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중순경 광주에서 백혈병으로 외아들을 떠나보낸 40대 공무원 아버지가 아들 죽음에 대해 심하게 괴로워하며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신의 차안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뉴스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은 굉장한 상실감을 불러온다. 전혀 예상치 못한 가운데 그러한 상황을 맞아하게 된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나 역시 10여년전 아버님이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있는 가운데 갑작스레 전해져온 동생 목사님이 출장 중이던 미얀마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에 하늘이 샛노래졌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처럼 설마 그럴 리가 없겠지 하는 부정과 함께 안절부절 못하고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던 경험이 있다.

급작스러운 상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충격과 무감각이다. 부정과 회피 반응과 함께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분노감이 밀려온다. 상실감을 억압하는 것은 분노와 우울감정을 불러오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시킨다. 수일, 수 주간에 걸쳐 일어나는 초기반응은 불의의 사고일 경우 그 시간이 더욱 길어지고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이 단계가 지나면 다가오는 두 번째 단계가 고인에 대한 그리움이다. 다시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현실에 좌절감과 분노감, 그리고 그 사람이 없는 상황을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생각하면 슬픔이 밀려오면서 방황한다.

시간이 좀 더 흘러 상실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인식하게 되면서 절망감과 함께 인생의미를 상실한 느낌과 식욕저하와 수면장애가 동반된다. 때론 이런 상황에서도 살기위해 꾸역꾸역 밥을 먹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고 역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마지막 단계인 슬픔과 상실감이 무뎌지고 생활을 회복하기 까지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린다.

2018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작이었던 이스라엘 영화 '케이크메이커(CakeMaker)'는 그런 영화다. 독일 베를린의 제빵사 토마스와 이스라엘에서 베를린 출장시마다 그의 가게에 들러 달콤한 케이크를 맛보다 연인관계가 된 오렌, 그리고 이스라엘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오렌의 부인 아나트 세 사람간 펼쳐지는 사랑이야기이다.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오렌의 죽음에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은밀한 관계에 있던 토마스는 커다란 상실감 속에서 그의 흔적을 찾아 이스라엘로 간다. 아나트 주변을 맴돌다 그녀가 운영하는 카페직원이 된다. 케이크를 매개로 연인을 잃은 남성과 남편을 잃은 여성이 상실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과정을 영화는 대사를 통해 교훈을 제시하지 않고 정적인 영상을 통해 섬세하게 그려낸다.

성적지향, 국가와 민족, 종교 등 민감한 주제를 품고 있음에도 영화를 열린 결말을 통해 관객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하면서도 상실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주인공을 통해 관객들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상실에 대해 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충분한 지지와 돌봄을 통해 충분하게 애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살아남은 사람을 살리는 길이다.

중요한 대상을 상실했을 때 이에 직면하여 아픔과 슬픔의 감정을 느끼는 애도반응은 꼭 거쳐야 하는 필수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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