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면 사정마을 정향숙 씨
지역사회 도움으로 이어와

▲ 계곡면 사정마을 사정교회에서 정향숙 씨의 재능기부 봉사활동으로 무지개학교 교육이 열려 어르신들이 레크리에이션을 즐기고 있다.
▲ 계곡면 사정마을 사정교회에서 정향숙 씨의 재능기부 봉사활동으로 무지개학교 교육이 열려 어르신들이 레크리에이션을 즐기고 있다.

매주 목요일 계곡면 사정교회(목사 김모세) 교육관에서는 8년째 어르신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퍼져나온다. 사정마을 정향숙(62)씨가 재능기부로 진행하는 어르신 교육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 교육은 사정마을 인근 7개 마을의 주민들이 모인다고 해서 '무지개학교'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매년 농한기가 시작되는 가을 끝 무렵 개강해 봄철까지 6개월 간 운영된다.

사정교회 장로로 활동하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봉사활동을 해왔었던 정 씨가 어르신 교육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정 씨는 "시어머니가 지난 2009년 92세의 연세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마을 내 최고령 어르신이었어요. 어느 날부터 마을 회관은 젊은이들이 노는 곳이라며 가지 않으셨죠. 친정어머니도 심심하시다는 말을 하셨구요"라며 "점점 고령화가 심해지고 아이들은 줄어들다보니, 어르신들의 나이에 상관없이 다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레크리에이션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정 씨는 지난 2012년 황칠마을 김영철 이장과 계곡면내 4개 마을에 어르신 봉사활동을 다니다가, 같은 해 하반기 사정교회 교육관 건립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무지개학교는 건강교실과 치매예방교육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오전 10시 전부터 삼삼오오 모인 어르신들은 트로트와 가요 등을 부르며 간단한 율동을 하는 건강교실에 참여하며 즐거움을 만끽한다. 스트레칭과 요가로 건강교실을 마치고 나면 글씨 쓰기와 그림 색칠하기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계절에 맞는 단어와 실생활 단어들을 함께 써내려가는 시간이다.

무지개학교 방학식이 열리는 4월에는 그 동안 어르신들이 색칠한 그림 작품을 걸어 미니 전시회를 갖는다. 어르신들은 무지개학교에서 만든 작품을 손주들에게 자랑하기도 하며 추억을 쌓고 있다.

정 씨가 활동을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지역사회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 사정교회에서는 교육장소를 제공하고 어르신들이 레크리에이션을 즐길 수 있도록 노래방 기계도 설치했으며, 교육날이면 마을을 돌며 어르신들을 모셔오는 차량 봉사와 점심 식사 대접까지 하고 있다. 특히 교회에 다니지 않는 비종교인 어르신들도 자유롭게 교육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계곡면사무소에서는 어르신들이 사용할 색연필과 노트를 지원해주고 있다.

정 씨는 "무지개학교는 지역사회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이에요. 저는 재능기부를 할 뿐이죠. 교육을 마련해도 참여해줄 어르신들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기도 하구요"라며 "제가 환갑이 됐을 때, 어르신들이 강사가 없으면 안 된다며 저보고 늙지 않아야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즐겁게 호응해주시고 꾸준히 와주시는 모습에 오히려 제가 행복을 얻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