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현(전)농협 해남군지부장)

 
 

2년 전 이맘때쯤 여행사에 신청해 장흥과 강진으로 "맛따라 멋따라" 여행을 간적이 있다.

버스 3대로 100여명이 1박 2일을 함께 했다. 구경보다는 지역의 변화를 보고 낯선 사람들과의 여행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장흥에서는 한우고기 점심을 먹고 편백나무 숲을 산책했다.

잘 다듬어진 장터거리도 구경하며 특산물 쇼핑도 했다. 강진에서는 특한정식을 먹고 가우도출렁다리, 다산초당 등을 둘러봤다. 숙박은 강진 읍의 꽤 큰 모텔 두 군데로 나누어 잤다. 모두들 맛있고 재미있고, 즐겁다고 평가했다. 전국 각 지방 출신의 서울 사람들이 고향 지방을 호평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여행 도중 군마다 기념촬영이 있다고 했다. 서로 아는 사람끼리도 아니어서 의아해 했는데, 이걸 군청에 제출하면 보조금을 지급해 준다고 했다. 식비 숙박비 입장료 특산물판매 등을 고려하면 여행사와 지자체간의 상생의 길이었다.

작년에는 같은 유형의 여행을 포항시로 갔었는데 요금이 장흥, 강진 여행의 절반에 불과했다. 지진으로 인해 회피하는 여행객을 유치하기 위한 이벤트성 대책이었다.

최근 한국사회의 화두 가운데 하나는 '지방소멸' 이라는 말이다. 추세대로라면 머지않은 장래에 절반 가까운 군지역 기초단체가 기능상실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한다. 귀촌 귀농 하려는 사람이 없다면 찾아오는 사람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점에서 많은 지자체들이 자기지역을 살리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남의 경우도 출산율을 제고하고 땅끝 대흥사를 중심으로 한 관광객유치시책을 많이 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2년전 어느 일요일 친구와 함께 점심을 하기로 하고 읍내 여기저기를 찾아봤지만 문을 연 식당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대흥사로 가서 내키지 않는 스테이크로 때웠다. 음식 하면 해남 강진인데 고향 맛 나는 점심 한끼도 제대로 먹을 수 없이 쇠락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 씁쓸하지 않았겠는가?

도시화로의 구조적 문제가 본질이겠지만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일컫는 선거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부정과 모략 중상으로 얼룩져 주민들의 갈등을 증폭 시키고 에너지를 고갈 시켜왔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해남의 경우 유독 빈번하고 심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한 장기간의 단체장 부재가 가속 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행정과 함께 주민의 삶을 뒷받침하고 지원하는 또 하나 지역사회의 큰 기둥인 협동조합 특히 농업협동조합의 조합장 선거가 지난 3월 13일 전국 동시선거로 치러졌다. 농협은 농민권익을 대변하는 단체이면서 각종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체다. 이 점이 행정기관과 다르다. 또한 수많은 조합원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관리하는 공유경제로 사회적 기업의 성격을 띄고있다. 이점에서 몇사람이 좌지우지하는 일반회사와 다른 점이다.

이러한 특성 속에서 조합원간 대립 갈등과 조합장 유고사태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수많은 조합원이 극심한 피해를 입게 되고, 재기가 불가능한 조합이 생길지도 모른다.

20여년 전만해도 진자가 이긴자의 손을 들어주며 축하해주는 조합이 많이 있었다. 패자와 승자가 다 같이 이기는 장면이었다. 우리나라 각종 선거 현장에서 보기 드문 자랑스러운 모습이었다.

투서와 음해가 있었어도 화합의 힘을 믿고 기관에서도 수사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부끄러움을 딛고 일어선 떳떳한 해남, 풍요로움을 이끄는 자랑스런 농협을 위해 화합의 힘을 발휘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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