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함께하는 세상 '장애인은 우리 이웃'
5. '장애인도 달리고 싶고 배우고 싶다'
장애인 예체능 활동에 함께하는 사람들
장애인 수강생에게 체험의 기회를
관련 기관과 지역사회의 노력들
이창섭 기자  |  nonno@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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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1  17: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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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서<오른쪽> 군과 전진원 군이 학교에서 순발력 훈련을 하고 있다.
   
▲ 김병진<오른쪽> 군이 태권도 도장에서 멋진 발차기를 보여주고 있다.
   
▲ 여학생이 미용학원 강사 지도에 따라 네일아트를 하고 있다.
   
▲ 장애인체육대회에 휠체어 탁구 선수로 출전하는 조성기 씨.

정신 장애와 신체 장애를 겪고 있는 장애인들이 학령기를 벗어나면 갈 곳이 없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한 가족처럼, 우리의 이웃처럼 따뜻하게 살피며 희망과 미래를 함께 열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사업체·시설·기관 등도 많은 실정이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세상을 외치며 동행하고 있는 이들을 소개한다.

지난 5일 오후. 태권도 도장에서 울려퍼지는 힘찬 기합소리에 나름 멋진 발차기를 선보이는 수강생이 눈에 띈다. 태권도 도장에 3년째 다니고 있는 김병진(17) 군. 발달장애를 앓고 있지만 큰 키에서 쭉쭉 뻗은 다리를 이용해 태권도 사범이 들고 있는 연습용 미트에 퍽퍽 소리를 내며 발차기를 하는 모습이 늠름하기까지 하다.

태권도를 하면 뭐가 좋은지 물으니 "그냥 좋고 신나요"라고 말한다.

그에게 태권도란 그런 것이다. 그냥 좋고 신나고 때론 스트레스를 풀고 때론 다른 수강생들과 어울리는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호키태권도 도장의 오성수 관장은 "현재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장애인학생 2명이 수강생으로 있는데 오후 시간에 초등학생 등 다른 수강생들과 함께 가르치고 어울리게 하고 있다. 물론 다 따라올 수 없고 힘들 수도 있지만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고 있고 다른 학생들도 이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일상생활 안에서 자연스럽게 인식 개선도 되고 어울림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한 미용학원. 여고생 3명의 눈이 어느 때보다 초롱초롱하다. 난생 처음 네일아트를 배우는 시간을 갖고 있는데 물에 물감을 넣고 손톱모형에 적시기도 하고 반짝이 등을 이용해 꾸며보기도 한다. 처음해본 네일아트가 신기하기도 하지만 뭔가 예쁨을 느끼고 직접 자신을 꾸며본다는 기쁨에 집중력마저 선보인다.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 여고생들은 다른 여느 여고생들과 마찬가지로 호기심도 많고 유튜브 등을 통해 네일아트를 보곤 했는데 그녀들에게도 네일아트는 한번쯤 꼭 직접 해보고 배우고 싶은 것이었다.

아름다운사람들 뷰티스쿨의 주애경 원장은 "한 학생은 스트레스 때문인지 손톱을 물어뜯은 흔적이 많았는데 손톱 안 뜯으면 예쁘게 네일아트 해준다고 했더니 그렇게 한다고 한다. 여기서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하면 네일아트와 메이크업, 피부, 헤어미용 등을 다 가르쳐주고 집에서 가족에게도 선보일 수 있도록 재료도 줄 계획이다. 여학생들이 자신들을 꾸미게 하고 뭔가 해볼 수 있도록 하고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런 과정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라남도교육청은 장애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을 덜도록 하기 위해 교외방과후 교육활동 지원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1인당 월 10만원씩 보습학원이 아닌 모든 학원 수강에 대해 지원을 해주고 있는데 해남에서는 합기도와 태권도, 미술학원, 컴퓨터 학원, 음악학원, 미용학원 등이 함께 하고 있다.

월 10만원이 적지 않은 돈이지만 장애학생들의 특성상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 안전 사고에 대비해 학원 내 강사들이 한시라도 떨어져서는 안된다는 점, 혹시 있을지 모르는 일부 학부모들의 편견도 감수해야 한다는 점, 미용학원 등 일부 학원은 재료비까지 합쳐 수강료가 센 편이라 사실상 재능기부와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학원들은 장애가 있는 수강생들의 배움과 체험의 기회를 지켜주고 응원하는 동반자인 셈이다.

재활, 재능개발 역할까지 장애인 체육

해남군장애인체육회는 장애인들의 재활과 장애인 생활체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휠체어 탁구와 배드민턴, 요가, 뉴스포츠, 보치아 등의 교실을 열고 있다.

