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도 같은 장애인활동지원사들
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되주고 있는
그들의 동반자 장애인활동지원사

▲ 서막래<왼쪽> 씨를 엄마처럼 따르는 소영 씨. 둘의 포옹이 아름답다.
▲ 서막래<왼쪽> 씨를 엄마처럼 따르는 소영 씨. 둘의 포옹이 아름답다.
▲ 서막래 씨와 마음으로 맺어진 세 딸은 가끔 우슬재를 걸으며 재활치료도 함께 한다. <왼쪽부터 은지 씨, 효선 씨, 소영 씨>
▲ 서막래 씨와 마음으로 맺어진 세 딸은 가끔 우슬재를 걸으며 재활치료도 함께 한다. <왼쪽부터 은지 씨, 효선 씨, 소영 씨>
▲ 신안숙(오른쪽) 씨가 위현환 회장과 함께 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 신안숙(오른쪽) 씨가 위현환 회장과 함께 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정신 장애와 신체 장애를 겪고 있는 장애인들이 학령기를 벗어나면 갈 곳이 없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한 가족처럼, 우리의 이웃처럼 따뜻하게 살피며 희망과 미래를 함께 열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사업체, 시설, 기관 등도 많은 실정이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세상을 외치며 동행하고 있는 이들을 소개한다.

11년째 장애인활동지원사 일을 하고 있는 서막래(62) 씨에게는 친아들 세명 외에 사랑과 마음으로 맺어진 세명의 딸이 또 있다.

첫째 딸은 최소영 씨(35, 지적장애 2급), 둘째 딸은 김은지 씨(33, 중복장애 1급), 막내 딸은 김효선 씨(23, 중복장애 1급)로 그녀가 가사와 사회활동 지원을 통해 자립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중증장애인들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활동지원시간이 하루에 보통 3~4시간이다 보니 그녀는 오전 8시에 첫째 딸에게 갔다가 오후에 둘째 딸과 막내 딸에게 차례대로 가는데 정작 본인의 집에 들어가는 시간은 저녁 7시가 넘게 된다.

그래도 딸들과 시간을 보낼 때 가장 행복하다는 서 씨가 활동지원사가 된 사연은 이러하다. 10여년 전에 집 부근에 있는 한 독거노인을 알게 됐고 이심전심으로 보살펴드렸는데 어느 날 직접 찾아오셔서 손을 꼭 잡고 고맙다는 얘기를 연신 하시더니 그 일이 있은 후 얼마 되지 않아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 때부터 마음을 여는 일을 하고 싶다고 느꼈고 장애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장애인활동지원사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7년 전부터 이런 인연으로 만나게 된 소영 씨의 경우 지적장애를 앓고 있다보니 옷 입는 것부터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는 등 개인관리에서부터 밖에서 사람 만나는 예절들을 가르치고 복지관에서 프로그램을 이용하러 갈 때 동행하고 산책이나 틈을 내 나들이도 함께 해준다. 그냥 말없이 울 때 곁에서 다독여주고 함께 울어주는 것도 그녀의 몫이다.

소영 씨는 아버지(63)와 함께 살고 있지만 아버지도 건강이 좋지 않다 보니 청소 등 집안 일도 서 씨가 해야 한다. 몇 년 전에는 소영 씨의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3개월동안 입원하게 됐는데 병원을 오가며 병수발을 해 준 것도 서씨였다. 소영 씨가 TV를 보는데 자꾸 눈을 찡그리자 안과에 데려가고 안경을 맞춰 시력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막은 것도 그녀였다.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서비스 대상자만 보살피면 되지만 장애인 가족들의 삶이 대부분 어렵다보니 이들 모두를 마음으로 대하고 이들을 가족처럼 여기는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소영 씨의 경우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데 그래서 그녀를 엄마라고 생각한다.

서 씨는 "모두가 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으로 우리 세 딸이 지금은 부족하지만 언젠가는 혼자서도 생활을 해야 하기에 더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며 "내가 할머니가 될 때 나를 도울 수 있고 마음으로 의지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딸들이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오해받기도 쉽지만 우리는 가족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해남지회 위현환(61) 회장을 위해 9년 째 손과 발 그리고 눈이 되주고 있는 신안숙(53) 씨도 장애인활동지원사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위 씨를 위해 식사를 준비해 아침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옷 입는 것을 돕고 우편물을 읽어주고 시각장애인 협회 사무실에서 프로그램이나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차량으로 이동을 돕는 일도 그녀 몫이다. 아침 식사 준비부터 해야 하니 그녀가 위 씨 집을 찾는 것은 오전 7시부터다.

