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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넘는 우슬재와 해남터널 입구 광장정성기(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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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5  10: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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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고을은 금강산 줄기가 동에서 서로 병풍처럼 감싸고 있어 북쪽의 매서운 바람을 막아주고 남쪽의 밝은 햇살이 종일 비추어 겨울이 따뜻한 고향이다. 금강골의 맑은 물은 어미 소의 젖줄처럼 해남고을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도시에서 해남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어미 소의 무릎을 닮았다하여 이름 지어진 우슬재를 넘어야 한다. 우슬재는 해남의 첫인상을 가름하는 관문이다.

1960년대초 4·19혁명의 정치실험이 5·16쿠데타로 무너져 군수 등 지방 고위직을 임명하던 시절 이야기다. 해남경찰서장 임명장을 받고 부임해 오던 모 인사가 있었다.

포장 안 된 울퉁불퉁 자갈길 국도를 따라 광주에서 내려오던 그는 옥천들을 지나 우슬재 고갯마루에서 해남고을을 내려다보았다. 꼬막을 엎어놓은 듯 옹기종기 들어앉은 초가집들 바라보며 그는 그만 울고 말았다. 이 오지에서 근무할 일이 암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영전하여 떠나던 길, 우슬재 고갯마루에서 뒤돌아 해남고을 바라보며 그는 또 울었다. 해남 사람들의 따스한 인심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올 때 울고, 떠날 때 울고 가는 해남'. 해남 인심을 상징하는 말이다.

돌아오는 장날 소 사려고 장만해 둔 부모님의 돈을 훔쳐 서울로 도망친 망나니 아들, 우슬재 고갯마루에서 고향집 돌아보며 눈물짓는다. 그러나 돈을 탕진하고 갈 곳 없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 차마 환한 낮에 돌아올 낯없어 막차 타고 우슬재를 넘는다. 하늘의 별밭을 옮겨놓은 듯 불빛 반짝이는 고향 마을을 내려 보며 그는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우슬재는 울고 넘는 고개였다.

이제는 해남터널 개통으로 삶의 무대에서 멀어진 옛길 되었지만, 우슬재 넘어가는 구불구불 고갯길은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애환이 서린 전설의 길이다.

해남터널이 뚫린 후 삶의 속도는 빨라지고 생활은 편리해졌다.

해남터널 입구에 해남광장휴게소가 있다. 해남의 첫인상을 가름하는 곳이다. 하지만 들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관광객과 주민이 찾을만한 인프라 구축이 안 됐기 때문이다. 광장은 해남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제일 먼저 들르는 명소가 되어야 한다. 아쉽다. 광장을 채울 콘텐츠가 필요한 이유이다.

광장에는 눈길 끄는 것이 없다. 거대한 기념비만 몇 있다. 그 중 하나는 이 지역 출신 전직 국회부의장의 거대한 공적비이다. 살아있는 사람의 공적비 대부분은 칭송하는 자와 칭송을 즐기는 자의 합작품이다. 국민의 신뢰도가 아주 낮은 정치인의 공적비는 그들만의 잔치이다.

광장을 들르는 이들의 공감은 얻지 못한다. 무릇 정치인의 진정한 평가는 이해관계로 얽힌 자들 모두가 떠난 후, 다음 세대에 의해서 정리되어야 한다. 공적비는 그때 세워도 늦지 않다.

또 하나 불편한 것이 있으니 베트남전 참전 기념탑이 그것이다. 베트남 참전은 우리의 젊은 군인들이 목숨 걸고 싸운 대가로 경제발전에 도움을 준 슬픈 소득의 역사다.

미국의 강권에 의한 파병이라는 굴욕의 역사이다. 그리고 우리 군인들이 목숨을 바치고 피흘린 희생의 뒷편에는 한국군에 학살당한 베트남주민들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는 부끄러운 역사의 이면이 존재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논란을 안고 있는 베트남참전을 기념한다고 해남의 얼굴인 입구 광장에 기념탑이라니…. 과연 나만 불편한 것인가?

관광객을 불러들이기 위해 각 지자체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모색한다. 지역과 관계없는 콘텐츠도 개발하여 관광객 유치에 성공한 지자체도 있다. 해남은 관광자원이 풍부하다. 해남 광장을 관광객이 찾는 인문 콘텐츠로 채웠으면 한다.

우슬고개의 정서를 담아 지역주민들에게는 힐링의 공간이 되면 좋겠다. 여백 있는 삶의 광장이면 좋겠다. 관계기관의 고민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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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2019-04-09 15: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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