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중증장애인들의 휴식처
장애인종합복지관 '중증케어반'

▲ 소영 씨가 어머니<오른쪽>와 함께 중증장애인 케어반에 도착하자 사회복지사가 반갑게 맞이해주고 있다.
▲ 소영 씨가 어머니<오른쪽>와 함께 중증장애인 케어반에 도착하자 사회복지사가 반갑게 맞이해주고 있다.
▲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은 은하 씨를 위해 사회복지사가 옆에 누워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은 은하 씨를 위해 사회복지사가 옆에 누워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창준 씨는 오늘도 퍼즐 맞추기에 열중하고 있다.
▲ 창준 씨는 오늘도 퍼즐 맞추기에 열중하고 있다.

정신 장애와 신체 장애를 겪고 있는 장애인들이 학령기를 벗어나면 갈 곳이 없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한 가족처럼, 우리의 이웃처럼 따뜻하게 살피며 희망과 미래를 함께 열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사업체, 시설, 기관 등도 많은 실정이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세상을 외치며 동행하고 있는 이들을 소개한다.

지난달 29일 오후 2시 무렵. 28살 박소영 씨가 어머니와 함께 해남군장애인종합복지관 안에 있는 중증장애인 케어반에 들어선다. 모처럼 따뜻한 햇살아래 장애인활동보조사 대신 이날은 어머니의 포근한 오른쪽 어깨에 몸을 기댄채 하나하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소영 씨는 돌무렵 뇌수막염과 홍역을 앓다 열이 오른쪽 뇌에 영향을 미치며 그때부터 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지적장애인 1급이다. 정신연령은 1세 정도이고 잦은 경기를 일으키고 면역력이 약한데다 잠시 눈을 뗐다가는 갑자기 쓰러져 여기저기 몸을 부딪히기 때문에 항상 옆에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 최중증장애인에 속한다.

케어반에 들어서니 미리 와 있던 박창준(24) 씨와 장은하(26) 씨도 눈에 띈다. 소영 씨와 마찬가지로 모두 지적장애 1급을 앓고 있다.

케어반에 들어서자마자 소영 씨는 취재진이 낯설고 정서적으로 불안해서인지 잠부터 청한다. 소영 씨 어머니는 요새 소영이가 체력이 많이 달려서 그렇다며 손을 주물러주고 머리를 만져주며 우리 이쁜 소영이를 연발한다.

창준 씨는 퍼즐에 열중이다. 족히 수백 조각은 될 것 같은데 그림 퍼즐을 뒤집어 엎고 나서 다시 조각조각 퍼즐을 맞추며 그림을 완성해 가고 있다. 창준 씨는 전화번호와 이름 등이 적혀있는 목걸이를 걸고 있는데 아주 가끔 장애특성상 갑자기 문제의 행동을 하거나 밖으로 나가버리는 돌발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은하 씨는 새로 복용하는 약을 바꿨는데 그 여파인지 최근에 몸이 좋지 않아 잠을 청하고 있다. 중증 케어반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사가 옆에 누워 편안하게 잠을 청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케어반은 중증장애인들을 주간에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다. 장애정도가 심해 프로그램이나 교육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식사지도와 위생청결 외에 보호지원활동과 나아가 퍼즐맞추기와 한글 낱말 퀴즈 놀이, 색칠하기 등을 통해 정서인지 지원에 나선다. 또 가끔 복지관 차로 야외 활동 나들이를 나가기도 한다. 이들 외에 오전반을 이용하는 박찬영(23) 씨 까지 합쳐 모두 4명이 중증장애인 케어반을 이용하고 있다.

발달장애인들을 포함한 최중증장애인들의 경우 고등학교까지는 학교마다 특수학급이 있어 그나마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장애인거주시설로 입소하거나 보호자가 양육의 부담을 전담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가 있지만 소득이나 장애에 따라 시간이 제한적이고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은 인권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해남에 없을 뿐더러 가족들과의 단절을 의미해 사실상 집에서 부모의 손길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어느 날 갑자기 학교 친구들을 볼 수 없게 되고 그 가족들은 가족대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서라도 장애인 자녀를 책임져야 하다보니 장애인 자녀는 사회성을 잃게 되고 가족은 경제적인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런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 바로 중증장애인 케어반이다.

해남군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인 보련 스님은 "중증장애인들은 케어반에서 서로 의지하며 사회성을 계속 기를 수 있고 그 가족들은 이 시간이나마 경제활동이나 본인들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며 "시설 입소로 가족이 단절되는 것이 아니고 다시 밤에 가족들이 집에서 모여 생활할 수 있게 되니 중증장애인들과 가족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고 말했다.

