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해남공고 교사)

 
 

드라마를 보는 마음은 불편했다.

상승한 신분(의사, 교수, 변호사)을 자식에게 계승하기 위해 어떤 것이라도 다 희생시킬 수 있고, 무엇이든 동원할 수 있다는 집단이 최고의 성(城)을 이루어 살고 있다. 이 집단의 극단적인 이야기들은 우스꽝스러워야 할 텐데 웃기지가 않았다. 블랙코미디교육드라마로는 절대로 봐줄 수 없는 이유는 웃음이 터지는 지점이 교육의 모순이나 문제점이 희화화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류층의 위선이나 허세, 욕망을 쫓아가는 직접적 대목에서나 웃음은 터졌다. '아갈머리를 확…'같은 막장언어에서나 간간이. 오히려 교육의 모순과 문제점은 당연하고 실감나서 웃기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드라마는 한 번도 교육문제의 비판이나 개선을 향하지 않는다. 신분상승한 자들의 행태를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관음증만을 자극하고 있었다. 몇 회 만에 드라마를 제껴버린 이유도 관음증을 미끼로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시청자들을 TV에 묶어놓겠다는 작가의 천박함이 읽혀서다. 시청자들의 부정한 욕망에 불을 질러가며 그 자극으로 연속극을 끌어가는 막장드라마와 '스카이캐슬'은 다를 것이 없었다. 이 드라마는 교육현실을 걱정하는 듯 하지만 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신분상승한자들의 부정한 욕망만 들여다보게 만들고 있었다.

관음증에 바탕한 드라마야 많고 많았지만 이 극의 더 큰 해악은 결국 "교육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입시지옥으로 학생이 자살하고 결국 학교를 탈락해도 교육문제는 어차피 해결이 불가능하니 학부모들은 그냥 자식들을 서로 죽이는 전쟁터에 밀어 넣어 싸우게 하고, 그 싸움에 이기게 부모들은 에너지를 밀어주자. 무엇보다 사랑을 듬뿍듬뿍 담아서 스트레스 줄여주는 게 최선이라는 극의 마지막회 대사에 있다.

교육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이 말은 맞는가? 긍정할 수도 없고, 쉬 부정할 수도 없는 이 질문에 오래 고민해야 한다. 짧게 줄이면 성공출세를 위한 무한경쟁이 교육문제이고 그 뿌리는 무한욕망에 있다. 누구라서 욕망을 졸업했다고 말할 수 없으니 작가의 말이 맞다고 고개 끄덕이고 말아야 하는가.

아니다. 인간은 욕망의 존재이지만,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지만 모두가 고통 받고 혜택 받아야 하는 공공의 문제에서 욕망은 어느 선까지는 통제되어야 한다. 당국이 과도한 욕망을 바탕으로 하는 경쟁에 이런 저런 자물쇠를 채우기도 하지만 학부모 개개인의 욕망은 무한으로 치닫고 만다. 합리적인 제도를 바라지만 개인의 욕망이 무한해질 때 제도는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볼록하게 솟아오르는 풍선 누르기가 된다. 다시 문제의 뿌리는 개인들이 바탕한 무한욕망으로 돌아온다.

완벽한 제도를 만들어내도 무한한 욕망들은 제한을 뚫고 새 길을 내고 마는 것을 우리 입시제도 변천사는 잘 보여준다. 제도만으론 안된다. 욕망의 조절 없이는 교육문제 해결이란 없다. 신분상승과 승계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겠다는 말은 돈이라면 무슨 짓이든 하겠다는 말과 닮았다.

결국 교육문제도, 우리사회의 문제도 뿌리는 같다. 이 드라마가 나쁜 이유는 문제의 뿌리가 과도한 욕망에 있음을 잘 알면서 그 욕망을 자극만하고 있다는 데 있다. 드라마를 끌고 가는 기법까지 욕망을 자극하는 방법만을 동원하니 참 나쁜 드라마다. 이 나쁜 드라마의 절정의 인기가 우리의 현재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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