김균열 생활체육지도자가 해남다목적생활체육관에서 교실을 열기도 하고 해남군장애인종합복지관이나 금강체육관, 해남공고 등을 직접 찾아가 장애를 앓고 있는 동호인들과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한다. 장애인체육회 스포츠 교실을 이용하는 장애인만 90여명에 이르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해남다목적생활체육관에서는 한창 휠체어 탁구교실이 열리고 있었다.

탁구교실에는 5명의 장애인이 참여하고 있다. 우울증과 무기력에 빠져 집안에만 있으려 했지만 탁구를 하게 되면서 그들은 밖으로 나오게 됐고 어울리게 됐고 재활에 도움까지 되고 있다. 조성기(48) 씨는 16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휠체어 없이는 생활할 수 없을 정도의 장애를 앓고 있다. 지난해부터 탁구교실을 알게 되면서 그의 생활도 많이 바뀌었다.

우울증 증세까지 보여 집에만 있고 잠자는 시간만 늘어나고 그래서 척수통증이 더 심했는데지금은 오전 7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9시까지 체육관으로 나와 2시간 정도 탁구를 즐긴 뒤 11시에 회사에 출근한다.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회사인데 조 씨가 활기를 되찾고 일에 대한 능률도 높아지니 회사 측이 배려를 하고 있다.

조 씨는 오는 5월 영암에서 열리는 27회 전라남도 장애인체육대회에 휠체어탁구 종목 선수로 첫 출전한다. 첫 대회이니 만큼 3위가 목표다. 삶의 의욕과 재활, 이제는 대회 참여가 더해져 또다른 목표를 세울 수 있게 됐다.

조 씨는 "장성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고등학생 딸이 주말마다 집에 오는데 우슬체육관에서 함께 탁구를 친다. 다른 사람들과도 어울린다. 탁구를 통해 대인관계도 넓어지고 삶의 의욕과 성취감도 높아졌지만 무엇보다 가족애를 이어나가는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기 씨처럼 5월에 전라남도 장애인체육대회에 선수로 참가하는 학생들이 있다. 해남공고에 다니고 있는 박은서(3학년) 군과 장무(3학년) 군은 100m달리기와 200m 달리기, 멀리뛰기 등 3종목에 출전하고 전진원(2학년) 군은 400m와 높이뛰기에 나간다.

모두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데 은서 군은 지난해 열린 26회 대회에서 전남대표로 출전해 멀리뛰기와 200m 달리기에서 1위를 차지해 남다른 재능을 선보이고 있다.

은서 군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성취감과 함께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고 같은 장애인반 학생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돼 올해는 3명이 대회에 함께 나서게 된 것이다.

은서 군은 "친구들이 나를 자랑스러워 해주니 정말 좋다"며 "앞으로 특수체육보조교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들 학생이 이같은 꿈을 키우게 된 것은 특수교사들이 나서서 이들에게 체육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나아가 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반복해서 규칙이나 방법을 가르치고 익히게 하는 등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남공고 송문옥 특수교사는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도록 하는 것보다 체육을 통해 뇌와 지능을 발달시키는 게 중요하다. 나아가 목표의식을 가지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며 재능있는 학생들은 기량을 발굴해 장애인 선수나 취업으로 연결시킬 수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장애인 체육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인 예체능에도 관심과 지원을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지만 장애인 예체능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해남군장애인체육회의 장애인 체육교실은 현재 생활체육지도자 1명이 담당하고 있다. 이용자 90여명을 혼자 가르친다는 것인데 벅찰 수 밖에 없다. 체육회는 그래서 최근 채용공고를 냈지만 해남지역 정주여건 때문인지 지원자가 없어 재공고를 냈다.

생활체육지도자 양성이나 전문장애인체육지도자 영입, 그리고 그들에 대한 복지 향상 등이 필요한 대목이다. 시설이나 예산 지원에 대한 목소리도 있다. 김균열 생활체육지도자는 "장애인 전용 체육관이 없다보니 체육관에서 비장애인들의 행사나 운동 프로그램이 있을 때는 자리를 비워져야 한다. 목포나 여수처럼 장애인 전용 체육관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남공고 특수교사들은 "방과후 활동비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지만 1강좌당 10만원 뿐이어서 더 많은 강좌를 배우고 체험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어 확대가 필요하다. 장애인 체육의 경우 재능있는 학생들을 위해 장애인실업팀을 만들어 해남에서도 장애인올림픽 국가대표가 나왔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비용과 효율성만을 따지기에 앞서 장애인 예체능은 장애들에게 삶의 활력소요, 희망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장애인 복지에 대한 또하나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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