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이래 대한민국 경기가 최고점에 이르렀던 시기는 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이 열렸던 1986년부터 1988년 3년간이었다. 저유가와 저금리, 저환율(달러약세)영향으로 3년 연속 11%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이뤄냈다. 이 시기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고도 경제성장을 했지만 물가상승률이 3개년 평균 4.3%로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하에서도 경제성장률이 14%를 넘었던 해가 있었다. 연평균 10%이상 성장은 했지만 물가가 20~30% 폭등했기 때문에 서민들의 삶에는 주름이 늘어만 갔다.

'5월 광주'의 원흉인 전두환이 "그래도 경제는 우등생이었다"고 큰소리치는 이유다. 그렇지만 3년 황금기는 외부환경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밖으로 부터 지속적으로 훈풍이 불어왔기 때문이었다. 1980년 배럴당 40달러에서 하락하기 시작한 유가는 물가안정에 커다란 공헌을 했고 국제금리 하락역시 막대한 외채로 인해 부담이었던 근심을 해소해 주었다. 더구나 1985년 플라자합의로 인한 일본엔 달러 환율하락 덕분에 수출이 증가한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따사로운 봄날이었다. 앞으로 또 그런 날은 또 다시 올 수 있을까?

저성장, 장기경기침체가 고착화되고 경제성장 과실이 소수에게 집중되면서 빈부격차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촛불동력으로 고공행진을 하던 현 정부에 대한 평가도 경제상황 때문에 어려움에 처해있다. 사실 외부조건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 우리 경제 특성상 그 누가 대통령을 하더라도 뚜렷한 경제적 성과를 나타내기 어려운 것이 우리 현실이다.

'탈성장사회'를 주장하는 프랑스 학자 세르주 라트슈 는 탈성장이 필요한 이유로 첫째, 지구자원이 유한한데 무한한 지속성장은 성립불가능하다는 점과 둘째, 경제가 성장해도 사람들은 행복해지지 않고 성장을 위한 성장에 매몰되어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오염과 스트레스만 증가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신제품을 주기적으로 출시하면서 선전과 광고를 통해 끊임없이 소비를 부추기고 신용대출이나 서비스를 통해 과잉채무자를 양산하는 사회구조는 대재앙을 불러올 것이라 말하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이만하면 충분하다' 라는 책에서도 인류가 산업혁명이후 이룩한 지수함수적 변화로 지구의 물리적 환경, 즉 기후변화, 생물종 다양성 훼손, 질소순환, 토지와 물사용, 해양산성화 등이 임계치를 다다르고 있다고 말한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기술발전과 효율향상을 통해 번영하지만 성장하지 않는 경제로 전환을 말하고 있다.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라는 책에서는 부유해졌기 때문에 소비와 일에 중독되어 아무리 있어도 충분함을 느끼지 못해 오히려 삶은 더욱 불안하고 불행해졌다고 말한다.

세르주 라트슈가 탈성장사회 대안으로 제시한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이탈하여 지역사회의 자립을 시도"하는 것은 우리 여건이나 경제 특성상 어려움이 많다. 스스로의 힘으로 기회를 살려 성장동력을 확보해나가는 것은 걸음걸음마다 난관이다.

북한과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새롭게 구축해 나가야 할 '한반도경제공동체'가 다시는 오기 힘든 경제적 봄날을 재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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