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진(즐거운 오감놀이터 우리들 놀꽃 대표)

 
 

좋은 엄마란 아이가 좋아하는 엄마가 바로 좋은 엄마이다. 어느 날 우리 셋째 딸에게 " 승현이 생각에 엄마는 어떤 엄마야?"라고 물어 본적이 있다.

"엄마는요, 좋은 엄마예요"

"왜? 엄마는 승현이 혼내기도 하고 잔소리도 하잖아"라고 다시 물었다. "그래도 좋아요. 내가 좋아하는 엄마니까 좋은 엄마지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좋다' 라는 건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므로 '좋은 엄마'라는 것은 없고, 아이가 좋아하는 엄마만 있다는 뜻이다.

엄마라면 모두 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을 것이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고 희생하는 엄마가 좋은 엄마라고 생각할수록 엄마 스스로 느끼는 부족함에 불안함을 느끼게 되며, 이 불안감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향한 잔소리와 간섭으로 전달된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엄마와 아이와의 사이는 좋지 않고 육아의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너무 잘하려고 하는 것 보다는 요령이 필요하다. 부족해도 괜찮다. 게을러도 괜찮다. 100점짜리 엄마보다는 조금 부족해도 60점짜리 엄마면 충분하다.

아이가 좋아하는 엄마, 아이를 좋아하는 엄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 아이를 바라봐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아이를 자유롭게 놓아두어라. 그러면 스스로 그 자신을 보여줄 것이다". 아이에게 많은 것을 먼저 해주기보다는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아이를 바라봐 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면 아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이 보이게 된다.

부모는 아이가 원할 때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주면 된다. 애써 부모가 아이의 진로와 재능을 찾아주려 하지 않아도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아이가 될 것이다.

두 번째 아이에게는 사랑과 감격으로 바라봐주는 부모의 눈길이 필요하다. '눈길'은 눈이 가는 곳, 눈이 가는 방향이라는 뜻이다. "말로는 속여도 눈길은 속이지 못한다". 말로는 별의별 소리로 사람을 속일 수 있으나 눈길에 나타나는 것은 속일 수 없다는 뜻으로 사람의 마음이 눈길에 그대로 드러남을 나타낸다.

사랑과 감격으로 바라봐주는 부모의 눈길은 아이를 향해 있어야 한다. 눈길은 자주 바라볼수록 길이 열리고 길이 열린 후엔 믿음이 생긴다. 계속 바라보지 않아도 길이 열린 후엔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갈수 있는 또 다른 길이 열린다. 사랑과 감격으로 바라봐주는 부모의 눈길은 아이 마음에 믿음의 씨앗을 심어주는 것이다.

세 번째 아이도 부모도 자아존재감이 있어야 자아존중감이 생긴다. 자존감이라고 하면 보통 '자아 존중감'을 먼저 떠올린다. 교육 전문가들은 자존감의 뿌리는 '자아 존재감'이라고 강조한다. 자아 존재감이 형성된 뒤 그것을 바탕으로 자아 존중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자아 존재감'이란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사람의 의식은 매우 나약해서 누군가 나를 바라봐주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를 자꾸 의심한다. 자아 존중감은 내가 있기는 있는데 아주 형편없이 있음에도 누군가 나를 믿어주고 바라봐줄 때 생긴다. 무작정 아이를 칭찬해주거나, 아이의 모든 요구 사항을 들어주는 건 자아 존중감 형성과 크게 관련이 없다. 중요한 건 한결 같이 바라봐주는 어른의 존재다. 꼭 부모가 아니어도 된다. 아이를 주로 양육하는 사람이라면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삼촌 등 누구든 괜찮다.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승현이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 엄마는 이 세상에서 승현이를 가장 사랑해 네가 어리든 다 컸든, 예의가 바르든 버릇이 없든, 얌전하든 화를 내든 상관없이 말이야. 엄마딸이 되어줘서 고마워!" 라고 이야기 하며 가슴이 터질 듯 꼬옥 안아주자. 그 따뜻한 시선, 따뜻한 말과 포옹은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부모가 힘들 때 위로와 기쁨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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