서비스 대상자가 남성이라 방이 나뉘어져 있어도 같은 공간에 함께 있어야 해 불편함도 있고 밖에 외출할 때는 시각장애인이다 보니 옆에 꼭 붙어 의지해야 하고 손도 잡아야 하니 남들이 오해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런 편견과 오해를 이겨내고 가족같은 존재가 됐다. 지난 12일에는 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실에서 프로그램 개학식이 있어 위 씨를 본인의 차량에 태워 함께 이동했다.

장애인이 활동지원사의 차를 타고 이동을 하다 사고가 났을 경우 규정상 모든 책임이 지원사에게 돌아가지만 다른 이동수단을 기다리고 예약하고 하기 보다 이것이 더 편하고 이동거리도 가깝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믿고 차에 함께 몸을 싣는다.

위 회장은 "1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 있어줘서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 가족이나 형제도 이렇게 못해줄 것인데…"며 눈시울을 붉혔다. 신 씨는 이렇게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위 씨를 지원하고 오후에는 또 그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지적장애인 집으로 향한다.

신 씨는 "특히 몸이 불편하지만 가족들이 방치하며 오히려 몸이 더 굳어만 갔던 중증장애인의 경우 매일 주물러 드리고 보살피며 근육이 살아나고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경험을 하면서 정말 힘들어도 보람을 느끼고 그 분들로 인해 오히려 내가 맑아지고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신 씨는 "이 일은 정년이 없다"며 "앞으로 힘 닿는데까지 장애인 가족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 씨와 신 씨처럼 해남에서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하고 있는 이는 모두 60여명으로 이들의 지원활동을 받고 있는 중증장애인은 101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 활동지원사들은 올해 어울림이라는 자발적인 봉사단체를 만들었다. 누구보다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알기에 보다 깊이 있는 도움을 주기 위해 주말 등을 이용해 자원봉사도 하고 연말에는 성금 전달 등을 할 예정이다.

무대책 휴게시간 등 처우개선 필요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휴게시간 특례업종에서 사회복지사업이 제외되면서 활동지원사들도 3시간 30분에서 4시간을 일하면 30분을 쉬어야 한다.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힘들고 돌발상황이나 위급상황에 처하기 쉬운 중증장애인을 돌보는 활동지원사들에게는 그러나 이 제도가 오히려 휴게시간 보장이 아니라 무급으로 근로시간 연장만 강요받는 올가미가 됐다.

지원서비스 장애인 대상자 집에 도착해 활동지원사들이 맨 처음 하는 일은 일의 시작을 표시하기 위해 해당 장애인의 단말기에 본인의 카드를 대는 일이다. 그리고 일한지 3시간이 넘어 4시간이 다가오면 장애인을 돌보는 데 신경을 쓰기 보다는 '이제부터 휴게시간이다'를 표시하기 위해 또 단말기에 카드를 대야 한다. 깜빡 단말기 대는 것을 잊고 4시간이 지나버리면 휴게시간을 어긴 것이 돼 애써 일했던 근무시간이 무효가 되버린다.

병원에 이동중이거나 위급하고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해도 식사를 돕다가도 법대로라면 모든 행동을 멈추고 30분 의무적으로 쉬어야 하는 것인데 장애인의 생존권과 직결되고 장애인들을 돕는 일을 하는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의 특성상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한 활동지원사는 "장애인 대상자들 상당수가 형편이 어려워 중심가가 아닌 외진 곳에 방이 한 칸인 경우도 많은데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하며 쉬란 얘긴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휴게시간 단말기에 표시하기 위해 30분 전부터 초긴장상태에 들어가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활동지원사는 "일의 특성상 일한만큼 수당으로 보상을 해주는 게 가장 현실적인데도 활동지원사들에게는 불가능한 휴게시간 준수를 강요해 결국 무급으로 일하는 시간만 늘어나는 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이 실제 손에 쥐게 되는 서비스 시간당 단가는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게다가 근속수당도 없다. 또한 장애인들 대부분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동시 차량을 제공하고 사비로 반찬 등도 준비해주지만 이에 대한 보상도 없다. 물론 보상받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일한만큼 대가가 따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마음으로 맺어진 사랑으로 장애인들과 한가족이 되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사들.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들을 말없이 해주고 있는 그들이 있기에 장애인들이 웃을 수 있는 사회가 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사들에 대한 응원과 격려는 물론 그들의 처우개선에도 지역사회가 관심을 기울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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