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피선거권 확인 늦어
조합장선거 제도 개선 요구

▲ 조합장선거가 지난 13일 치러진 가운데 투표일 하루 전에야 한 후보의 피선거권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후보등록이 무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 조합장선거가 지난 13일 치러진 가운데 투표일 하루 전에야 한 후보의 피선거권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후보등록이 무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조합장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에 대한 자격검증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투표일을 하루도 남기지 않고 후보자격이 박탈되는 사태가 빚어지며 관련 법과 위탁선거를 맡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행정절차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조합장 선거는 공직선거법이 적용되는 지방선거와 달리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으며 후보자등록, 선거운동방식 등이 지방선거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조합장선거도 지방선거에 준하는 제도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남지역에서는 해남진도축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했던 박규인 후보가 투표일 하루 전인 지난 12일 오후에서야 피선거권이 없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후보자격이 박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해남선관위는 검찰로부터 후보자의 범죄경력조회서를 회보 받아 살펴본 결과 박 후보에게 피선권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후보등록을 무효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자의 사퇴·사망·등록무효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적으로 7명의 후보가 투표일을 1~7일 앞두고 피선거권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후보 등록이 무효됐다.

하지만 이미 선거공보물도 제작해 조합원들에게 발송되는 등 선거운동까지 대부분 마친 선거운동 마지막날 오후에야 후보자격이 안된다는 통보를 받은 박 후보는 허탈함을 나타냈다.

박 씨는 "집행유예기간이 1심 재판 확정일부터 적용되는 줄 알고 지난해 10월 집행유예 기간이 끝났다고 생각해 이번 선거에 출마하게 됐었다"며 "법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불찰도 있지만 투표를 몇 시간 남겨두지 않고 후보자격이 안된다는 통보는 허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관위에서 후보등록 전 예비점검까지 마치고 후보 등록을 해도 된다고 해놓고 이제와 자격이 안된다고 하는 것은 위탁선거를 맡고 있는 선관위의 적절한 해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농업협동조합법 제49조(임원의 결격사유)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 '형의 집행유예선고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람'은 지역농협의 임원이 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박 후보의 경우 박철환 전 해남군수 재판과 관련해 지난 2017년 5월 17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었다. 때문에 범죄경력조회만 점검됐더라면 후보 자격이 없다는 것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범죄경력조회서 제출은 국회의원과 지방선거 등은 의무이며 후보의 선거공보물에도 범죄사실을 명시토록 하고 있지만 조합장 선거는 의무화 돼 있지 않다보니 관할위원회에서 후보의 범죄경력이나 피선거권을 조사토록 하고 있다. 특히 지역농협의 이·감사 선거만 하더라도 후보들이 직접 경찰서를 방문해 범죄경력조회서를 발급 받아 조합에 제출토록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18조(후보자등록)에 따르면 관할위원회는 후보자등록마감 후에 후보자의 피선거권에 관한 조사를 해야 하며, 그 조사를 의뢰받은 기관 또는 단체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확인해 해당 관할위원회에 회보토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관할위원회는 후보자등록마감 후 지체 없이 해당 위탁단체의 주된 사무소 소재지를 관할하는 검찰청의 장에게 후보자의 범죄경력에 관한 기록을 조회할 수 있고 해당 검찰청의 장은 지체 없이 그 범죄경력을 관할위원회에 회보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선관위는 관련법상 후보등록마감 후 피선거권 조사를 하도록 돼 있다보니 선거운동기간 중 피선거권 여부가 확인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범죄경력 조회 등 후보의 피선거권 조사에 10일 넘게 소요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검찰에 범죄경력 조회를 요청했지만 그 결과는 지난 12일 회보되는 등 후보의 피선거권 조사에 12일여가 걸린 셈이다. 반면 지방선거나 지역농협 이감사 선거 시 후보가 경찰에 범죄경력조회서 발급을 요청하면 당일 바로 발급된다고 한다.

투표일을 하루도 남겨두지 않고 벌어진 이번 사태로 후보자들은 선거를 위해 제작했던 선거공보물과 벽보, 명함을 비롯해 문자 발송 등이 모두 무용지물이 돼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선거비용을 지출한 셈이 됐다.

또한 후보 모두 선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보니 여기에 쏟아 부었던 노력까지 한순간에 물거품 된 꼴이 됐다. 특히 지지 후보에 따라 선거운동기간 조합원들의 민심까지 갈라졌으며 단독후보가 된 사실을 알지 못한 조합원들은 투표를 위해 투표소를 찾아가기도 했다. 해남진도축협은 두명만이 후보로 등록했던 만큼 박 후보가 피선거권이 없다는 사실이 빨리 확인됐다면 단독 출마로 선거가 치러지지 않게 돼 해남진도축협은 선관위에 위탁선거비용도 지불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해남지역 A조합은 위탁선거비용으로 선관위에 2200만원을 내는 등 조합별로 조합원수 등에 따라 위탁선거비용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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