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문화원 해남사람 자서전
곽영순·김옥렬·이두수 씨

▲ 이두수·곽영순·김옥렬<왼쪽부터> 어르신이 참여한 '해남사람 자서전 땅끝마을 人·生의 인문학'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 이두수·곽영순·김옥렬<왼쪽부터> 어르신이 참여한 '해남사람 자서전 땅끝마을 人·生의 인문학'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해남문화원(원장 김종호)이 평범한 군민들의 이야기를 자서전으로 엮어낸 '해남사람 자서전 땅끝마을 人·生의 인문학' 출판기념회를 지난달 25일 해남문화원 2층에서 열었다.

이번 자서전 출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해 진행된 2018 인문활동가 양성·파견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인문활동가 전문교육을 이수한 활동가들이 지역 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자서전을 발간하는 프로그램이다.

70대 이상 어르신들 중 참여자를 모집한 결과 평소 자서전 작성에 관심을 갖고 있던 곽영순(85) 어르신, 이두수(83) 어르신, 김옥렬(80) 어르신이 참여하게 됐고 지난해 8월부터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간을 가졌다.

어르신들은 서툰 솜씨나마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갔고, 때로는 인문활동가와 대화를 나누는 구술 형태로 옛 기억을 회상하며 자서전을 채웠다. 어린 시절의 추억들과 소중한 가족의 이야기, 어려운 시절을 되돌아보며 느낀 인생의 의미 등을 가감 없이 담았다. 어르신들에게 자서전은 삶을 성찰하고 인생의 의미와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6개월여간의 집필 끝에 세 어르신이 살아온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는 자서전이 발간됐다.

자서전은 곽영순 어르신의 '눈물로 쓴 내 인생에 지우개는 없는가', 김옥렬 어르신의 '건강, 성실을 가훈으로 살아온 인생', 이두수 어르신의 '순진한 바보의 이야기' 3편을 엮어냈다.

자서전 첫 이야기로 소개된 곽영순 어르신은 진도에서 태어나 21살에 남편과 결혼하면서 해남을 제2의 고향으로 삼게 됐다. 5남매를 길러내고 나니 텅 빈 둥지를 지키는 자신을 발견했다며 인생을 한 토막 한 토막 깎아 다듬고 손질해 자서전에 새겼다고 밝혔다.

곽 어르신은 "내 발자취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봤는데 자서전이 나온 걸 보니 기쁘고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쓸 이야기를 다 쓰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며 "기타도 치고 재밌게 맛나는 인생을 산다고 말하는 시간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11남매의 10째로 태어난 이두수 어르신은 해방의 순간, 한국전쟁의 아픔, 대학시절까지의 학창시절은 물론 해남노인복지관이 생기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어르신은 "70대만 해도 청년이라 생각했는데 80이 되니 마음이 헛헛했다. 정직하게 살아온 삶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자서전을 쓸 수 있게 돼 감개무량하다"며 "바보 인생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삶은 정도(征途)의 삶이라고 믿는다. 이를 책으로 옮겨보았다"고 말했다.

건강과 성실을 가훈으로 삼고 살아온 김옥렬 어르신은 어려운 시간들도 있었지만 후회 없이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해왔다며 인생을 되돌아보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말했다.

김 어르신은 "한 번 사는 인생이다. 일생을 돌아보니 아쉬운 점도 있지만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왔다는 자부심이 든다"며 "남은 생도 활기차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계곡면 임현진 씨의 아코디언 공연으로 막을 올렸으며 어르신들의 자서전 출판 소회, 기념사진 촬영, 자서전 나눔 등으로 진행됐다. 해남문화원은 출판된 자서전을 군내 도서관에도 비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종호 원장은 "자서전을 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의 희노애락과 고군분투해온 인생이 녹아있는 개인의 역사서다"며 "평범한 지역민 이 자서전의 주인공이 되는 첫 작업을 시도했다. 인생 이야기를 담을 또 다른 주인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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