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함께하는 세상 '장애인은 우리 이웃'
6. "바리스타가 꿈" 외치는 장애학생들의 희망군 신청사에 장애인카페 조성으로 실현해야
바리스타가 꿈 외쳤던 장애학생들
꿈에만 머물고 있는 현실의 벽
이창섭 기자  |  nonno@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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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26  16: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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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바리스타3급 자격증을 따 낸 해남공고 학생들. <뒷줄 왼쪽은 최병하 특수학급 교사> 올해 초에 졸업했지만 바리스타 꿈을 이룬 학생은 한명도 없다.
   
▲ 광주시청사 안에 있는 이룸카페 모습.
   
▲ 전라남도교육청사 안에 있는 장애인 카페.

정신 장애와 신체 장애를 겪고 있는 장애인들이 학령기를 벗어나면 갈 곳이 없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한 가족처럼, 우리의 이웃처럼 따뜻하게 살피며 희망과 미래를 함께 열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사업체·시설·기관 등도 많은 실정이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세상을 외치며 동행하고 있는 이들을 소개한다.

"훌륭한 바리스타가 되고 싶어요"

지난해 해남공고에 다니는 특수학급 학생 4명은 바리스타 3급 자격증을 따냈다. 발달장애라는 어려움 속에서 일반인들도 한번에 합격하기 어려운 바리스타 자격증시험을 3개월의 짧은 기간에 단 한번의 도전으로 합격해 화제가 됐다.

한 학생은 당시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카푸치노를 만들기 위한 과정으로 우유거품이나 하트 모양을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열심히 해서 자격증을 따냈고 가족들에게 커피를 만들어 드릴 수 있어 기쁘다"며 " 앞으로 훌륭한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해남공고는 지난 2017년 해남군 장학기금 지원과 학교운영비 등을 합쳐 1000여만원을 들여 바리스타 실습장을 열었다. 커피머신과 원두분쇄기, 얼음 만드는 기계, 냉장고와 냉동고 등을 갖추고 있고 특수교사들이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 장애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며 이들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이어갔다.

그 결과 2017년에는 장애학생 3명이 일반인도 따기 힘들다는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획득했고 지난해에는 장애학생 7명이 바리스타 3급 자격증을 따냈다. 장애학생들은 특수교사들과 반복훈련을 하기도 하고 직접 뽑은 커피를 다른 교사나 학생들에게 가져다주며 그것을 기쁨으로 삼았고 상당수 학생들은 바리스타가 꿈이라고 외쳐왔다. 그리고 이들 중 대다수는 지난해와 올해 초 졸업했다.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고 외쳤던 그들의 꿈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들 졸업생 가운데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장애학생은 한명도 없다. 학교에서 그렇게 좋아했던 커피를 만들며 힘들게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따내며 꿈을 키워왔지만 사회로 나와 바리스타로 일할 자리도, 이들을 채용하는 커피점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전남에서 장애학생들이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영암 소림학교와 목포 인성학교 같은 특수학교 전공과(2년)에 들어가 실습과정을익힌 뒤 전남도교육청 로비와 광양시청 안에 있는 장애인 카페에 들어가는 방법 밖에 없다.

일반 커피점에서 장애인 바리스타를 채용하기 사실상 힘든 상황에서 결국 공공기관에 장애인카페들이 들어서 이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하지만 공공기관들 마저 이를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광주시 공공기관 장애인 카페 호응
일자리, 자립, 사회통합으로 이어져

인권도시라 불리고 있는 광주시에는 공공기관 여러 곳에 장애인카페가 운영되며 호평을 받고 있다. 광주시와 광산구청, 광주정부합동청사, 도시철도공사, 테크노파크, 광기술원, 북구 호남권재활병원 등에서 장애인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북구 장애인직업재활센터가 광주시청사 로비에 운영하고 있는 '이룸카페'. 지난 2011년 당시 강운태 시장이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로비에 공간을 내어주며 장애인카페가 탄생했다. '이룸카페'는 현재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아 발달장애 등을 앓고 있는 장애인 7명(20대 2명, 30대 3명, 40대 2명)이 비장애인 3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하루 12시간 문을 여는데 비장애인들은 카페 책임자인 매니저 역할과 커피를 내리는 일을 하고 장애인들은 오전 오후반으로 나뉘어 하루 5시간씩 일을 하고 있다. 홀 정리와 청소, 음료보조, 설거지 등의 일을 주로 하는데 모두가 최저임금 이상을 보장받고 있고 노인장기요양보험까지 합친 5대보험에 가입돼 있고 휴가비와 연차수당까지 주어진다. 공유재산에 자리를 내준 거라 1년에 사용료 1200만원(월 100만원)을 광주시에 내고 전기세 등 공과금과 재료비, 운영비 등이 들어가지만 일반 전문커피점 못지 않은 급여수준과 복지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이다.

