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천암 인근에 30여 곳 달해
일부 침출수, 퇴비 관리 부족

▲ AI 예방을 위한 안내 표지판 너머로 축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 AI 예방을 위한 안내 표지판 너머로 축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철새가 찾아오고 국내 최대 규모의 갈대 군락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유명한 고천암 철새도래지 주변에 최근 축사가 난립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일 고천암 주변을 둘러본 결과 고천암 상류와 농어촌공사 배수장 인근, 갈대숲 탐방로 부근 등으로 가깝게는 500m 이내에서 멀게는 1~2km 떨어진 곳에 축사가 몰려 있고 신축되고 있는 축사도 눈에 띄고 있는 실정이다.

해남군에 따르면 해남군에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축사는 모두 1169곳으로 이가운데 해남읍에 97곳, 고천암 주변인 내사리와 부호리 주변에만 29곳이 운영되고 있다. 또 신축 신청건수 132건 가운데 고천암 주변이 4건에 이르는 등 고천암 주변으로 현재 운영되고 있거나 신축이 추진되고 있는 축사가 33곳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고천암 주변에 축사가 늘고 있는 것은 이 지역에 민가와 다중이용업소가 상대적으로 적어 가축사육 제한구역의 제약을 덜 받기 때문이다.

해남군의 가축사육 제한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주거밀집지역(직선거리 500m 이내에 5호 이상)의 경우 가축 종류와 축사 연면적에 따라 최소 100m 이상 거리가 떨어져 있어야 허가가 가능하고 병원과 화장장 등 다중이용업소는 건축물 부지 경계선으로부터 20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허가가 가능하다.

축사가 크게 늘면서 축사에서 나오는 침출수 등 오염 물질이 인근 농경지와 고천암호로 유입돼 환경피해가 발생할 개연성도 커지고 있다.

고천암 주변 한 축사의 경우 축사에서 나온 퇴비를 아무런 조치없이 마당에 야적한 채 방치했고 또다른 축사는 축사에서 나온 침출수가 축사 배수로에 시꺼멓게 고여 있어 축사 밖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제보가 접수돼 현재 해남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해남군이 코스관광지와 해남 8경으로 고천암 철새도래지를 선정해 홍보하고 있고 수십, 수백억원을 들여 그동안 유채꽃밭과 갈대탐방로, 목재데크 등 생태공원화 사업을 추진했으면서도 주변에 축사가 난립하고 있고 일부 농가에서 환경오염 문제마저 제기되고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을 주민 A 씨는 "이런 상황에서 철새가 올지도 의문이다"며 "관련 규정이 없다면 새로 만들어서라도 고천암 주변에 축사 난립을 막고 환경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남군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해남군 조직에 축산진흥팀이 있을 정도로 축산사업을 장려하고 있고 가축사육 제한과 관련해 현재도 지나친 규제라는 여론이 있는데다 더 이상 규제할 경우 땅 소유주들의 반발도 예상돼 쉽지 않은 문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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