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진행되는 해남군 노인 일자리 사업에 의미가 남다른 일자리가 마련됐다. 해남지역에서 수거한 해양폐기물 중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을 분리해 자원으로 가공하는 일에 어르신들이 참여하게 된 것이다. 어르신들에게는 일자리 활동을 통한 노후 수익이, 지역에는 환경보호를 가져오는 1석2조의 효과다.

합성수지를 가리키는 플라스틱은 인류 생활에 혁신을 가져왔다. 지난 1868년 미국에서 상아 당구공의 대용품으로 발명한 이후점차 기술이 발달돼 왔다. 어찌 보면 사치품 상아 사용을 줄인 착한 자원으로 시작한 셈이다. 각종 제품에는 물론 인공 관절이나 심장까지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 세계적인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을 생산하는데 5초, 사용하는데 5분, 분해되는데 500년이 걸린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태평양 한 가운데에는 한반도 면적 3~7배에 해당하는 플라스틱섬이 떠있다. 때문에 환경문제가 연일 거론되고 있지만 당장 대체할 수단이 없다는 게 현실이다.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61.97kg이다. 포장용 사용량만 이 정도로 집계됐다면 전체 플라스틱 사용량은 훨씬 더 늘어나는 셈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인데, 플라스틱을 자원으로 재활용 하려 해도 경제성이 떨어져 민간 사업자들은 쉽게 뛰어들기 힘든 시장이고 허가를 얻기도 어렵다. 플라스틱을 고형연료로 만들어 사용하려는 시도가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지역민들의 반대가 거세고, 정부 또한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기 까지 시일이 걸리는 만큼 현재 쏟아지는 플라스틱이라도 재활용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어렵다. 업계에서는 자원으로 재가공되는 재활용률을 30%대로 추정하고 있다. 재질마다 공정이 모두 다른 데다 부착된 스티커나 담겼던 내용물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아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이 훨씬 많이 수거되기 때문이다. 수거 인프라의 문제로 애써 분리수거한 플라스틱이 정작 재활용장으로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재활용되지 못한 플라스틱은 제3국에 수출되거나 국내에서 매립·소각된다. 쓰레기를 매립할만한 땅은 점점 줄고, 연일 미세먼지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소각도 답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 있는 정책과 재활용 활성화 방안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와 함께 자원 재순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함께 발맞춰 가야만 한다. 플라스틱 쓰레기 산이 더욱 높아지지 않게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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