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용덕리 출신, 4일 별세
국가유공자 지정 요구 봇물

▲ 화산 용덕리 출신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화산 용덕리 출신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닥터헬기 도입 등 국내 응급의료 분야를 진두지휘한 화산면 용덕리 출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51)이 지난 4일 병원 집무실에서 별세해 전국민이 슬픔과 안타까움에 빠진 가운데 국가 유공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고 윤한덕 센터장은 지난 1968년 화산면 율동리 용덕마을에서 초등학교 교사였던 고 윤재태 씨의 늦둥이 아들로 태어났다. 용덕마을은 해남윤씨 죽사동파 집성촌이다. 지난 1974년에는 해남 중앙초등학교에 입학해 어린 시절을 보냈고, 아버지가 광주로 전근을 가게 되면서 일가족과 함께 광주로 이사했다.

이후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남대학교 의예과에 입학했고, 지난 1994년 응급의학과가 생기자 자원해 제1호 전문의가 됐다.

윤 센터장과 응급의학과 수련을 함께한 전남대 의과대학 허탁 교수는 응급실은 넘쳐나는 환자로 아비규환이었고 윤 센터장과 허 교수는 밤낮없이 환자를 돌보면서 열악한 응급실 환경에 울분을 토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1990년대 초중반 우리나라에서는 성수대교 참사와 삼풍백화점 참사 등 대형 사고들이 발생하면서 응급환자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선진국형 체계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식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윤한덕 센터장은 이상주의자다. 현실의 문제점에 대해 항상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것이 최선인가를 항상 생각했으며 그 최선을 실현하려 했다. 현실에서는 조금 따라가기 어려운 정책들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의료환경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에서 이상주의자라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지난 2002년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일하기 시작하며 진보적인 개선안을 주도해서 추진했다. 응급진료 정보를 수집하는 체계인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를 구축해 응급의료기관 체계정립과 평가, 재는·응급의료상황실 운영 등 진료 개선에 기여했고 응급의료 전용 헬기도 도입했다.

4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며 일해온 윤 센터장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집에 들어와 식사와 잠을 청하고 다시 센터로 향했다고 한다. 윤 센터장은 설 연휴 전인 지난 1일 공식 일과를 마친 이후에도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4일 숨진 채 발견됐다.

특히 윤 센터장은 매년 명절이 되면 아버지가 묻힌 선산을 찾고자 고향인 화산면 용덕리에 방문해왔는데, 그의 아내가 설에 고향을 가자던 윤 센터장과 연락이 닿지 않자 직접 센터를 찾았다가 의자에 앉은 채 싸늘해진 모습을 발견한 것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윤 센터장의 영결식은 지난 10일 열렸으며, 영면에 든 곳은 경기 포천시 광릉 추모공원이다. 1차 부검결과 사인은 고도의 관상동맥경화에 따른 급성 심장사로 나타났으며 과로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평화당 정책위의장 윤영일 국회의원은 지난 8일 제25차 최고위원·국회의원·상임고문 연석회의 모두발언에서 윤 센터장을 언급하며 응급 의료체계 개선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윤 센터장과 같은 고귀하고 의로운 삶을 기려야 한다고 밝혔다.

윤 국회의원은 "윤 센터장은 열악한 우리나라 응급 의료체계를 개선하고자 자신의 몸을 바쳐가며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았던 의인이다. 연휴에도 자신과 가족보다 대의를 위해 일했다. 그런 사람을 국가유공자로 기리지 않는다면 어떤 세상이 의미를 가질 수 있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지난 7일 윤 센터장의 죽음에 대해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한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14일 기준 4221명이 청원에 동참했으며, 이외에도 24개의 관련 청원이 올라와 있다.

전국적으로 윤 센터장을 국가 유공자로 기려야 한다는 물결이 나타나고 있으나 단기간에 지정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개 국가유공자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고 민간인이 선정된 사례는 한 건 밖에 없는데, 국립중앙의료원은 본래 공무원 조직이었지만 지난 2010년 공공기관으로 전환되면서 윤 센터장도 민간인 신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다만 '국가 사회발전 특별 공로 순직자' 조항이 있기 때문에 국가유공자로 지정될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해남 지역사회도 윤 센터장의 국가유공자 지정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의로운 삶을 기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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