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집 수나무.
▲ 시골집 수나무.

은행나무는 은행나무과(Gingkoaceae)에 하나뿐인 나무로 학명은 Ginkgo biloba이다. 학명을 풀이 하면 긴난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잎(loba)의 끝이 두 갈래(bi)로 갈라지는 나무라는 뜻이다. 킹쿄(Gingko)는 린네가 은행의 일본어 발음 긴난(Ginnan)을 잘못 읽은 것이라 한다.

중국이 원산지인 낙엽교목으로 생김새는 넓은 활엽수이지만 분류학상 나자식물 침엽수로 구분한다. 높이는 5~10m(용문사 은행나무는 42m, 50m에 달하는 나무도 있음)의 대교목 낙엽 침엽수인 셈이다.

고향마을 지명이름에 아까시나무개, 산도밭개, 사장개, 대나무개, 소나무개 처럼 '개'가 끝에 붙는 지명이 많다. '개'란 옛말로 군데 또는 곳이란 뜻이다. 그중 사장개는 200여 년이 넘은 은행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곳이다. 우리집에서 훤히 내다뵈는 사장개가 어떤 뜻인지 마을 서당 훈장이셨던 김행채(2011년 80의 연세로 별세) 어르신이 남긴 우리 마을 리지(里誌)를 보고 알았다.

"射場개는 여러 사람이 알기에 농민들의 휴식처 또는 避暑地(피서지)로 생각하지만 실은 옛날 양반 벼슬아치 부유층이 여가생활로 활(弓)을 쏘았던 곳이다. 반면 나무를 심어 휴식처나 피서지로 한 마을도 많은데 그것은 謝場(사장)이라 쓴다"

풍수지리를 알고 나서 사장개 두 그루의 은행나무는 비보압승의 장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지점이 배산에 속하는 마을 뒤 능선인데 밭으로 경작하기 위해 나무를 모두 베어냈다. 우리 동네에서 본 마을로 가기 위해 사장개 앞 작은 고개를 지나다 보면 바람도 아주 센 지점이다.

사장개는 마을의 경계임을 알리면서 동시에 휴식처이자 비보(약한곳을 보완하는 기능)를 위한 장치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리집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그 사장개 은행나무는 알게 모르게 장소를 해석하고 땅을 이해하는 지혜를 내 맘 깊숙이 심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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