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장)

 
 

필자는 40년의 서울생활을 마치고 부모님 간병과 농촌생활 동경의 이유로 귀촌하였다. 그로부터 6년째 접어든 요즈음은 농촌생활에 차츰 적응하면서 먹거리의 문제가 크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옥천뜰에서 생산되는 '한눈에 반한 쌀'은 우리나라의 대표브랜드로 손색이 없는 최고의 명품 쌀이지만 농지면적의 한계 때문에 충분한 양이 공급되지 못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타 쌀의 총합은 연간 생산량이 우리 국민이 먹고 남을 정도로 과잉 생산되고 있다. 다만 밭작물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수입 농산물이 유전자 변형인지,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지에 대한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에 있다.

그래서 필자가 농산물을 직접 재배하기로 마음먹고 맨 처음 시도한 밭작물이 바로 콩이다. 콩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콩으로 메주만 쓰는 게 아니라 두부도 만들고 청국장, 된장, 간장, 효소, 순두부, 두유 등 다양한 먹거리가 제공될 수 있다. 필자는 소량이지만 직접 생산한 콩을 가지고 연말에 식생활에 꼭 필요한 재래간장과 된장을 만드는데 쓰이는 메주를 써서 처마에 메달아 놓았다.

콩은 세계 어느 나라나 재배가 가능한 한 해 살이 풀로서 동아시아 북부지방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전 지역에서 재배가 되고 있는 밭작물의 대표작물로 줄기는 곧게 자라며 갈색 털이 덮여 있고 10월경에 수확한다.

작년에 텃밭에 심은 메주콩을 10월 중순에 수확하여 마당에 일주일 정도 말린 후 원시적인 방법인 도리깨로 타작하여 알맹이를 고르고 콩대는 메주 쓸 때 땔감으로 사용하였다. 콩 수확량이 평년에 비해 1/3 정도 증가하였는데 증가원인으로는 콩 싹이 난 후 일정기간동안 적당하게 지하수를 공급하여 발육상태가 좋았을뿐만 아니라 콩꽃이 피기 시작할 때 여름태풍 없이 지나가 수확량이 늘어난점이 주효했다.

재래간장과 된장은 콩을 재료로 메주를 띄어 만든 우리 고유의 발효 식품으로 음식 맛을 내는 중요한 조미료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접하는 간장과 된장은 대형 식품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으로 대부분의 외식업체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제품은 재료에서부터 밀가루 옥수수가루 등 콩 외의 원료를 많이 사용하며 제조법 역시 전통발효가 아닌 누룩곰팡이로 쌀이나 밀을 먼저 발효시킨다. 그 뒤 콩과 뒤섞는 일본 된장인 미소식의 속성 발효를 원용한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 콩과 해남의 맑은 지하수와 3년이 지난 천일염만을 주원료로 하여 일정한 발효 기간을 거치면서 만든 세계 최장의 발효식품인 재래간장과 된장과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다. 이제는 우리 전통의 재래간장과 된장을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식탁에서부터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라남도 해남은 우리나라 남쪽에 위치하여 겨울이 따뜻하고 포근한 날씨뿐 아니라 옛부터 물이 좋아 재래간장, 된장을 담그기에 최고의 환경이다. 원재료 수급이 좋아 발효식품을 생산하기에 좋은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해남발효식품연구회와 같은 곳을 통해 기본지식을 충실하게 습득해 많은 사람들이 발효식품을 생산 판매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고 해남이 전국에서 제일가는 발효식품의 메카로 자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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