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경 분산 올해는 본예산에
장비·인력·자재난, 관리감독 우려

침체된 지역경기에 활성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실시되고 있는 신속집행(조기집행)이 상반기에 사업 발주가 몰리면서 인력과 장비, 자재 등의 부족으로 오히려 지역경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해남군은 예측 가능한 사업들은 대부분 본예산에 책정하며 신속집행에 유연하게 대처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신속집행을 위해 본예산과 추경에 분산해 예산을 편성했던 주민숙원사업 등이 올해는 상반기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인력난과 자재난을 비롯해 감독공무원의 업무 가중 등 신속집행의 폐해가 신속집행을 하지 않는 올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시급하지 않은 사업들은 영농철을 피해 하반기로 미루는 등 주민숙원사업을 상·하반기로 나눠 발주하고 내년부터는 설 전후로 공사가 발주될 수 있도록 더욱 더 서둘려 준비하는 등 관급공사가 일시에 풀리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남군이 올해 본예산에 반영한 마을안길, 농로포장, 용배수로 정비사업 등 각종 소규모주민숙원사업은 390여억원에 이른다.

군은 자체설계를 통한 예산 절감과 사업 조기발주를 통한 주민불편 해소,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자 읍면 토목직 공무원을 중심으로 합동설계반을 편성해 올해 1078건 386억100만원에 대한 설계를 완료했으며 3월초 착공해 영농기 이전 공사가 준공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본예산의 주민숙원사업에 대해 합동설계반이 설계한 건수는 768건 243억8400만원으로 올해 310건이 증가했다.

본지가 군의 지난해 예산서를 분석한 결과 용배수로의 경우 본예산에 376건 127억5400만원, 1회 추경에 305건 104억600만원, 2회 추경에 176건 52억9710만원이 편성됐었다. 반면 올해는 본예산에 550건 229억3800만원을 편성했다. 농로정비사업은 지난해 본예산에 170건 41억4800만원, 1회 추경 173건 37억8680만원, 2회 추경 78건13억1830만원이 편성됐지만 올해는 본예산에 243건 67억3900만원을 편성했다.

군에서 발주할 관급공사의 물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하다보니 영농기 전 공사를 완료해야 하는 건설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장비와 인력, 자재난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신속집행으로 상반기에 군의 발주물량이 몰리다보니 필요한 시기에 인력과 장비를 구하지 못하고 특히 레미콘은 일주일 전에 예약했음에도 예정된 날에 납품을 받지 못하는 등 애를 먹었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물량이 발주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더욱 걱정이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물량이 일정기간동안 몰리게 되면 외지에서까지 인력과 장비를 구해야 하는 반면 하반기에는 상대적으로 일이 줄어들게 되고 일부에서는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해 부실공사의 우려도 큰 실정이다. 또한 공사 감독을 맡게 될 해남군 담당 공무원 수는 정해져 있지만 물량은 전년보다 늘어나다보니 업무 과중에 따른 스트레스와 감독업무 소홀 등도 우려되고 있다.

해남군의 주민숙원사업 등 관급공사 발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외지에 주소를 두고 있던 회사들까지 해남군 발주 공사를 따내기 위해 이 시기에 군으로 들어왔다가 하반기에 다시 나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군에 등록된 철근·콘크리트 공사업 전문공사 업체는 130곳으로 지난해 16곳이, 올해에만 5곳이 신규 등록했으며 주소를 해남군으로 옮긴 업체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군에 따르면 주민숙원사업은 지난 2017년 500여억원이, 2018년 540여억원이, 올해 397여억원이 반영됐다.

김병덕 의원은 지난 19일 건설주택과 업무보고에서 "농로와 배수로 등의 사업이 지난해보다 100% 이상 증가했다"며 "일시에 사업 물량이 쏟아져 인력과 자재 수급이 불안정하고 부실시공 우려가 있던 조기집행 폐단이 조기집행을 하지 않는 올해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선 건설주택과장은 "지난해에는 신속집행 때문에 본예산과 추경에 분산 편성했지만 올해는 예측 가능한 예산편성 등을 위해 본예산에 책정했다"며 "일시에 사업이 시작되면 레미콘 수급 상황이 걱정되지만 관련 업체들에게 협조를 구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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