시청 공무원들과 민원인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이곳을 즐겨 찾고 장애인카페라는 입소문까지 나며 참여의식까지 발동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처음 문을 열 때 공사비와 시설비, 장비 구입 등을 위해 법인 측에서 전입금을 내고 대출을 받기도 했지만 광주시에서 자리와 공간을 내준 것만으로도 장애인들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결국 10여년동안 그들의 꿈을 이루어주고 있는 이룸카페가 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가하면 공기업에서 아예 장애인카페를 만들어주기 위해 청사 안에 자리를 내어주고 시설비 등을 모두 투자해 주는 곳도 있다. 광주테크노파크 본부동 1층에 지난 2015년 문을 연 '테크테리아'는 광산구지적장애인협회가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 위탁운영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5명이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두고 있는 50대 매니저와 함께 오전 오후로 나뉘어 3시간씩 근무하고 있다. 광산구지적장애인협회 측은 "공기업이 수익사업이 아닌 공익사업으로 이 사업을 접근하고 있고 장애인 카페 임대료 또한 청사내 다른 입주업체들과 비교해 대폭 낮춰주는 등 도움을 주면서 장애인들에게 일자리 창출은 물론 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엔 도교육청, 광양시청 2곳 뿐
해남 조성시 군단위 최초, 의지 필요

영암 소림학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장애학생들의 취업교육을 위한 이른바 2년제 전문대 개념으로 1학년과 2학년을 합쳐 40명이 다니고 있다. 제과제빵, 바리스타, 포장 조립, 생활공예 실습이 이뤄지는데 장애학생들이 바리스타 실습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 현재 이 학교 출신 4명은 전라남도교육청 안에 있는 장애학생 직업체험관 이른바 장애인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 2017년에 문을 열었는데 교육부의 공모사업 등과 연계돼 도교육청에서 임대공간은 물론 전체 시설과 장비를 투자해 소림학교가 위탁운영을 하고 있다.

소림학교는 시설임대료로 1년에 150만원, 기자재 사용료로 150만원 만을 내고 있고 여기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재료비, 운영비, 공과금, 장애인들의 급여는 물론 추가로 남는 돈은 소림학교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소림학교 박종록 교사는 "장애학생들이 사회에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경제 활동을 이어가며 꿈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라며 더욱 더 많은 공간에 장애인 카페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양시청에는 전남 최초로 증중장애인들이 바리스타로 고용된 드림카페가 2015년 문을 열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주관한 공공기관 연계 중증장애인 창업형 일자리 지원사업에 광양시와 광양시장애인복지관이 함께 사업계획서를 내는 등 협력해 공모에 당선되면서 국비 등 8800만원을 받아 시청 민원지적과 옆에 장애인들의 꿈 카페를 설치하게 됐다.

이곳에서는 비장애인 한명이 매니저로 있고 경증장애인 1명, 중증장애인 4명이 하루 4시간씩 2교대로 일하고 있는데 장애인들은 커피를 내리는 일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임대료 자체가 없다보니 수익금은 장애인들의 급여와 카페 운영비로 사용되고 나머지는 추가로 드림카페를 열기 위한 적립금으로 꼬박꼬박 모이고 있다. 광양시장애인복지관 박은혜 사회복지사는 "장애인들에게 일자리가 창출되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획득과 자립의 기회를 갖게 해주는 것은 물론 이곳을 찾는 비장애인과 어울리며 사회참여와 사회통합의 기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단순노동 업체보다 좋은 여건에 급여도 많다보니 장애인 모두가 성실하게 일하고 그만둘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남군은 오는 6월 신청사 착공식을 갖고 2021년 상반기에 완공할 예정이다. 현재 설계상으로 1층에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카페 조성이 계획돼있지만 운영방식이나 운영주체는 결정된 것이 없다. 해남군이 이곳에 전남 군 단위에서는 최초로 장애인 카페를 만들기로 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군민들이 많다.

그것은 해남공고 특수학급 학생들, 그리고 해남군장애인복지관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는 장애인들의 꿈이기 때문이다. 운영방식은 고민하고 공론화하면 된다. 앞에서 얘기된 여러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결혼이주여성이나 저소득층 비장애인에게 매니저를 맡기고 다른 직원들은 장애인들로 구성하는 방식도 연구될 수 있다.

해남공고 특수학급 황명숙 교사는 "바리스타 교육이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사회로 나오게 되면 단절돼 버리고 결국 장애 학생들은 보호작업장이나 음식점 보조, 세차장 등 힘든 노동 현장에 뛰어들거나 아예 갈 곳 없는 처지로 내몰리게 된다. 주말이면 갈 곳 없어 읍내를 방황하는 장애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가 그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 그들이 꿈꾸는 공간을 이제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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