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해남에서도 군민들의 참여속에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민간단체가 주도했던 3·1운동 기념식과 합동추모제는 해남군이 공동 주관하며 학생들과 군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가 됐다. 옥천면 영신리 양한묵 선생 생가 터에서는 마을 주민들과 양씨 문중 대표단, 종교계 등이 참여한 가운데 처음으로 독립지사 지강 양한묵 선생을 추모하는 추모제와 통일기원제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기념행사 과정에서 아쉬운 점들이 발생하며 100주년의 의미를 극대화하지 못했다.

문예회관에서 잇따라 거행된 기념식과 합동추모제의 경우 아직도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길기도 긴 내빈소개와 함께 군수 기념사와 도지사 추모사, 광주지방보훈청장 추모사, 국회의원 추모사 등이 이어지며 기념식만 1시간 이상, 추모제까지 합쳐 2시간동안 진행됐다.

이러다보니 기념식을 마치고 잠시 5분 쉬는 시간을 가진 뒤 합동추모제를 다시 진행했지만 자리가 많이 비게 됐고 한번 중심을 잃은 장내 분위기는 잡담과 웅성거림이 계속돼 사회자가 급기야 '5일 시장에 온 것 같다며 식이 경건한 분위기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드린다'는 멘트를 하기에 이르렀다.

의미있는 행사이고 순국열사와 애국지사를 기리는 행사이니 조금은 형식적인 것들을 빼고 유족들과 관련 단체 회원을 중심으로 한 식순으로 행사를 거행해 기념식과 추모제를 1시간으로 줄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강 선생의 추모제도 아쉬움이 많았다. 무엇보다 다양한 참석자들 가운데 정작 지강 양한묵 선생의 직계 유족들이 배제됐다. 선생의 증손자 등 일부 직계 유족들은 당일 추모제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고 생가가 복원됐다고 해 둘러보기 위해 방문했다가 자신들도 모르는 추모제가 열리고 있어 당황스러워해야 했다. 추모제에는 각계 인사들이 참여한 헌화와 참배 순서가 있었지만 정작 직계 유족들은 헌화와 참배도 하지 못한 채 식이 끝나기 전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마치 불청객이 된 듯한 표정이었다.

물론 양씨 문중 대표단과 종친회에서 추모제에 참여했고 이 기념공간이 사적인 공간이 아닌 상황에서 누구 허락을 맡고 추모제를 열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증손자 등 직계 유족들이 있는데도 이들의 존재나 전화번호도 몰라 최소한 참석여부나 행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한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 할 수 있다.

행사장에서 발길을 돌리던 지강 선생의 직계 유족들은 현장에 있는 해남군 공무원들에게 자신들의 전화번호를 남겼다.

큰 의미와 참여 속에 거행된 100주년 기념행사에 아쉬움도 많이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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