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와 60대 할머니 입학
증손자뻘 2명과 입학 동기

▲ 마정순 할머니<앞줄 오른쪽>와 김성례 할머니가 용전분교장의 특별한 신입생이 됐다.
▲ 마정순 할머니<앞줄 오른쪽>와 김성례 할머니가 용전분교장의 특별한 신입생이 됐다.

"운동 겸 해서 학우들과 사이좋게 공부 잘 하겠다"

구순을 앞둔 80대 할머니는 입학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4일 마산초등학교 용전분교장에서는 특별한 신입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특별한 입학식이 열렸다. 4명의 신입생 중에 80대인 마정순(88) 할머니와 60대인 김성례(68) 할머니가 증손자뻘과 손자뻘이 되는 어린이 2명과 입학 동기가 돼 한 교실에서 학교 생활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전체 학생 21명, 2학년이 1명뿐인 학교에 1학년으로 특별한 입학생 등 4명이 새로 들어오게 되자 학교와 마을은 축제 분위기가 됐다.

입학식장에는 학부모와 교사, 마을주민 그리고 면장까지 찾아와 박수와 환호성을 보내며 이들의 입학을 축하했다. 마산면은 책가방과 학용품을 입학선물로 전달했으며 학교에서는 교사가 대금을 연주하며 동요와 진도아리랑을 선물했다.

3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나 동생들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배움의 기회를 놓쳤던 마정순 할머니는 '내 눈으로 글자를 보고 버스도 탈 수 있어야지' 하는 마음에 80여년만에 배움의 한을 풀게 됐다. 김성례 할머니는 60여년 전 한달정도만 학교를 다니다 집안 사정 때문에 그만 두고 이번에 늦깎이 신입생이 됐다.

마정순 할머니는 "입학을 축하해준 학생들과 학부모, 주민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며 "학도들과 사이좋게 공부 잘 하겠다"고 말했고 김성례 할머니는 "열심히 배우겠다. 남편이 아파서 학교에 많이 빠지게 될까봐 또 가슴이 아프다"고 말해 격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두 할머니는 함께 공부할 교실로 들어가 1년동안 배울 교과서를 받고 앞으로 학교생활과 주의사항 등을 교사로부터 들은 뒤 첫 급식도 함께 했다.

임철우 담임교사는 "발 사이즈를 몰라서 다른 걸 선물로 드렸으니 실내화 꼭 준비하시구요. 학교급식은 소금이 많이 안들어가 처음에 입맛에 잘 맞지 않겠지만 건강 생각하셔서 많이 드시구요. 한글 잘 못따라갈까 너무 걱정 마시고 1년동안 함께 잘 생활하시게요"라고 말했다.

담임교사의 말을 기울이는 두 할머니는 내내 서로 손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두 할머니의 용기있는 학교생활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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