권 발행 및 운영에 따른 행정기관의 예산(4400만원) 대비 부가가치가 15.9배(6억9800만원)로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애착 높은 농산어촌 확률 높아
상품권 깡, 공무원 강매 등 없어야

고향사랑상품권은 대도시나 광역시도 보다는 주민의 지역 애착도와 공동체성이 높은 농산어촌이나 지방 소도시에서 도입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나 정부는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지원대책의 일환으로 자치단체의 상품권 발생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광주전남연구원 김진이 책임연구위원은 "현금과 카드 등의 소비 형태에 익숙한 주민들로서는 은행에 찾아가 직접 환전을 하고 가맹점을 찾아야 하는 등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우리지역을 위해 불편을 감수해야겠다는, 희생정신이 기본바탕이 되는 공동체 정신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시의 경우 지난해 4개월 만에 910억원의 상품권을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고 올해는 3000억원 규모의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자치단체들의 지역상품권 발행 열기에도 불구하고 활성화에는 한계가 따르기도 한다. 지난 2014년부터 강화사랑상품권을 도입한 인천광역시 강화군은 그동안 3~5%의 할인 판매로 재정손실금이 10억원 발생한 반면 일부 가맹점이 할인 판매하는 상품권을 사서 현금화하는 상품권 깡을 하거나 공무원에게 매월 일정액을 할당 판매해 불만이 쌓이는 등 정작 지역경제활성화 효과가 미비했다며 지난해부터 상품권 판매를 중단했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는 자치단체를 조사한 결과 가맹점 수와 판매금액이 미미한 곳들이 있다"며 "이는 구매자의 대부분이 공무원으로 한정돼 있고 상품권 구매 시 할인율 혜택은 일반 유통업체의 마일리지제나 적립금 지급 카드보다 경쟁력이 떨어져 고향사랑상품권에 대한 상인과 소비자들의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남도도 '전남 새천년상품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어 해남사랑상품권, 새천년상품권, 온누리상품권 등 과도한 상품권 발행에 따른 혼용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상품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구매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지만 과도한 할인을 적용할 경우 불법 환전이 증가할 수 있는 만큼 보완책도 필요하다. 또한 위변조 문제와 화폐제작 비용을 없앨 수 있도록 전자화폐 도입이나 전자상품권과 모바일 결제 시스템 등도 필요시 되고 있다.

지역화폐가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지역별 활용 편차를 비롯해 소비자가 다른 지역의 더 좋은 제품을 구매할 선택의 기회를 빼앗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가 목포나 광주 등 인근 도시로 물품을 구입하는 횟수를 줄일 수 있도록 해남의 물가가 비싸다는 인식을 없애는 자정 노력 등을 통해 지역에서의 소비 비중을 현재보다 늘려 나가는 방안이 필요하다.

 

| 인터뷰 | 김진이(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소비자에 맞춘 정책 필요하다"

 
 

- 고향사랑상품권이 활발히 유통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 공공기관이나 지역에 의존하는 판매방식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한 판촉 전략이 필요하다. 고향사랑상품권 정책을 소상공인에게만 맞추다보면 정작 상품권을 사용해야 하는 주민들이 외면해 실패로 끝날 수 있다.

소비자 중심의 정책이 추진돼야 하며 직접 사용하기 전까지 부정적인 시선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번 써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소비자로서는 상품권을 환전해야 하는 등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는 만큼 지역사회를 위한 불편을 감수한다는 공동체정신을 강화시켜야 한다.

- 고향사랑상품권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자치단체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민간 가맹점 발굴과 확대가 될 수 있다. 할증과 할인 등 혜택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사용처가 없다면 상품권 사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상품권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소비자가 직접 상품권을 구매하는 것이 좋지만 시행 초기에는 공무원의 복지포인트, 각종 복지수당 등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해남군이 농민수당을 해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는 정책은 상품권을 첫 시작하는 단계에서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출산장려금, 귀농·귀촌 이주정착 지원금, 헌혈 포상금, 금연 성공 격려금 등 자치단체 재량에 맞게 도입되는 복지수상이나 정책 인센티브를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특히 주민들이 상품권에 대해 알고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가 강화돼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