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북미정상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렬되었다. 빈손으로 헤어졌지만 그나마 다행스런 점은 상호존중 제스처와 함께 후일을 기약했다는 점이다.

현재 한반도 갈등구조가 고착되면서 반사이익을 누려온 일본을 비롯한 국내외 수많은 세력들은 급격한 체제변화를 바라지 않고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

특히 하노이 회담 결렬을 두고 삼일절에 희색이 만면한 아베 모습을 보는 것은 분통이 터진다. 대통령 삼일절 기념사중 "3·1운동 당시 7500여명의 조선인이 살해되었고 1만6000여명이 부상했다"는 언급에 대하여 일본 외무성이 불행한 과거사에 대해 사과나 유감표명이 아닌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후안무치한 행위이다. 이처럼 폭주하는 리더가 장기간 국정을 이끌고 있음에도 변변한 견제세력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일본 현실도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베와 일본 우익집단의 본심은 세계평화와 역내 국가들과 공존이 아닌 과거 일본제국의 영광재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보다는 북한 존재와 위협을 명분으로 끊임없이 군사력을 강화하고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변신을 위해 온힘을 쏟아왔다. 급격한 북미관계 진전에 당황했을 터이고, 이제는 한국을 상대로 군사적 긴장을 높여가면서 새로운 갈등을 일으키며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을 방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일본은 막부정권이 쇠락하며 쇄국을 고집하고, 경제적 활력이 떨어져 가던 시기에 메이지 유신을 통해 근대화에 성공했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승리를 통해 패권국가가 되었다. 1931년 대공황 위기를 극복하기위해 만주에서 자작극을 통해 빌미를 만들어 만주를 점령하여 괴뢰국을 세우고 제국주의 야욕으로 전쟁을 확대해 나가다 패전을 맞이했지만 그들은 아직도 종전(終戰)이라 주장한다.

일본 국민작가로 불리우는 만족주의 성향의 시바료타로(司馬遼太朗)는 쇼와(昭和)10년부터 20년까지(1935~1945) 십년간 시기를 군부 통수권이 헌법을 초월한 군국주의의 대팽창 시기로 건국 이래 가서는 안 되는 길을 갔던 비정상적인 시기로 규정했다. 그리고 1990년대를 토지투기와 물가폭등, 공해문제 등이 심각해지고 버불경제가 정점에 이르렀던 시기를 태평양전쟁에 패배하여 항복했을 때보다도 더 일본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하며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었다.

일본은 1964년 올림픽을 치룬지 56년만인 2020년 다시 올림픽을 치루게 된다. 첫 번째 올림픽이 화려한 잔치상이었다면 두 번째 올림픽을 계기로 경제력과 리더쉽이 전과 같지 않은 상황에서 서서히 몰락해 가는 초국가주의가 "우리는 아직 지지 않았다" 며 또다시 발흥하기 위한 몸부림 성격이 짙다.주변국가 국력이 20세기와는 판이한 상황에서 일본 국력은 내리막길을 걷는데 아베의 반동적 성향은 더욱 노골화 되어가고 있는 이것이야 말로 진짜 일본의 위기가 될 것이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 결과는 역으로 아베를 비롯한 주변국 본심을 알게 해 주었고, 우리에게는 자신들 문제는 자기 손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당사자이자 중재자로서 우리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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