중증케어반은 정부 지원사업으로 2015년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갔는데 케어반이 있어 정말 고맙다며 보호자들이 복지관에 편지를 보낼 정도로 호응이 크다. 그러나 예산이나 인력, 이용 공간을 고려해 이용하는 중증장애인 정원이 4명이고 사회복지사 1명이 이들을 전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려움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공간이 하나이다보니 옷을 갈아입힐 때는 커튼을 쳐야 하는 등 남녀가 함께 생활하는 데 있어 어려움도 따른다. 특히 추가적인 이용자가 발생하더라도 사실상 기존 이용자 중 1명이 나가지 않는 이상 수용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앞으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루하루가 감사하다는 어머니들

장은하(27) 씨는 지적장애인 1급이다.

집을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중증케어반이 생겨 4년 전부터 친구들을 만나고 있다. 학교를 다닐 때는 그래도 신체가 건강했는데 운동성이 점점 퇴행화하고 최근에는 교대성 편마비라는 희귀병 판정을 받아 복용하는 약을 바꾸기도 했다. 그래서인 최근에는 약을 적응하는 단계로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고 걷는 것도 힘들어하고 케어반에 와서 잠을 청하기도 한다.

은하 씨는 1남 3녀 중 첫째이다. 첫째가 장애를 안고 태어나자 은하 씨 어머니는 둘째가 건강하게 태어나면 은하에게 미안할까봐 아이를 갖지 않았는데 시할머니 성화에 둘째 딸과 셋째딸을 낳았다. 다행히 건강하게 태어났고 이제는 아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 넷째를 낳았는데 넷째도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넷째는 올해 중학교 3학년생이 된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축사 일과 농삿일, 요양보호사로도 일하며 4자녀를 키웠고 지금도 장애를 앓고 있는 자녀들을 돌봐야 하는 그녀는 그래도 하루하루가 감사하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비장애 자녀들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어느 날 기기 시작했고 어느 날 걷기 시작하고 했던 기억만 있을 정도로 신경을 못썼는데 지금은 각각 회사원과 대학생이 되어 고마울 따름이다"며 "은하도 케어반에 다니며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그 또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은하가 30살이고 되고 40살이 되면 어떻하지 등 미래를 미리 걱정할 겨를도 없다"며 "내가 사는 날까지 은하가 더 아프지 말고 건강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창준(24) 씨의 부모님은 큰아버지와 큰어머니이다. 동생 내외가 모두 장애인인데다 창준 씨 마저도 장애를 안고 태어나자 육아와 양육이 힘들 것으로 판단해 조카를 아들로 입양시켰다. 70대인 창준 씨 어머니는 요새 고민이 많다.

"내가 눈을 감으면 우리 창준이 어떻하지 하는 걱정이 계속 들죠. 친 딸이 40대인데 거기에맡길 수도 없고 창준이가 지금은 케어반에 다니고 있어 마음이 놓이지만 앞으로가 문제예요"

박소영(28) 씨의 어머니는 고등학교 특수학급 교사이다. 자녀가 장애를 앓고 있다보니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시간을 더 늘릴 수 있냐고 관계기관에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변은 소득이 줄어야 하니 "그럼 직장을 그만 두셔야죠"였다.

주위의 시선과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에 그 가족들은 또다른 아픔을 안고 살게 된다. 박 씨의 어머니는 "오늘도 어제처럼 특별한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 남들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이 무료하다고 하는데 장애인 자녀를 둔 우리들에게는 특별한 일이 없는 일상이 반복되는 게 오히려 행복이다"고 말했다.

장애인 인식 변화, 제도 개선 필요

중증장애인 어머니들은 중증장애인 케어반이 더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이용자가 늘 수 밖에 없는데 정원이 4명뿐이니 안정적인 이용이 되지 않는다. 장애인복지관도 복지관이 오래되서 리모델링을 통해 케어반 시설도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공간도 넓고 인력도 더 배치하면 그만큼 이용자도 더 수용할 수 있고 다양한 서비스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사회의 인식개선과 함께 예산이 뒤따르는 문제라 자치단체의 의지또한 중요하다.

장애인종합복지관 박경단 사무국장은 "사회의 모든 구조가 비장애인 중심으로 이뤄져 어찌보면 장애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배려와 사회적 비용 지출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소수의 장애인에게 서비스가 장기간 제공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며 최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 내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조건을 만드는 것은 그 가족만의 부담이 되어서는 안되며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련 스님은 "중증장애인 케어반을 이용하고 있는 장애인은 1대 1보호가 필요하지만 여건상 사회복지사 1명이 4명을 보호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자원봉사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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