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없이 90대 노인이 제기

일제강점기 국내 강제동원 피해사건과 관련해 피해자가 외교부를 상대로 제기한 재판이 시작돼 결과가 주목된다.

군산에 사는 김영환(96) 옹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일제강점기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지급청구 소송과 관련한 첫 공판이 지난 21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원고로 함께 추가해달라며 재판부에 진정서를 냈던 박철희 옥매광산희생자 유족회장이 참관인 신분으로 참석했다.

재판부는 재판과정에서 참관석에 있던 박철희 회장을 부르며 직접 입장을 묻기도 했다.

김영환 옹과 박철희 회장은 이날 "현행법상 공무원이 공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잘못을 했다면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때 당시 외무부 장관이 국내에는 강제동원 피해 사례가 없다며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보상 청구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인만큼 지금의 외교부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이날 재판부에 전달한 답변서를 통해 "보상금 지급 청구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아니며 외교부는 보상금 지급 여부를 결정할 권한도 없다"며 "따라서 이번 재판은 부적법한 소송인 만큼 재판부가 각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법리다툼이 불가피하고 원고의 나이나 건강을 고려할때 매번 재판에 참석하기 힘든 상황인만큼 국선변호사 등의 도움을 받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환 옹과 박철희 회장은 "같은 피해자인데도 왜 국내와 국외를 구분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다음 재판 때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재판부의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힘없이 재판장을 떠났다.

다음 재판은 5월 2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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